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셀로+미탈' 공룡 탄생 후 촉각… 업계 대형화바람 거세

미탈스틸과 아르셀로의 인수ㆍ합병에 이어 타타스틸의 코러스 인수 계획까지, 그리고 다음은 포스코? 아니면 그 다음?

포스코가 세계 철강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폭풍의 핵’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제 철강업계에서 거대 철강 회사들 간의 국경을 뛰어 넘는 M&A 뉴스가 연거푸 터져 나오면서 포스코에 대한 관심도 배가되고 있는 것.

물론 지금 당장 구체적인 얘기가 오가거나 관련 내용이 공개돼 있는 것은 아니지만 철강 M&A 시장에서 포스코는 그 이름이 거론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뉴스거리가 된다. 영업이익률이나 재무 구조 등 여러 가지 면에서 ‘탐낼 만한’ 세계 최고 수준의 제철회사로 꼽히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M&A 논란에 휩싸여 있는 것은 세계 철강 시장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것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리고 최근 성사되거나 추진되고 있는 거대 제철 회사들 간의 M&A는 더더욱 미래 철강 시장 판도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계 철강 시장에서 ‘M&A 폭탄’의 뇌관이 터진 것은 올 초. 전 세계에서 철강 생산 1위업체인 미탈스틸의 락시미 미탈 회장이 2위 업체인 아르셀로 인수 추진을 선언하면서부터다.

당시만 해도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발언이었기에 업계에서는 ‘긴가민가’하는 반응을 보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5개월여가 지난 6월 미탈스틸은 아르셀로를 ‘잡아 먹는데’ 성공하며 업계에 커다란 충격을 던졌다.

이들 두 회사 간의 M&A는 1위와 2위 업체 간의 인수ㆍ합병이란 점 때문에 사업 규모만으로도 엄청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철강사 ‘아르셀로 미탈’의 탄생으로 생산규모만 1억톤, 세계 시장 점유율 12%를 웃도는 초대형 철강기업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1위와 2위 업체 간의 결합이란 점도 놀라웠지만 철강업계에서 한 개 회사가 생산량 1억톤, 시장 점유율 10%를 넘어서게 된 것도 이때가 처음이다.

하지만 철강 관계자들을 더욱 긴장시킨 것은 두 회사 간의 결합이 결코 ‘우호적으로’ 이뤄진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미탈 회장이 ‘상호 합의 하에 이뤄지지 않는 결혼’이라는 의미의 표현을 사용한 것처럼 ‘적대적인’ M&A 과정을 거쳐 성사된 ‘빅딜’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확실히 예상 못한 이 두 기업의 결합은 철강 기업 간에 벌어진 ‘최대 규모이자 가장 적대적인 관계에서’ 이뤄진 M&A인 셈이다.

사실 철강업계에서 M&A가 새삼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그 동안에도 철강회사들 간의 M&A는 꾸준히 있어 왔다.

올 초 M&A 대상이 된 아르셀로는 2001년 우시노르와 아르베드, 지난해와 올 초 캐나다 최대의 철강업체 도파스코와 에르데미르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다. 미탈스틸도 2004년 미국의 인터내셔날 스틸그룹, 지난해는 우크라이나의 철강업체 크리보리쯔탈을 인수하며 대형 기업으로 몸집을 불렸다.

철강업계에서는 이밖에도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군소 철강 기업들 간에 크고 작은 M&A가 부단히 이뤄져왔다. 미국의 금융그룹인 시티그룹이 집계한 ‘유의할 만한’ 수준의 철강회사 간 M&A는 1998년 이후에만 30여 건이 넘는다. 지난해에만 5건이나 발생했고 2004년에도 6건이나 있었다.

또 철강업의 특성상 한 개 회사의 생산량이 아무리 많아도 3,000만~4,000만 톤 내외였던 것이 그간의 대세였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M&A는 대형 기업의 기준을 종전 수천만 톤에서 일약 1억 톤 이상으로 늘려 놓았다. 1999년과 2000년 세계 조강 생산 규모 1위를 기록했던 포스코도 지난해 생산량이 3,100만 톤을 넘어서는 정도다.

이런 배경에서 미탈스틸과 아르셀로의 결합 소식은 철강업계, 특히 포스코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하다. 포스코는 지난해 조강 생산량 세계 4위에 올라서며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의 제철회사임을 입증했지만 수년 전 차지했던 1위 자리에서는 밀려나 있다.

물론 3위인 신일본제철을 제외하고는 미탈스틸과 아르셀로의 인수ㆍ합병 때문에 자연히 순위가 밀렸다. 업계의 표현대로 ‘실상 잘못한 것 하나 없이 가만히 앉아서’ 순위가 뒤쳐진 듯한 인상을 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포스코 경영전략그룹의 이영훈 부장은 “철강업계에서 M&A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며 “예전부터 대형화 추세는 있었고 지금도 그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영훈 부장은 특히 “최근의 M&A는 예년에 벌어졌던 것들에 비해 워낙 규모가 크기 때문에 세계 철강업계의 재편으로까지 이어질 수도 있다”고 강조한다.

이런 전망은 M&A의 덩치가 커지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아르셀로나 미탈스틸이 세계 1, 2위의 철강업체가 된 것도 모두 M&A 덕분이란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특히 아르셀로 미탈스틸의 탄생은 업계 1, 2위의 결합이고 대형 M&A라는 점에서 일반인들은 M&A의 ‘화룡점정’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이는 오산이다.

포스코 하대룡 홍보팀장은 “업계 1, 2위 업체가 합쳐도 생산량이 겨우 10%를 넘는 수준이기 때문에 앞으로 또 다른 M&A의 기회가 크게 열려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세계 철강 시장에서 어떤 형태이든 또 다른 대형 M&A를 예고해 준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철강 시장에서 M&A가 화두가 되고 있는 것은 철강 수요와 공급의 변화, 원자재 확보 등과 밀접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 거대한 ‘세계 경제의 블랙홀’ 중국의 경제 발전에 힘입어 최근 급성장을 거듭했던 철강업계는 앞으로도 꾸준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현재 12억 톤을 넘어서 15억 톤에까지 달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때문에 철강업계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 것은 철광석, 즉 원자재의 확보 문제이다. 철강 수요가 늘어나고 이어 공급도 늘어났지만 한정된 원자재는 무제한 늘어날 수 없다. 또한 원자재를 보유한 나라들이 예전처럼 헐값에 철광석을 팔아 넘기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큰 변수이다.

특히 철광석 원자재 시장에서는 이미 M&A 파고가 휩쓸고 지나가 안정 궤도에 접어들고 있는 것과도 관계가 깊다. 허다한 M&A를 거쳐 망할 광산이나 업체는 이미 문닫고 지금은 상위 3개 철광석 업체가 전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상태다.

이런 환경에서 철강업체들이 안정적이고도 합리적인 가격에 원자재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대형 철강회사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 또한 “대형 철강회사의 탄생으로 인해 철강업계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 시황이 안정되는 긍정적 효과가 예상된다”고 진단한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세계 철강 M&A 격랑의 한가운데 설 수밖에 없게 된 포스코의 행보 하나하나는 앞으로도 철강 업계는 물론 국민적인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