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ㆍ31 지방선거 판세가 집권 여당 참패, 한나라당 압승이라는 기류로 굳어지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선거패배를 전제로 각 계파가 세확산에 나서면서 정국 변화에 따라 5ㆍ31 이후를 대비하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한나라당은 박근혜 대표의 위상이 한층 높아진 가운데 이명박 서울시장, 손학규 경기지사 등 이른바 차기 주자 '빅3'의 대권경쟁이 본격화할 것이 예상된다.

위기에 처한 여당을 중심으로 정계개편론이 맞물리면서 정치 지형은 빠르게 재편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건 전 총리를 포함한 차기 주자들의 대선레이스도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고 군소정당과의 연대를 통한 정국 주도권 경쟁과 대선 전초전도 점화됐다. 5ㆍ31 선거를 전후한 정계개편의 가능성과 양태를 짚어봤다.

5ㆍ31 지방선거는 한나라당 완승이라는 판세가 굳어져 싱겁게 막을 내리지만 그 후폭풍은 ‘쓰나미’급 위력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당 구조뿐 아니라 당권 및 대권 구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정치 지형이 새롭게 짜여지기 때문이다.

집권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일단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이 부상, 지도부 퇴진을 둘러싸고 내홍을 겪을 전망이다.

위기를 맞은 정동영 의장은 24일 전남 광양 유세에서 “지방선거 이후 한나라당의 집권을 반대하는 세력과 함께 민주개혁 세력 대연합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른바 ‘여권발(發) 정계개편론’이다.

이에 따라 우리당과 민주당이 손을 잡는 ‘전통적 지지층 복원론’, 고건 전 총리를 정점으로 민주당ㆍ국민중심당을 함께 묶어내는 ‘서부벨트 연대론’에서 나아가 진보적인 사회제세력까지 통합하는‘반한나라당세력 대연합’등 다양한 카드가 당내에서 거론되고 있다. .

우리당과 민주당의 통합은 작년부터 추진됐으나 주도권 문제에다 당내 계파 간 이견으로 진척되지 못했다. 그러던 것이 5ㆍ31 선거 이후 정계개편이 탄력을 받으면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된다. 양당의 통합에 호남 의원뿐만 아니라 호남 민심도 우호적이다.

여당 분열 가속화

우리당은 차기 대선의 승리를 위해 호남표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민주당도 마땅한 대선 주자가 없어 통합에 동조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당에서는 정동영(DY)ㆍ김근태(GT)계가 앞장서고 있고 민주당은 통합을 하되 고건 전 총리의 역할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노 대통령을 비롯한 친노그룹은 여전히 고 건 전총리와의 연합이나 민주당과의 재통합을 ‘지역구도의 복원’으로 간주하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어 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전 민정수석이 “민주당과의 통합을 반대하는 이유는 그것이 또 하나의 지역주의를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한 것은 ‘노심(盧心)’을 반영한 측면이 크다.

따라서 우리당과 고 전 총리, 민주당과의 통합은 노 대통령이 탈당하거나 친노그룹이 빠진 상태에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노 대통령의 조기 탈당은 그 자체로 정계개편의 동인이 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이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차기 대선의 중립적 관리를 명분으로 탈당, 우리당 및 한나라당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양당의 협조를 받아 국정을 이끌어가면 작년 하반기에 제기했던 명목상‘대연정(大聯政)’의 일부분이 실현되는 셈이다.

노 대통령이 탈당하면 이광재, 이화영, 유기홍 의원 등 친노그룹이 동반탈당할 가능성이 높아 그렇게 되면 정계개편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나아가 친노(親盧)그룹과 DYㆍGT계 간에 고건 및 민주당과의 통합을 둘러싸고 파열음이 커지고 대권 전선으로 확대될 경우 분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고건발(發) 정계개편론’도 있다. 고 전 총리가 민주당ㆍ국민중심당을 묶어내는 정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유력한 대권 후보로 정계개편을 견인한다는 것이다. 고 전 총리는 특정 정당에 입당하기보다는 범여권 신당의 대권 후보로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지방선거에서 패한 여당의 분열의 가속화는 불가피하다. 다만 고 전 총리가 DYㆍGT를 비롯한 천정배, 이해찬, 유시민 등 여권의 잠재적 대권 후보와의 역학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따라 정계개편의 폭과 양태도 달라질 전망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고 전 총리의 고공행진에 일부 거품이 있지만 실체적인 힘을 무시할 수 없다”면서 “대선 경선에서도 DYㆍGT를 앞지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다만 고 전 총리와 정동영 의장이 전북 출신으로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에서 김근태 최고위원과 결합하는 게 시너지 효과(보수+개혁)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대권-고건, 당권-김근태’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밖에 한나라당에 고 전 총리와 가까운 인사가 적지 않고 고 전 총리가 보수적이고 박 대표와도 친분이 있어 한나라당과 손을 잡을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 차기 주자 ‘빅3’가 버티는 한 고 전 총리가 대권 경쟁에 비집고 들어갈 공간이 없어 그럴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발 정계개편론 탄력

한나라당도 정계개편 논의에서 무풍지대가 아니다. 더욱이 박 대표가 5ㆍ31선거 막판 피습사건으로 지지율이 급상승, 경쟁자인 이명박 시장을 앞지르면서 ‘한나라당발 정계개편론’이 탄력을 받고 있다.

당초 박 대표측은 지지기반(TKㆍ보수층)이 비슷한 이 시장의 지지율 고공행진이 계속될 경우 저항군을 결합하거나 손학규 경기지사와 손을 잡고 반(反)이명박 연대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시장이 ‘황제테니스’논란으로 지지율이 하락,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결행을 그만두었다는 후문이다.

오히려 박 대표가 당뿐만 아니라 이회창 전 총재 등의 지원을 받고 있고, 손 지사 역시 파주LCD공장 유치와 영어마을 등이 여론의 집중 조명을 받으면서 지지율이 상승해 이 시장을 압박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 지난 서울시장 경선에서 이 시장이 자파 인사인 홍준표 후보 대신 뒤늦게 출마한 오세훈 후보를 간접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친이명박계 인사들 상당수가 손 지사쪽으로 돌아선 것도 이 시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 시장이 당에서 불리하다고 판단할 겨우 탈당을 해 신당을 창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럴 경우 노 대통령과 이 시장이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소문도 정치권에 퍼져 있다.

노 대통령은 이 시장을 통해 영남권 진출을 꾀하고 이 시장은 지지층을 넓힌다는 계산이라는 것이다..

노 대통령과 손 지사 연대설도 있다. 한나라당 후보 중 손 지사와 노 대통령과 노선이 가장 가깝고 노 대통령이 손 지사의 외자유치 치적을 칭찬했고, 손 지사도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했던 것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이명박ㆍ손학규 연대설은 노선과 당과의 역학관계상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한나라당과 손 잡을까

한편 민주당 일각에서 한나라당과의 연합을 주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동교동계의 한 인사는“지역구도를 극복하고 영호남이 화합하는 차원에서 추진할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그러한 정계개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DJ의 정적이었던 박정희 대통령의 딸(박근혜)을 지원할 경우 실질적인‘지역 화해’를 이룰 수 있다는 설명이다.

개헌을 매개로 한 정계개편론도 제기된다. 우리당 유인태 의원은 “지방선거가 끝나면 바로 개헌국면으로 갈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고, 정동영 의장도 “개헌의 적기는 내년”이라며 애드벌룬을 띄웠다.

정ㆍ부통령제나 내각제를 도입할 경우 정치세력 간 연대가 가능해진다. 정ㆍ부통령제에 따라 대권 주자들의 연대가 현실화될 수 있고 한나라당에서도 내각제를 선호하는 의원들이 적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대선 국면에서 유리한 상황에 있는 박 대표와 한나라당은 “현 정권 임기 아래서는 어떤 개헌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고 있어 이것도 실현가능성은 미지수다.

여야, 벌써 불심(佛心) 얻기 경쟁

우리나라 불교미술의 거장인 만봉(萬奉)스님의 영결식이 있던 5월 21일 서울 신촌 봉원사 도량. 이날 행사에는 종교계를 비롯해 문화계, 경제계 인사 외에 정치인들도 다수 참석했다.

이명박 서울시장, 열린우리당 이미경 국회 문광위원장, 한나라당 정두언ㆍ나경원 의원 등. 특히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한 우리당 강금실 후보와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강ㆍ오 후보의 참석 과정이 비교돼 "지지율 차이를 나타낸 것이 아니냐"는 입방아에 올랐다.

사연인즉 오 후보가 시간에 맞춰 참석해 영결식 내내 자리를 지킨 반면 강 후보는 유세 일정으로 끝무렵에 도착한 것. 게다가 미리 도착해있던 선거운동원이 띠를 두르고 입구에서 방문객을 맞아 영결식에 어긋난다는 지적과 함께 강 후보측에서 지각을 이유로 행사를 늦춰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기도 했다. 불심이 부족해 표심마저 잃은 것이 아니냐는 것.

이명박 시장의 참석도 회자됐다. '서울시 봉헌' 발언으로 불교계와 척을 진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봉원사 부주지는 "이 시장은 가끔 절을 찾는다"면서 "올초 만봉스님에게서 달마도를 선물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시장은 지방선거 기간 동안 '불심잡기'에 집중했다.

지난 13일 한국 조계종의 양대 문중 중 하나인 부산 '범어사'를 찾아 큰스님들과 공양을 함께 했다. 천태종 부산본산인'삼광사'를 찾아 큰스님과 환담을 나누고, 부산지역불교사회복지기관연합회 스님과 불자들이 있는'감로사'에 들러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달 중순에는 대구ㆍ경북지역 조계종 본산 중 하나인 대구 '동화사'에 올라 아침공양을 함께 했고, 지난달 말경에는 천태종의 총본산인 단양 '구인사'를 찾았다. 5월 초에는 원불교 창교 기념일을 맞아 원불교 '충주교당'을 방문하기도 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