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TV 서비스는 불법" 비판… 하나로텔 "부가서비스" 일축

“현재의 상태와 규정대로라면 하나TV는 명백하게 불법사업자로서 방송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로텔레콤이 VOD 서비스인 ‘하나TV’의 보급에 본격 나서면서 케이블TV업계와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TV포털 서비스인 하나TV도 하나의 방송사업이다’는 케이블TV 진영의 주장과 ‘하나TV는 단순히 통신사업 중에서 하나의 부가서비스에 불과하다’는 하나로텔레콤의 입장이 팽팽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것.

이와 관련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연일 하나TV와 관련한 질의와 서비스 중단 조치를 관계기관에 건의하거나 요청하는 등 경계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는 상황. 하지만 하나로텔레콤은 “전혀 동의하지 못하겠다”며 케이블TV협회측의 주장을 무시하는 등 양측의 공방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사실 일반인들은 양측의 갈등이 시청률 문제에서 비롯된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다. 하나TV의 등장으로 다양한 전문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케이블TV의 시청률이 떨어져 ‘밥그릇’을 뺏기는 데 대한 우려가 아니겠느냐는 것.

하지만 실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하나TV가 제공하기 시작한 VOD(주문형 비디오) 서비스를 케이블TV 사업자들도 각 방송국(SO)별로 실시하고 있다. 즉 많은 자금을 투자한 디지털 방송사업의 핵심이랄 수 있는 VOD서비스 사업을 놓고 케이블TV와 하나로텔레콤이 당장 부딪히게 된 것.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케이블TV의 VOD 사업은 방송면허를 취득한 케이블 방송국들이 방송법의 규제를 받으며 서비스를 벌이는 반면 하나TV의 VOD서비스는 이 같은 규제를 전혀 받고 있지 않는다는 데서 비롯되는 갈등도 크다.

이에 대해 케이블TV측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두 사업자가 같은 VOD 서비스를 벌이고 있다면 마땅히 같은 법 테두리 안에서 통제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케이블TV협회 김진경 홍보팀장은 “각 방송사들이 힘들게 사업자 면허를 따서 방송 사업을 하고 있고 또 VOD 방송도 여러 가지 규제를 받으며 시행하고 있다”며 “그런데 하나로텔레콤은 방송 사업자 면허도 없이, 규제를 받지 않으면서 방송 사업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하나로텔레콤은 힘 안들이고 혜택만 누리고 있으며, 규제의 형평성 차원에서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케이블TV협회는 하나TV가 방송이라는 근거로 하나TV의 ‘프로그램 편성’을 제시한다. 방송법에는 방송을 ‘방송프로그램을 기획, 편성 또는 제작하여 송신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는데 하나TV 역시 2만5,000여 개의 프로그램을 편성해 결국 시청자에게 서비스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하나TV 역시 케이블TV처럼 셋톱박스를 사용하면서 TV프로그램을 시청하는데 왜 하나TV만 방송사업자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하나로텔레콤측은 “이미 관련 부처와의 충분한 사전협의 및 법적 자문을 완료한 후에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하나TV는 초고속인터넷의 부가서비스로 정보통신부에 약관 신고를 완료하는 등 이미 법적 기준과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제공되고 있다”고 케이블TV측의 주장을 일축하고 있다. 또 “정보통신부도 VOD서비스에 대하여 지난 3일 VOD를 방송으로 규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하나TV는 방송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고 반박한다.

당장 케이블TV측은 하나TV와 디지털VOD 서비스 가입자 유치를 둘러싸고 한판 대결을 벌여야만 한다. 하나TV 가입자의 80%가 케이블TV에도 가입, 중복돼 있는데 조만간 이들이 두 방송 중 한 가지를 버리고 나머지 하나를 선택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케이블TV협회측은 만약 케이블TV가입자가 줄어 드는 등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면 그 부분에 있어 손해배상소송도 불사하겠다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불법사업자로 인한 피해이기 때문에 충분히 소송 대상이 된다는 논리다.

현재 케이블TV의 디지털VOD 가입자는 18만 가구에 달한다. 하나TV 가입자 3만5,000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임에도 케이블TV측이 염려하는 것은 사업의 규모 차이. 즉 케이블TV 방송국은 지역단위로 영세한 개별사업자로서 전국 단위의 거대사업자인 하나로텔레콤과 대결해야 한다는 피해의식도 작용하고 있다. 또 IP TV의 본격 등장으로 케이블TV의 SO들이 위상과 역할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담겨 있다.

때문에 케이블TV협회는 방송위에 하나TV의 징계를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정보통신부에도 질의와 항의를 병행할 계획이다. 또 방송위원회의 유권해석을 토대로 하나TV를 불법방송사업자로 검찰에 고발하고 하나TV의 방송금지가처분 신청 소송도 고려중이다.

케이블TV업계의 한 관계자도 “하나TV를 이대로 놔둘 수는 없다”며 “이는 KT나 데이콤 역시 마찬가지다”라고 각을 세우고 있다. 나아가 최악의 경우 현재 케이블TV사업자들이 모두 방송사업자 면허를 반납하고 하나TV처럼 면허 없이 방송 사업을 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그럼에도 하나로텔레콤측은 요지부동이다. 케이블TV협회에서 검찰에 고발하면 무고죄와 업무방해죄, 신용훼손죄, 명예훼손죄 등의 사유로 검찰에 맞고발할 계획이며 법적 대응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케이블TV협회에서 하나TV가 방송법 적용 대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도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 하나TV가 방송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하나TV 서비스는 기획, 편성, 제작을 하지 않기 때문에 방송이라 볼 수 없다”며 “하나TV에는 재생될 콘텐츠의 종류, 내용, 분량, 시각, 배열은 모두 이용자가 정하거나 통제하므로 편성의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때문에 하나TV는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서 초고속인터넷의 부가통신서비스로 신고돼 있기 때문에 방송 서비스에 따른 규제를 받기보다는 담당 부처인 정보통신부에서 마련한 규제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하나TV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보다 더 발전된 서비스 및 이용자 후생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칠 것이고, 모든 것은 소비자들이 판단해 줄 것이라는 점을 믿습니다”고 깃발을 드높인 하나로텔레콤.

“하나TV는 방송의 틀 안으로 들어와야 됩니다. 굳이 하나TV를 무서워 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훗날 KT, 데이콤까지 대대적으로 나서면 파괴력이 지금보다 훨씬 클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문제점을 제대로 바로잡자는 것입니다”고 항전하는 케이블TV협회.

방송·통신 시장의 격변을 앞두고 양측의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서로 사활을 건 대전을 이제 시작하고 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