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지지율 상승세… 이명박·손학규과 진검승부 채비

5ㆍ31 지방선거가 한나라당의 독주로 진행되면서 관심은 선거 이후로 쏠리고 있다. 특히 선거 막판에 터진 박근혜 대표 피습사건은 5ㆍ31 선거는 물론 이후 당내 세력지형과 차기 주자들의 위상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 피습사건 이후 한나라당 지지율은 40%대에 육박했고 박 대표 지지율도 7~9% 포인트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35~40% 지지율로 열린우리당 등 타 정당을 크게 앞서고 대선 경쟁에서도 박 대표, 이명박 서울시장이 선두권을, 뒤쳐져 있던 손학규 경기지사마저 지지율이 상승해 정가에서는“지방선거 이후 정국ㆍ대권 구도는 한나라당이 주도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당을 장악하기 위한 세력간 물밑 경쟁과 유리한 대선 고지를 선점하려는 잠룡들의 싸움이 벌써부터 달아오를 조짐이다. 올해 1월 김무성ㆍ이재오 원내대표 경선에서부터 시작한 당내 파워게임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정면충돌한 데 이어 7월 전당대회서 진검승부가 예상된다.

그동안 당내 파워게임은 박근혜ㆍ이명박 대리전으로 점철돼 왔으나 오세훈 후보가 부상하면서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비주류 소장파의 입김이 거세지면서 당권과 대선 지형도 이들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된 것.

게다가‘황제테니스’논란, 박 대표 피습사건 등으로 차기 주자들의 지지도가 바뀌고 손학규 후보가 약진하면서 대선 지형은 일단 안갯속으로 빠져드는 양상이다. 당권ㆍ대권 향배의 분수령이 될 7월 전대가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당권·대권 분수령 될 7월 전대에 주목

우선 당권 경쟁은 5ㆍ31 선거판도가 막판에 고착화되면서 일찌감치 점화됐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 박근혜계와 이명박계가 경쟁하는 가운데 최근 들어 소장파의 도전이 거세지는 흐름이다.

종래 당권은 박 대표와 손잡은 김덕룡 의원과 이명박을 대리한 이재오 원내대표의 2파전이 예상됐으나 김 의원이 공천헌금 수수의혹으로 탈락하면서 최근 5선의 강재섭ㆍ박희태 의원이 부상하고 있다.

이밖에 박 대표 사람으로 서울시장 경선에서 패한 맹형규 전 의원과 사무총장을 지낸 김무성 의원이 거론된다. 이에 반해 소장파는 관리형 인물의 외부 영입을 주장하고 있다.

강재섭 의원은 대권 도전을 선언한 데다 아직 당권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나타내지 않고 있지만 당권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후문이다.

박희태 의원은 국회부의장을 지냈고 당 대표 및 대행을 역임한 전력이 있어 관리형 대표로는 적격이라는 시각이다. 또 특정 후보에 기울지 않는 ‘중립성’이 강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맹형규 전 의원은 경선 탈락과 깨끗한 승복의‘배려’차원에서, 김무성 의원은 친박(親朴)계 대표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거론된다.

이명박계로 알려진 이재오 원내대표는 당권 도전을 숨기지 않는다. 다만 ‘이명박 사람’으로 각인돼 지지세 확장에 장애가 되는 것을 우려한다. 또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이 원내대표가 암묵적으로 오 후보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져 홍준표 의원 등 친이명박계의 불신을 자초한 것이 다소 부담이다.

손학규 지사를 비롯해 당내 소장파는 7월 전대가 박근혜ㆍ이명박 후보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는 것을 경계하면서‘외부인사 영입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원희룡 최고위원이나 3선의 남경필 의원이 직접 당권에 도전하는 방안도 신중히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내 개혁세력 모임인 ‘새정치수요모임’대표 박형준 의원은 “7월 전대에서도 오세훈 바람이 몰고온 변화의 신선한 충격을 이어가야 한다”면서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 정당의‘변화 가능성’을 보여 주기 위해서라도 외부영입의 문을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장파 리더인 원희룡 최고위원도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연대의 폭을 넓혀야 한다”면서 “대표가 될 수 있는 후보는 당내외 어디서든 국민의 지지를 받는 인물이어야 한다”고 ‘외부영입론’에 힘을 실었다.

외부 영입 인사로는 정몽준 의원을 비롯해 오세일 전 의원, 임기를 마치고 물러나는 정운찬 서울대 총장, 오세훈 후보 선대본부장을 맡은 윤여준 전 의원 등이 물망에 오르내린다. 대선 주자들의 대권 경쟁은 대리전 성격을 띤 당권 경쟁보다는 보다 뚜렷한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이번 선거의 최대 수혜자인 박근혜 대표는 지지율 상승에 힘입어 광폭 행보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MBC-코리아리서치센터(KRC)의 20∼22일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율 21.5%로 고건 전 총리(21.1%)와 이 시장(18.1%)를 제치고 선두에 나섰다. 또 CBS-리얼미티가 22∼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박 대표는 27.2%로 이 시장(21.9%)과 고 전 총리(17.7%)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수위를 기록했다.

박근혜, 리더십·가능성 보여준 지방선거

박근혜계로 분류되는 영남권 의원은 “(박 대표가)이번에 위기관리 능력과 함께 절제된 언어로 거대 야당을 이끄는 리더십을 보여줬다”면서 “아버지의 후광에서 벗어나 독립적인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한 것도 큰 소득”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박 대표는 지방선거 후 접촉 대상과 지역을 넓혀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서 대선을 겨냥한 새‘박풍(朴風)’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를 위해 특보단을 강화하고 7월 전대 이후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하는 한편, 선거캠프 사무실도 8월께 여의도나 강북 중 한 곳에 마련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명박 시장은 간접 지원한 것으로 알려진 오세훈 후보가 선전, 박 대표와 함께 대선 경쟁의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장측 관계자는 “황제테니스 논란으로 지지율이 9.8% 포인트 빠졌는데 오세훈 후보가 그 공백을 메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서울시정의 연속성이 보장되면 ‘청계천 효과’도 부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의 최측근인 정태근 정무부시장이 소장파의 뿌리인 ‘미래연대’ 출신이란 점도 양측의 연대감을 높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시장은 퇴임 후 당에서 상임고문 자리를 맡더라도 한 발짝 비켜나 국민과의 접촉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강남의 사무실과 논현동 자택까지 강북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장측은 당내 경선이나 대선을 염두에 둔 조직을 당장 출범시키지는 않겠지만 서울시 정무조직을 거의 그대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손학규 지사는 지방선거 이후 가장 성장성이 부각될 저평가주로 간주되고 있다. 손 지사는 영어마을 성공과 파주 LCD 공장 준공 등을 계기로 1% 대를 오가던 지지율이 4월 들어 3%를 넘어서는 등 서서히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고 있다.

손 지사는 6월 말께 그동안 경기지사로서 첨단기업을 유치하러 다니며 직접 보고 느꼈던 소회를 정리한 책자 출판기념회를 갖고 사실상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전해졌다.

손 지사는 또한 7~8월 중 여의도에 사무실을 열고 자신에 대해 상대적 호감을 갖고 있는 당내 소장파와의 접촉을 강화하면서 본격적인 대권레이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당내 계파 간 합종연횡이 변수로

당 일각에서는 소장파 리더인 원희룡 최고위원이 당권 경쟁을 뛰어넘어 바로 대권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점치기도 한다.

중도개혁그룹의 목소리를 높이고 원 최고위원 개인의 대권 야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전제를 깔고서다. 이럴 경우 소장파는‘대권-원희룡, 당권-남경필’카드를 꺼낼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방선거 승리에 이어 이대로만 가면 대권까지도 손에 넣을 듯한 한나라당. 그 기세에 비례하여 7월 전대를 전후해 당내 소장파와 중진그룹, 수도권과 영남지역 의원, 박근혜ㆍ이명박ㆍ손학규 세 잠룡이 당권과 대권을 향한 벌이는 힘겨루기는 더욱 더 복잡하고 치열해질 전망이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