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우량 기업 불구 정부 보유지분 없어 M&A에 취약… 사세 확장으로 공격적 방어 "우리가 M&A 나설 수도"

‘인도의 미탈스틸, 아르셀로 인수에 이어 포스코도 공격, 50% 이상 주식 인수하며 최대 주주로 부상, 적대적 인수합병에 성공···’

인수·합병(M&A)가 활발한 세계 철강 시장에서 포스코의 미래와 관련, 한번쯤 상상해봄직한 경우의 수다. 물론 가상의 일이지만 아쉽게도 포스코가 이런 ‘원하지 않는’ 상상에서 결코 자유롭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별로 반길 만한 내용은 아니지만 막상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되면 국민 대부분 어떤 반응을 보이게 될지 예상하는 것도 그리 어렵지 않다.

과연 포스코는 M&A 시장에서 ‘먹이’가 될 확률이 있나? 아쉽게도(?) ‘없지는 않다’. 당연히 반대로 포스코가 철강 시장의 M&A 대결에서 주체, 즉 승자가 될 수도 있다.

우선 최근 미탈스틸과 아르셀로의 M&A 등 초대형 철강사가 등장하게 되면서 포스코가 어떤 대응을 펼칠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아시아나 러시아, 브라질 등지에서도 철강업체 간 활발한 M&A가 일어나 초대형 철강사가 탄생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고 있는 것.

이에 대해 포스코의 이구택 회장은 최근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다른 대형 철강사와 합병함으로써 분명한 시너지 효과 (원가 절감 혹은 대형 시장 진입을 통한)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 말이 포스코가 대규모 인수에 절대 참여하지 않겠다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고 못박았다.

이어 이 회장은 “현재로서는 3,000만 톤인 연간 생산량(05년 기준)을 2015년까지 5,000만~6,000만 톤까지 확대하겠다는 아이디어가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이 대형 합병에 대한 포스코의 대처방법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이런 확장 계획은 자체 생산 능력 확장을 통한 것이지 거대한 인수합병에 의한 것은 아닐 것으로 시장에서 받아들여진다.

이 회장은 또 미탈스틸이 340억 달러에 아르셀로를 인수한 것에 대해서도 “양사의 합병으로 분명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지만 다른 대형 철강사들이 합병을 통해 비슷한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혀 포스코가 두 회사의 결합에 그리 높은 평가점수를 내리지는 않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와는 반대로 포스코가 M&A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결코 배제할 수 없다. 미탈스틸이 올 초 아르셀로와 합병하면 아시아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동진(東進)전략'을 선언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탈 회장은 아르셀로 인수로 연간 생산량 1억 톤을 넘어선 이후 2억 톤까지 키우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물론 당장은 아니겠지만 이는 미탈이 유럽의 아르셀로를 넘어서서 인도나 중국, 한국 등 아시아에까지 손길을 뻗칠 수 있다는 위협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 ‘선전포고’가 터질 때마다 포스코가 번번이 거론되는 데는 여러 가지 변수가 작용한다. 가장 큰 이유는 포스코가 M&A의 대상으로 언급되고도 남을 만큼 ‘먹음직한’ 프리미엄급 기업이기 때문이다.

또 포스코가 적대적 M&A 환경에 적잖이 노출돼 있다는 점도 기업 사냥꾼들을 강하게 자극한다. 특히 지난해까지 철강 시장에서 이뤄진 M&A가 대부분 기업들 간의 합의에 의한 것이었지만 아르셀로 미탈스틸의 경우처럼 앞으로는 적대적인 M&A가 예상된다는 점도 포스코를 긴장케하는 요소다.

특히 시장에서는 2000년 정부 지분 주식을 모두 털어낸 포스코가 일본이나 중국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대적 M&A에 취약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국가 전체 생산규모가 1억 톤을 넘을 정도로 탄탄한 산업 구조를 갖고 있을 뿐더러 이들 철강회사 주식의 60% 이상을 사실상 정부가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제도상으로도 원하지 않는 M&A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까지도 마련해 놓고 있다.

중국 또한 정부나 공산당 주도로 철저하게 철강 기업들의 보호막 장치가 완비돼 있다. 외국 기업이 중국 철강 회사의 최대주주가 아예 될 수 없도록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어 해외 자본의 공격이 결코 용이하지 않다.

반면 전문가들은 국내 자본 시장이 IMF 이후 개방돼 있는 데다 적대적 M&A를 막을 법규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는 차이점을 지적한다. 결론적으로 동아시아 3국 중 포스코가 가장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는 셈이다.

만약 포스코가 적대적 M&A 세력으로부터 공격을 받는다면 2가지 형태가 예상된다. 하나는 같은 철강업계의 자본이고 또 하나는 펀드나 투자은행 등 금융권의 투기 자본인 경우다.

투기 자본의 경우는 대부분 인수 후 경영보다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고 나가자’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비슷한 부문인 은행 인수와 달리 철강이라는 업종 특성상 접근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망된다.

때문에 포스코는 오히려 동종업계에서의 자본 공격이 더 우려된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한국에서 외국 기업이 포스코의 주인이 돼 경영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먹는 순간’에는 기쁨을 누리겠지만 한국인들의 정서와 문화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원만한 기업 운영이 쉽게 이뤄질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포스코는 일단 단기적으로는 공격받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일어나고 있는 철강기업의 인수 합병이 대부분 유럽과 미주 중심이라는 것. 아무래도 물건을 사고 파는 데 익숙한 아시아인들에게 ‘기업’을 사고파는 것은 아직 익숙치 않다는 배경에서다.

또 서로 합친 아르셀로와 미탈스틸이 아직 완전한 융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당초 기대와 달리 시너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데다 체제 정비에만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르셀로 인수에 거금이 들어간 미탈스틸은 당장은 새로운 인수합병에 쓸 수 있는 큰 돈을 마련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자체적으로 인도에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도 했기 때문에 자금 수요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물론 시간이 지난 후엔 다시 힘을 모아 다른 기업의 공격에 나서게 되는 것도 미리 예상할 수 있다.

어쨌든 적대적 M&A에 노출돼 온 포스코로서는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다. 당장 자사주를 추가 취득하거나 우호지분을 널리 확보하고 있는 것 등이 포스코가 기울이고 있는 노력들이다.

이런 대응이 수세적인 방어책이라면 포스코는 ‘우리도 M&A를 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행보도 펼치고 있다. 당장 다른 철강회사를 인수하기보다는 자체 몸집을 불려 사세를 키우겠다는 것이 기본 전략. 중국 내 철강 회사 투자를 활성화하고 인도에 일관제철소 건립, 고급 철강제품 비중 확대 등이 모두 같은 맥락의 노력들이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