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자본과 편집기획자 결합 '윈윈' 시스템… 별도 브랜드 내주고 편집서 홍보까지 전권 위임

출판계에 ‘1인 출판’이 확산되는 가운데 대형출판사를 중심으로 ‘임프린트’(imprint)라는 변형된 출판 방식이 도입돼 시장의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임프린트란 출판사 내의 독립된 브랜드를 말한다. 대형출판사들이 외형 확대를 위해 자사의 편집자를 발탁하거나 실력이 검증된 타사의 편집자를 스카우트해 별도의 브랜드를 내주고 편집ㆍ기획ㆍ제작ㆍ홍보 등 일체의 운영을 맡기는 시스템이다. 이는 독립된 출판브랜드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기업 내부의 1인 출판’이다.

임프린트는 출판 자본과 역량 있는 편집기획자의 결합으로 출판사는 전문 편집자를 영입해 자사의 브랜드를 확장하고 매출과 수익을 늘릴 수 있고, 편집자는 자금을 지원 받아 원하는 책을 낼 수 있는 효과를 얻게 된다.

본래 영ㆍ미 출판계에서 정착해 출판사 인수합병(M&A)의 토대가 된 이 제도는 최근 2~3년새 국내에 도입돼 대형출판사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국내 처음으로 임프린트를 도입한 출판사는 ㈜랜덤하우스중앙이다. 미국의 출판재벌 랜덤하우스와 중앙M&B가 5대5 지분으로 설립해 2004년에 출범한 랜덤하우스중앙은 능력 있는 기획자들을 대거 영입, 산하에 두앤비컨텐츠(어학), 북박스(만화ㆍ판타지소설), 키즈랜덤(아동), 드림하우스, 울프 등 9개의 프린트를 늘리며 급속한 성장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 7월 31일 랜덤하우스와 중앙일보가 결별, 랜덤하우스중앙은 랜덤하우스코리아로 출범해 현재는 두앤비컨텐츠, 북박스, 키즈랜덤, 노블하우스(문학), 드림하우스 브랜드만 남고 나머지는 유명무실화된 상태다.

웅진씽크빅은 2004년 10월 잡지부분을 디자인하우스에 매각한 데 이어 대대적인 인력영입을 통한 체제개편을 단행, 현재 단행본 임프린트가 초기 4개에서 10개로 크게 늘어났다.

"독립성·자율성 부여로 출판영역 확대"

웅진씽크빅 내부 임프린트에는 웅진주니어(아동ㆍ청소년), 웅진지식하우스(해외문학ㆍ인문교양), 웅진윙스(자기개발ㆍ실용전문), 갤리온(비소설), 뉴런(어학ㆍIT), 씽크하우스(어린이실용서), 웅진문학에디션 뿔(순수문학) 등 7개가 있고, 외부 임프린트로는 리더스북(경제경영), 노블마인((소설ㆍ에세이), 프로네시스(교양ㆍ인문과학) 등 3개가 있다.

웅진씽크빅은 각 영역을 더욱 세분화해 임프린트를 30개에서 50개까지 늘려갈 계획이다. 김민기 단행본그룹 사업기획실장은 “웅진씽크빅은 울타리 역할을 하면서 임프린터에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해 출판 영역을 늘리고 문화지평도 넓힐 것”이라고 말했다.

단행본의 맹주로 인정 받는 민음사는 2005년에 편집자들을 자사 브랜드의 대표로 임명해 자율성과 책임을 강화했다. 또 민음사(문학, 인문), 비룡소(아동), 황금가지(대중서), 사이언스북스(과학) 외에도 황금나침반(논픽션), 민음in(교양), 세미콜론(예술) 등의 브랜드를 추가해 영역 확장에 나섰다.

(주)위즈덤하우스는 분사제란 독특한 시스템을 두고 있다. 책임과 권한을 분산하고 구성원들이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돕는 것이다. 독립 브랜드에는 1999년 설립되어 예술책을 주로 펴내는 예담을 비롯해 위즈덤하우스, 열번째행성, 예담프랜드, 예담차이나 등이 있다.

국내 출판의 영세성으로 인해 ‘규모의 경제’를 추구하는 임프린트는 출판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위즈덤하우스는 55세 정년 보장과 이후 자회사에서 10년 간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발표를 해 그런 흐름을 가속화하는 단초가 됐다.

웅진씽크빅 김민기 실장은 “임프린트는 출판사가 유능한 에디터(편집자)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확보할 수 있고, 에디터는 자본의 영세함에 구애받지 않고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어 더욱 늘어나는 추세”라며 “에디터의 신분 보장은 임프린트에 날개를 다는 격”이라고 말했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