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종합직업전문학교 르포수료 후 6개월 동안 취업·직장 안착 도와… 교육비는 무료

10대 청소년과 50대 중년이 ‘급우’가 되어 공부하는 학교, 대학 졸업장을 가진 신입생이 30%가 넘는 학교, 교육 과정을 이수한 10명 중 8명이 좁은 취업문을 너끈히 통과하는 학교.

서울종합직업전문학교(교장ㆍ백승준)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이렇다. 하지만 궁금증은 오히려 더욱 커진다. 도대체 어떤 학교일까. 7월 19일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자리잡은 이 학교를 찾아갔다.

울창한 수풀로 둘러싸인 교정에 들어서니 20대 청년들이 서로 편을 갈라 땀을 흘리며 족구를 즐기고 있다. 여기까지는 여느 대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과 흡사하다. 그러나 건물 안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먼저 공예디자인과 문패가 붙은 교실로 들어가봤다. 40평은 족히 돼보이는 넓은 교실에선 학생들이 나무 재료를 매만지며 뭔가를 열심히 만들고 있었다. 나무를 깎고 다듬는 기계가 연신 소음을 내뿜었지만 그들은 전혀 귀에 거슬리지 않는 양 자신의 일에 골몰해 있다.

교실 가장자리에는 학생들이 실습으로 만든 공예품들이 자태를 뽐내며 진열돼 있다. 학생들은 각자의 사물함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었는데, 새로 구입한 신제품으로 착각할 만큼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진지한 눈빛과 분주한 손놀림은 실내디자인과 교실에서도 이어졌다. 이 교실 학생들은 각자 큼직한 캔버스 위에 자와 연필로 복잡한 도면을 그려나가고 있었다. 직접 실내 인테리어를 구상하고 도면으로 구체화하는 수업 시간이었다.

5개월째 기술을 연마하고 있는 한 20대 후반의 여성은 “기초 지식도 없는 상태에서 입학했지만 이제는 집에서 쓰는 각종 소품을 직접 만들기도 할 만큼 실력이 붙었다”며 “고교 졸업 후 단순 사무보조 일만 해왔는데 앞으로는 건축이나 인테리어 회사에 취업해 전문가로 크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창범 실내디자인과 교사는 “명예퇴직한 40~50대 남성들은 창업이나 재취업을 하기 위해 입학한 경우가 많고 주부들은 자기계발이나 남편의 사업을 돕고자 기술을 익히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이 학교 학생들은 나이에 따라 두 부류로 나눌 수 있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중반의 경우는 자신의 첫 번째 직업에 필요한 기술을 배운다면, 나이가 그보다 많은 경우는 ‘인생 2모작’을 꿈꾸며 새로운 기술을 갈고 닦는 것이다.

의상디자인과의 ‘청일점’ 최창호(35) 씨는 후자에 해당한다. 그는 지난 7~8년 동안 목조 주택이나 펜션을 지어온 베테랑 목수였지만 어느날 문득 다른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나이를 더 먹으면 평생 목수 일만 할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래서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최 씨는 “오래 고민한 끝에 향후 고부가가치 직종이 될 것 같은 의상디자인에 승부를 걸기로 마음 먹었다”며 “이곳에서는 짧은 기간이지만 원단 선택부터 의상 제작까지 의류 산업의 전 과정을 익힐 수 있어서 꽤 만족한다”고 말했다.

최 씨의 의상디자인과 급우들은 대부분 30~40대 주부들이다. 어느 정도 아이를 기른 후 다시 일을 하고 싶은 욕구 때문에 뒤늦게 기술을 익히고 있다. 학습 진도가 빠른 몇몇 주부는 벌써 자기 옷을 직접 지어 입고 다닌다고 한다.

서울종합직업전문학교는 서울시가 시민들의 직업능력 개발과 자기실현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한 직업훈련 교육 기관이다. 서울시가 예산을 대고 한국천주교 살레시오 수도회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서울에 주민등록이 돼 있는 만 15세 이상, 55세 이하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고, 서류 및 면접 심사를 통과한 교육생들은 전액 무상 교육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 김지곤 기자

대학원, 대학교, 전문대학 졸업자들도 매년 평균 35% 정도 입학하고 있는데 명문대 출신자들도 적지 않다. 이들 중에는 “대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는 취업에 큰 도움이 안되더라”는 입학 소감을 밝히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수년째 지속되는 취업난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몇 년 전부터는 교육부와 협의를 통해 인문계 고등학교 3학년 직업반 학생들도 받고 있다. 이들은 형이나 누나, 삼촌뻘 되는 급우들과 함께 공부하면서 1년 만에 몰라보게 달라진다고 한다.

이에 대해 최기문 취업정보과장은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했던 아이들이 인생 경험이 많은 급우들에게 조언도 듣고 격려도 받으면서 인성 면에서 훌쩍 크는 것 같다”며 “또한 이들 중 80% 정도는 특별전형으로 대학 진학에도 성공해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부모들이 너무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교육생을 가르쳐서 내보내는 데 그치지 않고 수료 후 6개월 동안은 ‘취업 애프터서비스’를 실시한다. 취업 알선에서 직장생활 상담까지 수료생의 직장 내 안착을 최대한 돕는 활동이다. 아울러 협력업체를 꾸준히 발굴하고 유대관계를 맺어 수료생을 보다 나은 조건으로 취업시키는 데도 힘쓰고 있다.

덕분에 수료생의 취업률은 썩 괜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는 78%였는데 올해는 80%로 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수요 업체들이 주로 젊은 사람들을 찾고 나이 든 수료생은 꺼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용접이나 기계 등 구인난을 겪는 이른바 ‘3D업종’에는 40~50대 수료생들의 취업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라고 한다.

한쪽에선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에서 밀려나고, 다른 쪽에선 일손을 못 구해 발을 동동 구르는 우리의 씁쓸한 고용 현실이 잘 드러나는 한 단면이다.

이와 관련, 최기문 과장은 “우리도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면서 중장년층, 노년층의 고용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며 “앞으로 이들의 재취업 활로를 열어주기 위한 사회적 노력을 함께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종합직업전문학교 교육 과정

서울종합직업전문학교는 주간 1년 과정 8개과, 주간 6개월 과정 3개과, 야간 6개월 과정 8개과 등 총 19개과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수용 능력은 연인원 1,100여 명이다.

계열별로 살펴보면 기계 계열에 자동차정비과, 전산응용가공과가 있고 산업설비 계열에 건축환경설비과, 보일러과, 특수용접과가 있다. 또 산업디자인 계열로는 광고디자인과, 전자출판과가 있고 건축공예 계열로 건축인테리어과, 공예디자인과, 실내디자인과가 있다. 마지막으로 가정 계열에는 의상디자인과, 조리과가 운영되고 있다.

상세한 커리큘럼과 모집 요강 등은 인터넷 홈페이지(www.sevo.or.kr)을 참조하면 된다. 문의 전화는 (02) 440-5500.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