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성훈 벅스 사장올해는 재도약 기틀 다지는해… 파일벅스 등 신규 서비스 수익모델 확신

“올해는 디지털 음악 산업이 기틀을 다지는 도약의 한 해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3년 후쯤이면 활짝 꽃을 피울 수 있겠죠.”

국내 음악 포털 서비스의 강자 벅스㈜의 박성훈 사장은 “온라인 음악 시장이 유료 시장으로 새롭게 재편되면서 벅스가 다시 한번 재도약의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1999년 국내 최초의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로 각광을 받기 시작, 회원 수가 1,800만 명까지 육박, 온라인 음악 시장의 선두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벅스는 지난해 유료화를 시작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최근 유료화 8개월 만에 유료 회원(이용자) 100만 명을 넘어서며 제도권 온라인 음악 시장에서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

“국내 온라인 음악은 3년 이내에 1조원 이상의 시장이 형성될 것입니다.” 박 사장이 앞으로 벅스의 성장을 낙관하는 데는 달라진 음악 시장 환경과도 관련이 깊다.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에 이어 소리바다 등 P2P업체들까지 최근 유료화에 가세하면서 제도권 온라인 음악 시장이 본격적인 성장의 흐름을 타게 될 것이라는 확신에서다.

“인터넷에서 음악을 듣거나 파일을 다운 받는 유저들 사이에서도 이제는 ‘제 값을 내고 음악을 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형성되고 있어요.”

박 사장은 “인터넷을 통한 디저털 음악 유통이 불법여부 논쟁을 거치면서 이제는 소비자 의식도 바뀌게 되었고 그 결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게 될 분기점에 와 있다”고 진단했다.

"무료 음악 원천차단 될 것"

하지만 벅스나 소리바다가 유료화됐더라도 웹하드나 포털 등 여전히 무료로 인터넷에서 음악을 듣거나 저장 유통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 현실.

이에 대해 박 사장은 “무엇보다 무료로 음악을 듣거나 저장하는 구조는 앞으로 원천 차단될 것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며 “또 아직까지 남아 있는 인터넷에서의 무료 공간들도 예전보다는 빠른 속도로 정리되거나 유료화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온라인 음악 시장 낙관론이 단순히 상업 윤리적인 측면에서의 유료화 정당론에만 근거를 둔 것은 아니다.

박 사장이 내세우는 근거는 바로 서비스 차별론이다. “8년여 동안 벅스가 음악 서비스 사이트를 운영해 오면서 축적해 놓은 운영 노하우와 기술력, 컨텐츠 데이터 베이스가 있습니다. 그 기술과 서비스는 어느 누가 하루 아침에 따라올 수 없는 것이지요.”

박 사장은 “출발은 스트리밍이었지만 앞으로 벅스는 더욱더 다양하고 편리한 디지털 음악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고 그러면 자연히 등돌린 유저들이 다시 벅스로 찾아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벅스는 기존의 음악 스트리밍 일변도에서 최근 ‘파일벅스’ ‘초간편 CD굽기’ ‘벅스 윙’ 등 새로운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파일벅스란 MP3 전용 다기능 웹하드. 자신이 보유화고 있는 MP3 파일을 올린 후 인터넷이 되는 곳 어디서나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신개념 MP3서비스다. 벅스는 파일벅스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무제한 용량의 웹하드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는 등 공세적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벅스는 앞으로의 매출도 자연히 파일 벅스 등 신규 서비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사장은 “현재 수익의 70% 정도인 스트리밍 의존도가 앞으로는 역전돼 파일벅스 등에서 60% 이상의 수익이 기대된다”고 털어놨다.

매출도 현재 한 달 13억원 이상을 올리는 등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올 한 해 200억원을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사장은 이를 위해 벅스 서비스의 모토를 ‘보다 쉽고 편하고 빠르고 친절하게’로 강조한다.

“지난 2002년 100억원의 매출에 10억여 원의 순익을 기록했습니다. 이때 급성장의 기반을 마련하며 쭉쭉 뻗어갈 줄 알았는데 그만 불법여부 논쟁과 소송에 휘말리며 주저앉았지요.” 박 사장은 “지난해 창사 이래 매출이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는 등 어려운 상황을 이겨냈다”며 “올해는 모든 문제가 마무리된 만큼 성장의 기틀을 다지는 첫 해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또한 “온라인 음악의 미래는 강자만이 살아남게 되는 시장으로 재편될 것”으로 전망한다. “3~4년 후면 벅스를 비롯해 인터넷 상에서 몇몇 디지털 음악 업체들만이 자리잡고 있을 확률이 큽니다." 서비스와 우수한 컨텐츠 등을 제공할 수 있는 곳으로만 소비자들이 몰려들게 되고 나머지 군소업체들은 도태하게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때문에 박 사장은 디지털 음악 시장에 거대 자본이 진출하는 것을 위기이자 또 다른 기회로 본다. 얼마 전 CJ가 메디오피아를 인수하고 SKT가 멜론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대기업과 재벌들이 온라인 음악 시장에 보이는 관심도가 예사롭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벅스도 몇몇 대기업으로부터 제휴나 투자 관련 제의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협상이 여의치 않아 수포로 돌아갔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변하느냐에 따라 또 다른 기회가 있겠지요.” 박 사장은 “지금 당장 그럴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인터넷 음악 시장도 대기업 구조로 갈 공산이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거대자본 진출은 위기이자 기회

“만약 대기업이나 대자본과 협력하거나 제휴해야 할 필요가 있게 되면 상생을 위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박 사장은 앞으로 온라인 음악 시장에서 적잖은 M&A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박 사장은 “대자본이 뛰어들어 덩치가 큰 자본 경쟁이 일어난다면 벅스도 대응을 해야 하는데 반드시 M&A가 필요한 상황이 닥친다면 이를 수용할 용의는 있다”며 “그렇다고 벅스의 미래 목표가 M&A라거나 M&A를 당장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어쨌든 벅스가 미래 온라인 음악 시장에서 절대강자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박 사장은 이를 위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술을 축적,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홍보대행사인 예스커뮤니케이션을 흡수하고, 로커스를 인수해 벅스인터랙티브라는 이름으로 코스닥 시장에 진출한 것들이 그런 노력의 일환들.

코스닥에 등록된 후 2만원 가까이 갔던 주가가 지금은 10분의1 수준으로 폭락하는 등 시련을 겪고 있는 박 사장은 “우선 결산 전까지 30억 이상의 매출을 올리면 자동으로 관리종목에서 벗어나게 되는데 이를 위해 결산 시기도 9월로 앞당겼다”며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수년 동안 이 사업을 해오면서 저라고 왜 응어리진 것이 없겠습니까. 지금 이 정도 시장을 키우고 벅스를 일구려면 1,000억~2,000억 이상의 돈이 필요합니다. 벅스는 그만한 값어치가 있는 기업입니다.”

경남 밀양 출신의 박 사장은 IT업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손꼽힌다.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을 4수 만에 포기, 음식점과 카페, 비디오 유통, 프랜차이즈 등 사업으로만 경험을 쌓아 오는 등 이채로운 경력을 가진 그는 “벅스가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 나가고 온라인 음악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갈지 관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