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그나시오 페르난데스 빨로메로 스페인대사관 상무관

“스페인에서 주로 생산되는 올리브 품종인 삐꾸알은 불포화지방산과 올레인산이 80%를 넘습니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생산되는 올리브의 같은 성분 평균 함유량 65~70%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주한 스페인대사관의 이그나시오 페르난데스 빨로메로 상무관은 “스페인산 올리브는 지중해 연안 다른 지역의 올리브보다 영양과 맛에서 뛰어나다”며 “수세기의 경험이 쌓여 올리브 재배에 대한 지식과 문화가 앞섰기 때문”이라고 자랑했다.

“올리브에 대한 수요는 전 세계에서 늘고 있습니다. 스페인으로부터 한국의 올리브 수입 또한 해마다 증가 추세이지요.” 빨로메로 상무관은 ‘올리브의 나라’ 출신답게 올리브 마니아다. 5리터의 올리브유를 사서 서울에 있는 3명의 식구가 석 달간 먹거나 조리용으로 다 쓴다.

“스페인 음식은 한국의 탕이나 찌개와 비슷한 메뉴들이 많아요. 집에서 음식을 볶거나 국을 끓이거나 지질 때도 올리브유를 씁니다. 샐러드에 드레싱으로 쓰거나 빵을 찍어 먹는 데도 올리브유를 빼놓을 수 없지요.” 그는 올리브유의 용도가 매우 다양하다고 소개한다.

“예수 탄생 이전부터 널리 알려진 올리브유는 수천 년 전 유적에서도 흔적이 발견됩니다. 도자기로 된 올리브통 같은 것이 증거이지요.” 그는 고향인 스페인에서 올리브유는 생활 속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수 식품’이라고 말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식당에 가건, 집에서 먹건 올리브유가 빠지지 않아요. 아침 토스트에 발라 먹는 것부터 하루를 시작하죠. 그 위에 소금을 약간 끼얹어 먹으면 맛이 더 살아납니다.” 올리브유로 계란 프라이를 만드는 것은 스페인식 대표 요리법 중의 하나이고 샐러드나 감자, 고기 튀김용은 물론 디저트용으로까지도 쓰인다.

스페인에서는 올리브유에 치즈나 고기 등을 재워 보관도 한다. 고기를 재워 놓으면 보관 상태도 좋고 구운 후 육질이 부드러워지는 데다 향까지 더 좋아진다는 것.

“음식 먹기 전 올리브유를 한 잔 마시면 위벽 보호가 된다고 젊은이들이 술 먹기전에 마시기도 해요. 할머니 세대에서는 머리카락에도 발랐어요. 머릿결이 부드러워진대나요.” 그는 “가격이 비싸서 부담되지 올리브유의 활용도가 매우 높다”며 웃는다.

올리브유 본고장 출신인 그가 가장 많이 먹는 것은 예상외로 고급 올리브유가 아니다. 혼합 정제 올리브유격인 ‘퓨어 올리브유’. 실제 스페인에서도 ‘엑스트라 버진’ 등 최고급 올리브유보다는 일반 올리브유가 80% 정도로 더 많이 팔린다고 한다.

“어느 나라건 처음 올리브유가 소개될 때는 최고급부터 관심을 끌었어요. 아직 올리브유 문화에 익숙치 않은 한국인들도 머잖아 올리브유의 맛과 용도에 친숙해질 것”이라고 그는 내다본다.

“저는 엑스트라 버진급 올리브유로는 생선을 절대 굽지 않아요. 올리브 향이 강해 생선 고유의 맛이 떨어질 수가 있거든요.” 그는 한국인들이 실수하기 쉬운 올리브유 사용법까지 일러줬다.

스페인은 세계 최대의 올리브유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지난해 99만 톤의 올리브를 수확, 전 세계 생산량의 32.7%를 차지, 이탈리아 29.3%, 그리스 14.5% 등을 따돌리고 선두를 고수하고 있다. 스페인은 생산량 중 절반 가까운 54만 톤을 수출하며 지난해 한국에도 생산량의 12.9%를 수출했다.

그리고 또 하나 놀라운 사실은 스페인으로부터 올리브를 사가는 유럽 최대의 수입국은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레스토랑이 전 세계에 퍼져 있고 올리브유를 가공해 판매, 마케팅하는 기술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는 “올리브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은 스페인 남부 지역이 이상적”이라며 “미국의 건강전문지 헬스가 발표한 5대 건강 식품에 스페인산 올리브가 뽑힌 것도 이런 때문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