원정대 400여 명 출정 준비 끝… 광화문 등에선 길거리 응원 재현

“대~한민국, 대~한민국.”
그해 6월은 너무도 뜨거웠다.

한국 축구가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4강 신화의 기적을 이룩하던 때. 수백만 명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전국 방방곡곡을 붉게 물들인 응원 열기로 땅도 달아올랐고, 하늘도 후끈거렸고, 국민의 가슴도 감격으로 맥박쳤다.

활화산처럼 용출된 이 하나된 힘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꾸었고 꿈을 현실화했다.

당시 한국 축구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4강 신화를 쓸 수 있었던 데는 길거리 응원이 큰 몫을 했다. 세계는 한국 대표팀의 신들린 압박 축구에 놀랐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이 하나되어 질서정연하게 연출한 거리 응원의 장관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4년이 지난 2006년 6월. 그때 그 뜨거웠던 응원 열기는 이번 독일 월드컵에서도 또 한 번 불을 뿜을 전망이다. 특히 홈 이점이 사라진 태극전사들에게 공식 서포터스 ‘붉은 악마’의 원정 응원은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붉은 악마’는 400여 명의 독일 원정대를 출정시킬 만반의 채비를 갖춰 놓았다.

이들은 홈이나 다름없는 프랑스, 스위스팀의 응원단 수만 명에 맞서 경기장에서 역동적인 한국팀 응원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다. 대략 3,000명 정도가 될 한국 응원단의 한 가운데서 붉은 함성을 폭발시킬 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것.

김정연 ‘붉은 악마’ 행정간사는 “원정대의 목표는 한 마디로 상대팀과의 응원전에서 일당백 역할을 해내는 것”이라며 “수천 명에 불과한 한국 응원단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수만 명의 상대 응원단을 압도할 응원 전략을 이미 마련해 놓았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붉은 악마’의 현지 응원에는 재독 한인 2세 네트워크인 ‘고려워크’도 함께 한다. 이 단체 회원들은 ‘붉은 악마’ 독일 원정대의 현지 안내자 역할을 하면서 응원전에도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한국산 길거리 응원’의 진수도 독일 땅에서 재현된다. 현지 교민 단체와 유학생 등을 중심으로 한 응원단은 한국팀 경기가 열리는 도시에 별도 장소를 마련해 선진 응원 문화를 마음껏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에서 펼쳐질 응원 행사도 4년 전 못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거리 응원의 메카로 자리잡은 서울광장, 광화문, 시민열린마당 일대가 전국적인 응원전의 중심축이 될 전망이다.

SK텔레콤과 일부 언론사들이 참여한 SKT컨소시엄은 5월 중순 이후 예정된 대표팀 평가전 때부터 서울광장과 청계천에서 대규모 거리 응원 행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조별 예선 경기가 벌어지는 날에는 오후 7시부터 이튿날 새벽까지 이어지는 ‘올나잇’ 형태의 행사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이와 함께 경복궁 앞 시민열린마당에서는 한국일보가 주도하는 응원전이 대대적으로 벌어진다. 이렇게 되면 서울광장에서 광화문으로 연결되는 서울 도심 전체가 붉은 물결로 넘실대는 셈이다.

부산, 대구, 광주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지역민들이 대거 참여하는 거리 응원 행사가 펼쳐진다. 현재 각 자치단체들은 행사 주관사를 선정하는 등 월드컵 응원전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번 월드컵 응원전의 또 다른 백미는 새로 등장한 다채로운 응원가와 율동이다.

‘붉은 악마’의 공식 응원가로 지정된 ‘레즈 고 투게더’, 윤도현 밴드의 ‘록 버전 애국가’ 등을 비롯해 최근 선보인 월드컵 응원가만 해도 10여 곡이 넘는다. 또한 영화배우 김수로가 유행시킨 이른바 ‘꼭짓점 댄스’는 월드컵 공식 율동으로 열기를 북돋울 조짐이다.

일각에서는 한꺼번에 쏟아진 많은 응원가들이 일치 단결된 응원전에 지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내놓는다. 하지만 무엇이 걱정이랴. 2002년 우리를 하나로 묶은 ‘대~한민국!’과 ‘오~필승 코리아!’가 아직도 건재한 마당에.

그날을 위해 국민들은 지금부터 체력을 비축해 둬야 할 것 같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