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 대부도 선감마을 르포수도권과 인접한 어촌 체험마을… 바지락 · 참돌게 등 잡으며 신나는 갯벌 체험

경기 안산시 대부도(행정 지명 대부동)는 서해안과 바짝 얼굴을 맞댄 수도권의 관광 명소다. 본래 섬이지만 육지와 연결된 후로는 교통이 편리해져 행락객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졌다.

서해안 고속도로 비봉 IC를 빠져 나와 대부도로 가다 보면 탄도, 불도, 선감도 등 몇 개의 작은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아름답게 펼쳐져 외지인을 손짓한다. 물론 모두 내륙과 연결된 섬들이다.

이중 대부도와 바로 인접한 선감도는 신선이 내려와 맑은 물로 목욕을 했다는 전설에서 지명이 유래됐을 만큼 주변 경치가 빼어나다. 해양수산부가 어촌관광 진흥 대책의 일환으로 실시 중인 ‘아름다운 어촌 찾아가기’ 행사의 대상지로 올해 지정되기도 했다.

장맛비가 잠시 주춤한 가운데 햇빛과 바닷바람이 나들이하기에 안성맞춤이었던 지난 5일 선감마을을 찾았다. 진보랏빛으로 익어가는 포도밭과 녹음 짙은 수풀 사이로 군데군데 가옥이 자리잡은 마을은 인기척이 드물고 고즈넉했다.

“원주민들은 계속 감소 추세죠. 어촌계 회원으로 가입한 가구만 하더라도 2년 전에 비해 20가구 정도 줄었어요. 연세 많으신 분들은 점차 세상을 등지고 젊은 사람들은 계속 도시로 떠나가기 때문이죠.”

신상철 어촌계장(42)이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맨 먼저 털어놓은 마을의 현실이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 현상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농어촌이 겪고 있는 고질병이다. 교육 여건이 도시에 비해 열악한 까닭에 한창 자녀를 키울 나이의 청장년층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선감마을의 경우 어촌계 회원의 주류가 60~70대다. 게다가 20~30대가 주축을 이뤄야 할 청년회는 40~50대가 대부분이고 30대 회원도 고작 2명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마을에선 어린 아이들도 드물다. 내년에는 초등학교에 취학하는 아이조차 볼 수 없게 됐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이 고향을 등지는 데는 지역 경제의 침체도 큰 원인으로 작용한다. 선감마을은 과거 굴과 바지락 양식으로 짭짤한 소득을 올리던 곳이다. 특히 마을 앞으로 펼쳐진 광활한 갯벌은 최상급 바지락의 황금어장으로 유명했었다. 그 덕분에 어업 소득은 가구 전체 수입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봄철만 되면 애써 키운 바지락이 집단 폐사하는 안타까운 일이 이어지고 있다. 올 봄에는 전체 바지락의 절반 가량이 떼죽음을 당하는 큰 손실을 입었다. 마을 주민들은 명쾌한 원인 규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수산 당국에서도 아직까지 속 시원한 답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온 주민들에게는 짚이는 게 몇 가지 있다. 이와 관련, 신상철 어촌계장은 “시화 방조제가 들어선 이후 인근 해역의 해류 흐름이 방해를 받아 어장이 죽고 있다”며 “또한 1990년대에 비해 2~3도 상승한 해수 온도와 해양 오염 등도 원인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주 소득원이 점차 줄어들다 보니 마을 주민들도 먹고 살기 위해 다른 생업을 찾아 나설 수밖에 없다. 그 중에서도 포도 농사는 가장 유력한 생계 수단이 됐다. 현재 포도 재배를 포함한 농사일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마을 전체 소득의 70%를 차지한다. 어업과 농업 수입의 비중이 크게 역전된 것이다.

이경윤 통장(46)은 “선감마을이 전형적인 ‘반농반어(半農半漁)촌’이기는 해도 예전에는 주민들이 농사 지을 생각을 안 했다. 바다에만 갔다오면 수입이 생겼으니까 필요를 못 느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농사 짓지 않고는 생계 유지가 안 된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어업 여건 악화로 인한 수입 감소는 우리 어촌이 공통으로 직면한 문제다. 간척 사업으로 갯벌이 많이 사라진 서해안 지역 어촌의 어려움이 특히 크다는 게 어민들의 지적이다.

정부에서도 수 년 전부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어촌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역점을 두는 시책은 어촌 특유의 자연 환경과 생활 문화 등을 적극 활용하는 관광 사업의 추진이다. 어촌 체험마을 조성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해양수산부는 2001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 112개 어촌을 체험마을로 탈바꿈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국고에서 50%, 지방비에서 45%의 예산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해당 어촌에 관광 안내소를 세우고 진입로, 주차장 등을 설치하는 등 도시인들이 쉽고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관광 기반시설을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으로 방문객 만족도 높아

선감마을은 지난해 7월 관광 안내소가 준공되면서 본격적으로 방문객을 받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어촌 체험마을로 거듭나고 있다.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볼거리, 먹을거리는 물론 인정 넘치는 주민들의 체험 안내가 입소문을 타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 지난 6월에는 한 달 동안 무려 1,800여 명이 다녀가는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체험마을 운영에는 40~50대 어촌계 회원들과 부녀회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평상시에는 당번제로 돌아가며 안내를 맡지만 방문객이 수백 명씩 몰리는 날에는 회원들이 만사 제쳐놓고 총출동한다.

▲ 선감마을 신상철 어촌계장 / 박철중 기자

체험 프로그램도 아주 다양하다. 그중 백미는 역시 갯벌 체험이다. 선감마을 앞바다는 썰물 때면 바닷물이 3km 이상 빠져나가 엄청난 넓이의 갯벌이 펼쳐진다. 이곳은 굴, 바지락, 참돌게 등이 지천으로 깔린 말 그대로 생태계의 보고다. 눈썰미와 손재주가 있다면 칡게나 낙지 등도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다. 물론 갯벌 진흙에 뒹굴며 머드팩 마사지를 즐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즐길거리이다.

물이 무릎 높이 정도로 다시 차올 때는 후리질 낚시 재미가 그만이다. 약 120m 정도 길이로 그물을 친 뒤 안에서 퍼덕이는 숭어, 망둥어 등을 잡다 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웃음소리가 그칠 새가 없다. 이것으로 성이 안 차는 낚시광들은 어선을 타고 멀리 충남 당진 앞바다까지 바다낚시를 떠날 수도 있다.

이밖에 지역 특산물로 바지락 칼국수나 조개구이 등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거나 인근 어촌 민속전시관에 들러 어민 생활상 등을 견학하는 것도 필수 코스다. 앞으로 선감마을에는 수영장, 바다 낚시터, 갯벌 축구장 등 레저 스포츠 시설도 추가 설치될 예정이어서 방문객들의 만족도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선감마을을 비롯해 일부 어촌이 체험마을 사업으로 조금씩 활기를 되찾고는 있지만 이제 첫걸음을 뗐을 뿐이다. 이런 사업이 일시적인 유행에 그친다면 우리 어촌은 언제든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 그 때문에 도시와 어촌의 교류를 하나의 새로운 문화로 정착시켜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가고 싶은 어촌, 살기 좋은 어촌. 도시인들이 어촌의 현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어민들과 손을 잡고 마음을 합치면 그 꿈은 결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