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실용주의 개혁세력 통합 추진… 대선 행보 본격 의미

고건 전 총리기 마침내 대권행보에 본격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7월 중 가칭‘국민희망연대’(국민연대)모임을 결성해 중도실용주의 개혁세력의 연대 및 통합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김덕봉 공보특보는 2일 전화통화에서“7월 중 중도개혁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일반 국민을 중심으로 새로운 정치를 위한 국민운동 성격의 연대모임을 결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특보는 그러나 “정당 차원은 아니며 비정치인이 중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고 전 총리는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 정치권의 잇따른 ‘러브콜’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줄곧 링 밖에서 관전자로 남아 정치권의 변화를 예의주시할 뿐이었다.

5ㆍ31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 전 총리 지지그룹에서 향후 대권행보를 위해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했지만 끝까지‘불참’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조계사를 방문하거나 전국 목회자세미나 참석, 대학 특강 등 외견상 정치와 무관한 행보를 계속했다.

하지만 고 전 총리는 정치와 거리를 두면서 오히려 더 정치적인 숙려를 해왔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한 측근은 “총리에서 물러나 2004년 말 첫 특강을 하면서 사실상 대권에의 첫발을 내딛었다”면서“대선 출마를 공표할‘시기’를 고민해왔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고 전 총리의 강연정치가 본격화한 시점이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에서 1위를 달리던 때로 고 전 총리의 대권 플랜이 치밀하게 진행돼왔다는 것이다.

또다른 측근은 “지난 3월 고 전 총리의 자문그룹으로 출범한 ‘'미래와 경제포럼’은 사실상 GK(고 전 총리의 영문이니셜)의 대권도전을 구체화한 첫 단계로 볼 수 있다”며 “7월 국민연대 결성은 본격적인 단계에 들어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국민연대 결성식에서 고 전 총리가 내년 대선출마를 공식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고 전 총리의 변신(?)은 5ㆍ31 지방선거 결과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5ㆍ31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이 참패하면서 한나라당대권 주자들의 대항마로 고 전 총리의 주가가 상승하는 상황이다.

그래서 고 전 총리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 정계개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고 아울러 유동적인 대권 구도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해 ‘중도실용주의 개혁세력 연대’라는 카드를 꺼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선 구도서 유리한 고지 선점 포석

작년 9월 우리당을 탈당해 민주당에 입당한 대표적인 친 고건파인 신중식 의원은 최근 한 방송 시사프로에 출연, “우리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고건 전 총리 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전남 출신과 수도권 의원이 많고 충청권 의원도 일부 있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고 전 총리는 명실상부한 통합중도세력을 만들 수 있고 민주당은 중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우리당에서 고 전 총리에 우호적인 의원이 적게는 5명, 많게는 30명에 이르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한화갑 대표가 의원직을 상실할 경우 고 전 총리측에 흡수될 것이라는 견해가 있다. 그만큼 고 전 총리의 ‘국민연대’가 힘을 받을 여지가 있는 셈이다.

고 전 총리는 1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대는 가급적 각 분야 전문가, 비정치인이 중심이 되겠지만 정치인 배제가 금과옥조는 아니다”고 해 국민연대가 ‘고건 신당’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놨다.

국민연대에 참여할 인사는 고 전 총리가 발기인으로 돼있는 자문그룹 ‘미래와 경제포럼’ 멤버가 주축을 이루고 고 전 총리와 직간접의 인연이 있는 인사들이 지원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주요 인물로는 ‘미래와 경제포럼’회장인 이세중 전 대한변협 회장을 비롯해 김중수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김영환 선인터내셔널 대표, 최열 환경재단 대표, 강홍빈 서울시립대 교수(전 서울시 행정부시장), 김정탁 성균관대 교수, 고재방 광주대 교수, 박리라 G인터내셔날 대표, 우중구 엠피오 대표, 황병돈 변호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독자 정치세력화→신당 창당 수순 분석

정가에서는 고 전 총리측이 국민연대를 매개로 독자 정치세력화한 후 정계개편 과정을 봐가면 신당 창당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 시기와 폭은 선거 패배에 따른 책임론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여권의 내홍 정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그 윤곽은 6월 월드컵과 7월 재보선, 10월 정기국회 일정을 고려할 때 연말이나 돼야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2월 8일 인천 파라다이스 호텔에서 열린 새얼재단 고건 초청강연회에서 고건 전 총리가 강연을 마친 후 김근태 열린우리당 상임고문과 악수하고 있다. / 최흥수 기자

국민연대와 고건 신당의 성공여부는 고 전 총리의 흡인력과 정계개편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고 전 총리의 구심력은 범 여권 후보 중 지지도가 가장 높다는 데 있다. 이른바 ‘고건 현상’으로, 김지연 미디어리서치 이사는 “고건 전 총리는 확실한 지역(호남)기반을 갖고 있고, 전 계층ㆍ지역에서 고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고건 현상의 ‘실체(힘)’가 거품이 아니라며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고 전 총리가 통합 여권의 후보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코리아리서치 김덕영 대표는 “고건 지지율의 배경이 되는 ‘안정적 관리자’라는 이미지는 다분히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여당의 낮은 지지율에 따른 반사효과의 측면이 있다”며 ‘거품론’을 제기했다.

따라서 노 대통령이 국정운영의 틀을 바꿔 지지를 받거나 한나라당 후보가 누구이냐에 따라 고 전 총리의 지지율은 추락할 수 있고 ‘고건 신당’의 운명도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고 전 총리가 장내로 들어왔을 때도 지금처럼 지지도가 높을지 알 수 없다”면서 “정계개편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 설령 되더라도 몇 명의 의원이 합류할지 의문이며 자칫하면 정몽준 신당에도 못 미칠 수 있다”고 회의론을 피력했다.

그러나 여권에서 경쟁력 있는 대권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장고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대권 포석에 나서는 고 전 총리의 다음 수순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