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 큰 비전 제시하며 경선 굳히기 시도이명박 - 'CEO 대통령' 내세우며 뒤집기 자신손학규 - 도덕성·개혁성으로 판갈이에 도전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8월 30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한국참언론인대상 시상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굳히기냐(박근혜측), 뒤집기냐(이명박측), 아니면 판갈이냐(손학규측).

한나라당 대선주자 ‘빅3’인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최근 대권 힘겨루기 초반 형세이다.

박근혜 전 대표측은 당 지지도나 여론의 추이를 볼 때 내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필승이 예상되는 만큼 현재의 정치지형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시 말해 정계개편의 가능성을 없애고(줄이거나) 한나라당이 분열 없이 대선까지 순항한다면 충분히 정권을 탈환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에는 현행 당헌·당규 상 경선방식이 사실상 대의원(20%)과 책임당원(30%)에 의해 결정되도록 돼 있어 2년여 동안 당을 이끈 박 전 대표에게 유리하다는 셈법도 깔려 있다.

실제 당 소속 기초의원(1,622명), 광역의원(557명), 기초단체장(155명), 중앙당 및 시도당 사무처 직원(210명), 그리고 전체 당원협의회장 243곳을 포함해 60% 이상이 친박(親朴) 성향을 보이고 있어 당장 경선을 하면 박 전 대표가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론이다.

따라서 현 구도에서 이명박ㆍ손학규 두 경쟁자가 현재의 경선 방식을 반대하고 오픈 프라이머리 국민 완전참여 경선제), 또는 국민참여 비율을 높이자고 주장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하지만 박 전 대표를 비롯해 다수 의원들이 현행 경선 방식을 고수, 내년 대선후보 경선은 현재의 틀에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대선주자들은 저마다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며 본격적인 대권경쟁을 준비하고 있다.

박 전 대표측은 ‘지도자론’과 ‘경제’를 핵심 키워드로 설정하고 9월부터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나서고 있다. 연말까지 두 경쟁자를 따돌린 다음 새해를 기점으로‘굳히기’에 들어가 일찌감치 대선 후보가 되겠다는 전략이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앞으로 대학 강연 등을 통해 한ㆍ미 관계, 정계 개편, 개헌 등의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고 미래 비전도 제시할 것"이라고 했다. 당 대표에서 국가 지도자로 이미지를 격상시키겠다는 뜻이다.

9월 말 독일, 10월에는 중국을 방문해 그곳 지도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여론이 변하면 당내 분위기도 바뀔 것”이라면서 현재의 경선 틀에 연연해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전 시장의 측근인 박영준 전 서울시 정무담당 국장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예에서 보듯 본선 경쟁력이 있는 주자가 마지막에 가서는 대선후보가 될 것”이라면서 “국민은 어느 후보가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구할 능력이 있는지 현명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역전을 자신했다.

박 전 국장은 또 “기존의 정치를 획기적으로 바꿀 복안도 있지만 지금은 국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정책, 즉 경제를 최우선시 하겠다”며 일단 경제쪽에 올인할 방침임을 분명히 밝혔다.

이를 위해 이 전 시장측은 ‘청계천 효과’를 국토 개발에 적용, 경제를 부흥시키고 전 국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경제정책과 청사진을 제시해 명실상부한 ‘CEO 대통령’의 진면모를 보여주겠다는 전략이다.

이 전 시장은 우선 다른 대선주자들과 차별화된 지도자의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 정책 대결에 시동을 걸었다. 지난 8월 8일, 경북 안동 방문으로 시작된‘파워 코리아 미래비전 정책탐사’가 첫 승부수다. 8월 말까지 전국을 돌며 권역별 거점산업 발전을 포함해 정책분야를 망라한 현장투어를 펼쳤다.

이와 함께 8월 17일부터는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 구상인 ‘내륙운하(경부운하)’ 탐사활동도 병행했다.

한 측근은 “경부운하와 박 전 대표가 매치가 되느냐”며 “경제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능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해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와의 차별성을 은근히 강조했다.

이 전 시장은 국내 정책탐사가 끝나는 대로 9월 말부터 해외순방에 나서 11월까지 2∼3차례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을 둘러볼 예정이다. 대상 국가로는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와 독일, 스위스, 네덜란드 등 서유럽 국가들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대책과 경제협력 구축 방안 등 정책들을 발표하고 외국 반응도 들어볼 생각이다. 또 이런 정책 구상들을 실천할 수 있는 재원조달 방법과 추진 시간표를 공약으로 집대성하기로 했다. 이 전 시장측은 “시장으로 있는 동안 여러 국가 지도자를 만난 만큼 과시형 지도자 회동보다 국가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찾는 데 전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병박 전 서울시장이 8월 18일 낙동강 사문진교 아래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왼쪽사진)
▲ 민심대장정에 나서고 있는 손학교 전 경기지사가 8월 16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배관 파이프 연결작업을 하고 있다.
▲ 이병박 전 서울시장이 8월 18일 낙동강 사문진교 아래에서 모터보트를 타고 탐사활동을 벌이고 있다. (왼쪽사진)
▲ 민심대장정에 나서고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8월 16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배관 파이프 연결작업을 하고 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정권은 민심의 바다에서 나온다”며 ‘100일간의 민심대장정’을 계속하고 있다.

손 전 지사는 6월 30일 퇴임식이 끝나자마자 배낭을 짊어지고 홀연히 민심대장정을 떠났다. 생생한 민중의 목소리를 듣겠다는 의지로 먼 길을 떠난 손 전 지사의 활동은 인터넷(www.hq.or.kr)에서 생중계돼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성식 정무특보는 “탄광, 논밭, 공장, 수해 현장에서 연일 땀을 흘리는 손 전 지사를 보면서 진정성을 느끼고 있다는 누리꾼과 당직자들의 격려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특보는 “손 전 지사는 남들처럼 재력도 세력도 없다”면서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진실된 정치를 하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100일 민심대장정이 끝나면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그런 기대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손 전 지사의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낮은 지지율에 대해 김 특보는 “손 전 지사의 진정성이 알려지고 지도자로서 박 전 대표나 이 전 시장과 구별되는 도덕성ㆍ개혁성 등이 국민에게 다가가 지지율이 10%만 되면 폭발적인 상승세로 이어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손 전 지사측은 박 전 대표와 이전 시장이 잇따라 외국 방문에 나서는 것과 관련 “지사 재임 4년 동안 지구 10바퀴를 돌며 외국기업을 유치하는 등 해외방문 경험이 풍부한 만큼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의 영남ㆍ보수 이미지와 이 전 시장의 개발 제일주의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치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희망이 있고 손 전 지사는 그런 희망을 제시할 자격과 능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내 소장 개혁파가 주축을 이룬 ‘수요모임’ 소속 남경필, 정병국, 원희룡 의원 등이 ‘100일 민심대장정’에 동참하면서 손 전 지사는 당 안팎에 상당한 원군을 얻었다는 자평이다.

대선을 1년 이상 남겨두고 있지만 9월 들어 한나라당의 세 잠룡의 대권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