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민항 제주항공 운항 석 달째… 노선 확대, 탑승률 높아 일단 성공… 일부 결항 문제도

“2년만 버티면 일단 안정궤도에 접어들 수 있겠지요.” “글쎄, 2년 갖고 되나요? 적어도 5년은 걸리지 않을까요?” 저가항공인 제주항공의 출범을 놓고 일부 항공 전문가들이 털어 놓은 말이다.

화제와 논란 속에 지난 6월 5일 서울-제주 간 첫 운항을 시작한 제주항공이 출항 석 달째를 맞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어 ‘제3민항’의 기치를 내걸고 출발한 제주항공은 과연 연착륙할 수 있을까.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받으며 첫발을 뗀 제주항공은 2개월여의 운항 과정을 거치면서 일단 절반의 성공을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제주 노선은 연일 만원에 가까운 탑승률을 기록하고 있고 서울-김해, 서울-양양 등 추가 노선도 속속 개설되고 있어서다. 25일부터는 김해-제주 노선도 취항한다. 몇 차례 비행기가 고장을 일으켜 운항이 지연되거나 취소되는 경우도 있었지만 다행히 영업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정도의 파급은 미치지 못했다.

우선 제주항공의 제1 노선이자 핵심 노선이라 할 수 있는 서울-제주 노선의 탑승 실적은 매우 고무적이다. 운항 첫 달인 6월의 탑승률만 84%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더니만 7월에는 90%,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 8월에는 무려 98.5%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여객기가 80% 이상의 좌석을 채울 경우 성공적인 노선으로 간주되는 점에 비춰볼 때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서울~제주 노선 "만석"

특히 제주 노선 중에서도 비수기로 꼽히는 6월에 80% 이상의 좌석을 메웠다는 것은 항공업계에서도 이변으로 받아들여질 정도.

8월 들어 기록한 100% 가까운 탑승률도 사실은 100% 이상으로 평가된다. 실제 예약은 100%를 넘었지만 고객이 항공기 출발 전 정시에 나타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1.5%의 빈 좌석이 생겼다는 것. 실질적으로 8월 들어서는 운항하는 제주행 항공기마다 ‘만석’인 셈이다.

제주항공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문의전화 건수에서도 드러난다. 6월 5일 첫 비행일에 제주항공으로 걸려온 전화만 무려 1만5,000여 통. 전체 직원이 270여 명에 불과한 제주항공은 이날 고객들의 문의 전화를 소화하느라 심한 홍역을 치러야만 했다.

지금도 하루 평균 전화 문의만 3,500~4,000통이나 된다. 때문에 인터넷시스템으로 대부분의 예약 등 업무를 처리하려 했던 제주항공은 뒤늦게 콜센터를 만들고 직원들을 채용, 훈련시키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처럼 서울-제주 항공 노선만을 놓고 보면 제주항공은 출항 2개월 만에 눈부신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탑승률로만 보면 시장점유율이 3%에 달한다. 기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포함해 서울-제주 노선 비행기 좌석 수로는 2.7%에 불과하지만 탑승률이 이보다 높다는 것은 다른 항공사보다 ‘비행기 좌석 수를 채우는’ 고객 비율이 높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의 전망이 핑크빛 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두 번째로 취항한 구간인 서울-김해 노선에서는 연일 부진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6월 취항을 시작했지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의 수성 전략에 밀려 힘을 못쓰고 있는 형편. 탑승률은 22%를 밑돌고 있는데 8월 초에는 비행기 고장과 수리로 5일 연속 결항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특히 서울-김해 노선은 KTX 노선 공사가 완료되는 대로 서울-부산간 운항 시간이 지금보다 훨씬 짧아질 예정이란 점도 제주항공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드는 요소다.

한편 8월 7일 취항을 시작한 서울-양양 노선은 무난한 출발을 보이고 있다. 예약률은 60% 내외. 대한항공이 취항하다 포기한 지역이지만 양양공항 시설이 국제적인 수준인 데다 이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지방자치단체의 의욕까지 가세, 제주항공은 이 노선에도 적잖은 기대를 걸고 있다.

특히 관광노선으로 여겨지는 이 노선을 활성화하기 위해 제주항공은 인근 관광시설과의 공동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나섰다. 이미 설악 켄싱턴호텔과 제휴, 항공권과 객실을 함께 연계한 상품을 내놓았고 10월 오픈 예정인 골든비치컨트리클럽과도 주말 골퍼들을 위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이 골프장은 양양공항 바로 옆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제주항공이 고객 확보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일단 순조롭게 이륙한 제주항공은 여세를 몰아 추가 노선 취항과 기존 노선 증편에 적극 나서고 있다. 황금노선인 서울-제주 노선은 하루 왕복 5편에서 7편으로 늘릴 예정이다. 또 서울-양양 노선도 하루 왕복 2편을 유지해 연말까지 전국에 걸쳐 왕복25회 운항을 계획하고 있다. 적잖은 고객 확보가 예상되는 김해-제주 노선도 개설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장 따른 운행차질 "흠"

한편 서울-제주 노선의 경우 제주항공의 취항에도 불구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고객이 줄어들지 않았다는 점은 이례적인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오히려 양대 항공사의 여름 고객은 예년과 거의 같거나 1~2% 늘어났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

제주항공 김용호 영업운용본부장은 “이는 제주항공의 출범이 양대 항공사의 기존 고객을 잠식하기보다는 신규 수요를 창출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분석했다. 제3민항의 출범이 업계에 긍정적 효과를 미친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근거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아직까지는 예약시스템이나 스케줄 변경 등의 처리 과정과 절차가 번거롭거나 부드럽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출항 2개월여 동안 항공기의 고장이나 수리로 적잖은 물의를 일으킨 것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신생항공사라 서비스 수준은 양대 항공사보다 미비해 숙제로 남아 있다.

성공할 수 있는 이유
싼 값 매력에다 제주도 출자까지 이끌어내

"저희는 저가항공사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제3민항'이라고 불러 주세요."

제주항공 관계자들은 저가항공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항상 이런 반응을 보인다. '저가'라는 표현이 '싸구려'라는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내심 저가항공을 표방했던 한성항공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연상될까 우려해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항공사보다 싼 값에 비행기를 탈 수 있다는 '저가'의 매력은 제주항공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핵심적인 경쟁력이다.

제주항공의 서울-제주 요금은 5만~6만원 대. 주중, 주말, 성수기 비수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지만 어쨌든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요금의 70%대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제주항공의 전략이다. 4인 기준 한 가족이 제주를 다녀올 경우 항공료로만 10만원 이상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잇점이다.

또 제주항공은 일반 상업 항공사와 달리 제주도도 직접 출자에 참여했다는 점이 또 하나의 플러스 요인이다. 애경그룹(75%)과 제주도(25%)가 공동 출자, 민관 합작법인 형태로 설립됐는데 이는 제주도민의 제주항공 사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때문에 제주도민들은 제주항공을 적극 이용할 확률이 높다.

애경 홍보팀 최지혜 대리는 "도민들이 제주항공에 대해 주인의식을 갖게 되는 데다 특히 서울-제주간 항공요금이 '너무 비싸다'고 평소에 생각했기에 제주항공사의 등장은 기쁜 소식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는 내륙과 내왕이 잦은 도민들이 제주항공을 상시 애용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제주항공으로서는 처음부터 큰 고객을 확보하고 이륙하는 셈이다.

또 저가항공의 성공은 이미 세계적 트렌드이기도하다.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성공에서 비롯된 저가항공사의 부상은 유럽을 거쳐 동남아에서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국 시장 여건 또한 이제는 저가항공사의 존재가 필요할 만큼 충분히 성숙돼 있다는 평가다.

성공하기 힘든 이유
제주 이외 노선 썰렁… 수익성 갉아먹을 듯

8월 서울-제주 노선 탑승율 98.5%. 만석에 가까운 탑승율은 언뜻 제주항공의 성공을 낙관적으로 보게 만드는 수치다. 하지만 그런 호조가 다른 노선에서도 그대로 적용될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서울-김해 노선. 제주항공은 제주에 이어 6월 김해에도 항공편을 띄우기 시작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기만 하다. 겨우 20%를 갓 넘는 탑승율. 이대로 계속 가면 현상유지는커녕 적자노선을 면하기 어렵다.

제주항공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서울-제주 노선은 항상 수요가 넘치는 구간이라 좌석 수를 채우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하지만 김해 노선의 경우 기존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의 틈새를 파고들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또 재개된 서울-양양 노선도 '대박' 보다는 '평년작' 수준이어서 당분간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때문에 제주 이외의 다른 노선에서 수익을 내지 못하게 되면 제주항공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제주 노선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을 여차 하면 다른 노선에서 까먹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 때문.

또 저가항공사의 성공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이긴 하나 나라별로 일정한 편차를 보이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일례로 우리와 사정이 엇비슷한 일본은 저가항공사가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나름대로 자리는 잡았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나라들에 비해 성장이 크게 더딘 편.

특히 취항 초반 홍역을 치렀던 고장이나 결항, 지연 운항, 서비스 미비 등은 제3민항으로서 결실하게 자리를 잡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들이다. 제주항공 박미영 홍보대리는 "신생항공사로서 짧은 기간인 2개월 만에 틀을 갖추는 데 성공하고 있다"며 "고객 불편이나 미비점이 개선되도록 발빠른 조치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원식 기자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