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1년 사우스웨스트가 효시… 전 세계서 100개 사 눈부신 선전

1971년 미국 댈러스, 휴스턴, 샌안토니오 사이를 운행하는 작은 지역 항공사 하나가 생겨났다. 이때 비행기는 단 3대.

설립 2년째인 73년부터 흑자를 기록하더니만 89년에는 매출 10억 달러를 돌파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지금은 주식 시가총액이 노스웨스트, 델타 등 미국 6대 메이저항공사의 시가총액을 합한 것보다 많을 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저가항공의 성공사례 효시로 일컬어지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이야기다.

저가항공은 통상적으로 저임금, 효율성이 높은 중형 비행기, 25분 내외의 빠른 턴어라운드 타임(이착륙 준비시간), 인터넷 예약시스템 등 저비용 구조를 기반으로 국내 또는 단거리 국제노선에 취항하는 항공사를 말한다.

유럽시장 점유율 11% 돌풍

처음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보편화된 저가항공은 현재 세계적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최근 몇 년새 싱가포르, 말레이지아, 태국 등 동남아에까지 저가항공이 등장, 탄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을 정도. 이들 동남아 국가에서는 특히 정부 차원으로 저가항공 육성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쳐 저가항공사들이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현재 20여 개 업체가 영업 중인데 10여 개 항공사가 새로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저가항공사가 활성화된 유럽에선 현재 60여 개의 저가항공사가 영업 중이며 유럽 항공여객 시장의 11%를 차지하는 등 고속성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도 사우스웨스트 말고도 제트블루, 에어트랜 등 20여 개 업체가 저가항공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내 저가항공 시장점유율은 무려 25%에 이른다.

저가항공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성공 요인은 다양하다. 말 그대로 저렴한 항공요금이 기본인데 우선 기종을 B737로 통일해 항공기 유지 관리와 훈련 비용, 부품 재고를 최소화시킨 덕분이다. 또 이착륙 준비시간을 대형항공기에 비해 짧은 25분으로 유지함으로써 항공기 운항 횟수와 이용 효율을 극대화했다.

기내식 없애고 발권업무 직접

규모가 크고 번잡한 도시의 대표 공항보다는 비교적 한적한 제2공항을 이용해 항공기 이용료를 절감하고 운항 스케줄을 변동없이 정확하게 유지한 것도 큰 경쟁력이 됐다. 또 발권 업무를 직접 수행하고, 기내식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거나, 지정석과 일반석 좌석 구분을 없애고, 인터넷 예매서비스를 주로 하는 것도 항공료를 낮출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이 같은 저가항공사의 부상은 시장 자유화와 규제완화에 힘입은 바 크다.

건설교통부에서 오랜 기간 항공업무를 담당해왔고 저가항공사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있는 제주항공의 함대영 고문은 “비용을 최대한 줄여 가격 경쟁력을 높인 저가항공사들이 기존 대형항공사들이 놓치고 있던 틈새 시장을 위주로 속속 시장에 진출해 자리를 굳히게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우스웨스트도 미국 내 30개 주 59개 공항에서 하루 2,800여 편을 운항할 정도의 대형 항공사로 성장했다. 직원 수만도 무려 3만4,000여 명이나 된다.

유럽에서 가장 성공한 저가항공사로 떠오른 라이언에어도 1985년에 15인승 소형 항공기로 아일랜드 남동쪽의 워터포드에서 런던을 잇는 노선으로 시작했다. 창립 10주년인 1995년에는 아일랜드에서 가장 큰 항공사가 되었다. 2,000년부터는 인터넷을 이용한 예매서비스를 시작하면서 2003년 연간 2,400만 명을 운송하는 유럽의 3대항공사로까지 발돋움했다.

라이언 에어는 현재 16개 국가 91개 도시 180개 노선에 취항하고 있으며 이익률은 업계 최고 수준인 20%에 달한다. 라이언 에어의 성공도 역시 마케팅과 관리 및 서비스 관련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 기존 항공사의 4분의1 또는 3분의1 수준의 저렴한 항공요금으로 유럽 내 여러 도시를 연결시켜준 덕분이다.

동남아에서는 에어아시아의 성장이 눈부시다. 말레이시아의 제2민항이었던 에어아시아는 2001년 12월 사우스웨스트와 라이언에어를 벤치마킹, 아시아 최초의 저가항공사로 전환했다. 설립 당시 국내선만을 운행하던 에어아시아는 현재 태국, 싱가포르 등지까지로 운항 폭을 늘리며 아시아에서 성공적인 저가항공사로 자리잡고 있다.

에어아이사의 표어 ‘이제 누구나 비행할 수 있습니다”에서 알 수 있듯 저가항공은 많은 사람에게 항공여행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모토로 삼고 있다. 국내에서 제3민항으로 출범한 제주항공 역시 이런 저가 전략을 벤치마킹했다.

제주항공이 항공요금을 내릴 수 있는 이유도 다른 나라의 저가항공사와 비슷하다. 대형 제트비행기가 아닌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축에 속하는 프로펠러기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 그것도 일시불로 구매해 부담이 높은 리스료의 짐을 덜고 덩달아 감가상각비와 보험료도 절약하고 있다.

또한 프로펠러기는 제트 기종에 비래 좌석이나 운항 시간당 연료 소모량이 낮은 편이다. 중량도 적어 공항 착륙료나 소음 부담금, 조명료 등이 적게 드는 것도 비용 절감을 가능케 한다. 그리고 인터넷 예약제를 시행하고 기내 서비스도 최소화했다.

신노선 개발노력 등 뒤따라야

하지만 해외의 저가항공 성공 사례가 국내에 그대로 적용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시장의 크기 차이. 미국에서 사우스웨스트가 성공한 데는 예전에 없던 ‘저가 전략’이라는 점도 작용했지만 신설 개척 노선의 확장과 개발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에서 대도시를 거치지 않고 중소 도시 간을 직접 찾아 다닐 수 있는 항공편에 대한 수요가 이미 존재했고 그것이 저가 전략과 맞아 떨어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국내선만으로 이런 신규 수요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해외에서 입증된 저가항공사의 성공이 국내에서도 그대로 보장될 것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아직 무리라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