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포스코 이동희 전무"M&A 시장서 포스코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는 회사 재무구조가 튼튼하다는 증거죠. 우호 지분 확대 등 '국민기업 방위'에 최선 다할 것입니다."

“포스코를 탐낸다고요? 글쎄, 포스코가 더할 나위 없이 최선의 경영을 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포스코의 기획ㆍ재무부문장 이동희 전무이사는 인수ㆍ합병(M&A)설이 거론되고 있는 포스코의 오늘을 이 한마디로 표현했다. 1977년 포항종합제철㈜에 입사, 회계와 예산과장, 예산실장, 홍콩사무소장, 자금관리실장 등을 거친 그는 직함 그대로 포스코의 글로벌 미래 비전을 기획하고 살림살이를 총괄하는 업무의 총책임자다.

포스코가 철강산업 M&A 태풍의 핵으로까지 지목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포스코가 누구나 ‘탐낼 만큼’ 알짜배기 기업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자본이 자유화된 세계 시장에서 M&A는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포스코도 M&A의 대상이, 반대로 주체가 될 수도 있지요. 한마디로 ‘먹힐 수도’, 역으로 ‘먹을 수도’ 있는 경우의 수는 항상 존재하는 것입니다. 포스코도 예외는 아니지요.”

이 전무는 우선 M&A를 논하기에 앞서 “왜 포스코가 매력적인 M&A 대상으로 거론되는지부터 물어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포스코가 ‘아주 좋은’ 재무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누군가 돈을 빌려서 포스코를 사더라도 회사를 꾸려 나가면서 빌린 돈과 이자를 모두 갚아 나갈 수 있는 수준의 기업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포스코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무려 27%나 된다. 이는 전 세계 철강회사들을 통틀어 최고다. 더구나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 등 차세대 신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이 전무는 “수익성이 다른 기업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으면서도 신기술까지 갖고 있다는 것은 M&A에 흥미를 갖게끔 만드는 또 하나의 매력포인트가 된다”고 말한다.

“포스코를 둘러싸고 온갖 소문과 억측이 돌아 다닌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개중에는 그럴듯한 것도 있고 어처구니 없는 내용들도 섞여 있지요.”

특히 미탈스틸과 아르셀로의 결합이 확정된 지난 6월 이후, 또 최근 타타스틸의 코러스 인수 계획 등이 발표되면서 공룡 철강회사가 등장하자 포스코가 다른 철강회사들과 M&A 전선에 나설지 모른다는 설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이 전무는 “포스코도 여러 소문들을 체크하고 있고 또 철강업계가 당면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을 주시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이 전무는 철강시장의 현안을 2가지로 요약한다. 하나는 철강 자재의 수급 문제이고 또 하나는 M&A다.

“지금 12억 톤인 세계 철강 시장 규모는 2012년까지 15억 톤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중국과 인도에서 신규 수요가 계속 창출되고 있고 기존 수요도 계속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그는 철강 제품 수급과 관련 포스코에도 시장과 매출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더 열려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그는 철강 산업이 사양세(Sunset)에 있다는 주장에는 단호히 선을 긋는다. “철강 산업은 블록화되어 있습니다. 북미나 유럽, 아시아가 제각각 구분돼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전무는 “철강산업의 사양세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다르기 때문에 블록별로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못박았다.

실제 물류산업으로 분류되는 철강산업은 운임이 판매가의 10%를 넘어서면 채산성이 없다고 할 정도로 각 구역별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때문이 신흥시장이 밀집해 있는 아시아와 포스코는 철강 시장 성장에 찰떡궁합일 수밖에 없다.

이 전무는 철강 시장의 M&A 필요성 내지 불가피성도 인정한다. “다른 산업은 상위 3개 업체가 보통 전체 매출의 60~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마케팅의 기본입니다. 하지만 철강은 아직도 1, 2위 업체가 겨우 10%를 넘어설 정도로 걸음마 단계인 셈이지요.”

그는 “철강 시장에서 M&A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았고 또 M&A가 일어나는 것도 불가피하다”고 받아들인다. 물론 국가를 뛰어넘어 적대적 M&A가 시작되고 있는 것도 위협적인 요소다.

M&A라는 파고를 맞고 있는 포스코도 여러 가지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급선무는 우호 지분의 확대. 이 전무는 “정관 개정에 필요한 정족수인 주주 3분의2를 넘지 않도록 우호 지분을 3분의1 이상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가보다 더 많은 돈을 주고 팔라고 유혹하더라도 굳세게 포스코의 편이 되어 줄 동반자가 투자자 중에 많다는 것이 포스코의 분석이다.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것도 쉽게 남이 넘보지 못하게 하는 방법이 된다. 포스코 또한 M&A에 대응하기 위해 성장 전략을 취하고 있다. 무리하고 성급하게 다른 철강회사를 인수하는 작업에 나서기보다는 자체 경쟁력을 먼저 키운다는 것이 포스코의 입장이다.

이 전무는 “중국 진출을 다변화하고 인도에 일관제철소 건립을 추진하는 것도 회사의 파이를 키우기 위한 일환”이라며 “인도 제철소까지 가동하게 되면 연 5,000만 톤 이상을 생산하는 대형 철강사로 발돋움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어느 기업이건 M&A 시장에서 약자로 전락하거나 먹잇감이 되는 일은 결코 없다고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포스코 또한 그렇습니다.” 이 전무는 “어쨌든 포스코가 절대 M&A 파고의 격랑 속에서 뒤쳐지지 않고 국민기업으로 생존할 수 있도록 여러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또 M&A와 뗄래야 뗄 수 없는 것이 주가다. 최근 포스코 주식이 계속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도 포스코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M&A’의 방어 수단으로 작용한다. 한마디로 포스코를 적대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가격이 자꾸만 치솟고 있는 것.

이 전무는 “포스코 임직원들은 우량 국민기업이자 글로벌 기업으로서 빈틈없는 최고의 경영을 해나가야 할 책임을 항상 느끼고 있다”며 국민들이 걱정하지 않도록 “국토 방위처럼 튼튼한 ‘국민기업 방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