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붐 타고 전 국민 애용 식품으로 부상, 2000년 이후 수요 급증단일불포화지방산 다량 함유로 성인병 예방·노화방지 등에 효과

불과 3~4년 전, 서울 압구정동의 현대백화점. 지하 식품코너에 조그맣게 들어서 있는 올리브유 매장은 서울 시내에서 가장 올리브유가 많이 팔리는 곳으로 소문나 있었다. 비록 매장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고소득층이면서도 정보에 빠르고 웰빙에 민감한 이 지역 주민들의 기호와 딱 맞아 떨어지는 품목이어서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2006년. 올리브유 선풍은 ‘웰빙 바람’을 타고 전국으로 확산 중이다.

올리브유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올리브유를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줄줄이 방영되면서 올리브유의 人기는 갈수록 급물살을 타고 있다. 종전 특정 지역, 특정 계층에 머물러 있는 듯하던 올리브유가 바야흐로 전 국민의 애용식품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어느 사이, 이름조차 낯설던 지중해의 손님이 늘 같은 자리에 놓여 있던 식용유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올리브유를 소개하는 한 광고 문구다. 이 광고에서처럼 국내에서 올리브유는 식용유의 대체품으로 초반에 인기를 끌었다. 식용유의 원료로 주로 사용되는 대두유나 옥수수유의 유전자 조작 가능성이 한때 제기되면서 올리브유는 안전한 천연 식품으로 관심을 끌었다.

특히 올리브유는 혈중의 좋은 콜레스테롤로 불리는 HDL(high-density lipoprotein)을 높여주고 나쁜 콜레스테롤로 꼽히는 LDL(low-density lipoprotein)을 낮춰 전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리브유가 다른 기름이나 지방의 바람직한 대안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런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또 올리브유는 몸에 좋은 단일불포화지방산이 77%나 들어 있어 성인병 예방에 효과가 높다. 비타민 E, 프로비타민 A(카로틴)를 함유하고 있어 노화를 방지하고 변비 치료, 피부 보호에도 효과가 있다는 점 또한 일반인들의 매력을 끌기에 충분하다.

올리브유가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도입된 건 2000년대 들어서부터. 베르톨리, 보르게스 등 일부 수입업체들에 의존했던 올리브유 시장은 2000년 CJ(당시 제일제당)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본격적으로 커졌다.

이후 대상, 동원, 오뚜기 등 다른 식품업체들이 시장에 올리브유 제품을 선보이고 웰빙 바람에 힘입어 소비자 수요가 늘면서 매년 배 가까이 신장했다.

시장규모 1,400억원대

이젠 선택이 아닌 생활필수품으로까지 자리잡으면서 올리브유 시장의 성장 기세는 무서울 정도다. 매출 규모로만 3년새 무려 10배나 성장했을 정도로 폭발적이다.

2002년까지 100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던 국내 올리브유 시장은 특히 2003년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2003년 약 250억 원, 2004년 약 600억 원에 이어 지난해는 1,100억 원에 달하는 시장규모로 확대됐다. 올해는 전체 시장 규모가 약 1,4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올리브유가 이처럼 폭발적인 반응을 끌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양한 건강, 미용성분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식용유에 비교되는 고급유에 대한 욕구가 증대한 것도 크게 작용했다.

CJ 올리브 담당 조재형 과장은 “기존 식용유가 튀김, 구이 등 가열 음식에만 사용할 수 있었던 반면에 올리브유는 야채, 샐러드의 드레싱 및 소스 용도로 사용이 가능해 서구화된 식생활 패턴에 부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올리브유의 비약적인 성장에 반비례해 기존 식용유의 성장은 제자리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식당 등에서 사용하는 업소용 식용유 사용량은 큰 변화가 없는 반면 가정용은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양상. 현재 시장 점유율 비중은 50대50 정도다.

하지만 매출액만을 놓고 보면 올리브유는 이미 지난해 식용유를 뛰어 넘었다. 비슷한 용량의 올리브유 가격이 식용유보다 4배 정도 비싼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이 비싼 가격을 감수하고서라도 올리브유를 선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역으로 물량면에서 올리브유 판매가 식용유의 4분의1에 불과하다고 볼 때 오히려 올리브유의 시장 점유율 확대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현재 국내 올리브유 시장은 업계 1위인 CJ를 비롯해 대상, 오뚜기, 신동방, 동원 등의 국내 업체를 중심으로 베르톨리, 보르게스, 올스타리아 등의 수입업체들까지 가세해 40여 개 이상의 브랜드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중 CJ는 2000년 국내 최초로 스페인 오히블랑카산 올리브유를 원료로 쓰며 사용하기에도 편리한 PET병 형태로 출시해 올리브유 대중화를 주도하고 있다. 그 덕분에 CJ는 현재 국내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로 업계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청정원, 해표, 오뚜기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뜨겁게 달궈지는 올리브유의 인기는 다른 고급유 시장으로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포도씨유나 해바라기씨유가 덩달아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지난해 추석 선물용으로도 많이 팔린 포도씨유는 올리브유와 엇비슷한 가격이지만 사용 편의성이 더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올리브유와 가장 큰 차이는 향이 없다는 점. 또 발열점이 높아 고온에서의 요리나 튀김 등에 유리해 올리브 향을 싫어하는 이들이 특히 많이 찾는 편이다.

해바라기씨유 또한 올리브유나 포도씨유처럼 항산화 작용으로 건강을 돕는다는 이유로 최근 인기를 높여가고 있다.

올리브 나무와 올리브유
터키 원산지… 과육에서 기름짜내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올리브 나무는 터키가 원산지로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 프랑스, 미국 등에서 많이 자란다. 나무는 높이 5∼10m로 수많은 가지가 달린다. 열매는 핵과(核果)로 타원형이며 자흑색으로 익는데 과육에서 짠 기름을 올리브유라고 하며 용도가 다양하다. 열매 자체를 먹기도 한다.

올리브 나무는 약 5년에서 10년 사이에 열매를 생산하기 시작하며 100년 이상이 되면 올리브 생산량이 줄어든다. 올리브유 1리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4~5kg 의 올리브가 필요하다.

모든 올리브는 이른 가을에 녹색으로 나오기 시작하며 숙성하는 과정에서 어두운 자주색으로 변하고 마지막에는 안전히 숙성된 검은색 열매로 바뀐다. 올리브의 숙성도는 올리브유의 맛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된다. 최상의 올리브유는 일찍 수확된 올리브(1/3이나 2/3만 어두워졌을 때)로부터 얻어진다.

일찍 수확된 올리브는 더 풍부하고 과일향이 나며, 특이하게 구별되는 향(주로 후추향)을 지닌 올리브유가 된다. 나무에서 농익은 올리브는 다양한 특징이 별로 없는 순한 올리브유가 되지만 더 많은 양의 올리브유를 생산한다.

자연적인 올리브유는 숙성하고 있거나 혹은 숙성된 올리브를 부드럽게 압착해 얻어진다. 와인과 달리 발효가 요구되지 않으므로 생산된 이후엔 2년여에 걸쳐 품질이 저하된다. 때문에 올리브유는 가능한 한 빨리 사용하는 것이 좋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