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벌보다 도덕성·성실성 갖춰라애널서 펀드매니저 轉職 많아… 몸값은 일 힘든 애널이 우위

19일 발표된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2006년 자산관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자산관리시장 규모는 2005년 기준 1,130조원에 달했다. 이 같은 규모는 세계 15위에 해당하는 것이다.

주목할 것은 적립식 펀드 열풍에 이어 변액보험, 퇴직연금 시장이 열리면서 자산관리시장 규모는 더욱 빠른 속도로 커질 전망이라는 점이다. 자산관리시장의 급팽창은 곧 자본시장의 볼륨과 직결된다. 고객들이 위탁한 투자자산이 증시로 대거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본시장의 성장세가 탄력을 받으면서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의 인기도 더욱 치솟고 있다. 두 직종은 자본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차’로 불리는 전문가들이다. 한쪽은 수많은 투자 종목 가운데서 옥석을 가려내고, 다른 한쪽은 자금을 투자해 피를 돌게 하고 살을 찌우는 등 자본시장을 움직이는 주역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국내 증권사들은 리서치센터 강화, 애널리스트 보강에 열을 올리고 있고 자산운용회사들도 유능한 펀드매니저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 수요가 느는 만큼 공급이 따라주지 못해 몸값 상승 현상도 감지된다. 한마디로 가치 ‘재평가’가 이뤄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자본시장의 쌍두마차에 올라타는 방법은 무엇일까.

애널리스트

반드시 특정한 자격증이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공인회계사(CPA)나 국제재무분석사(CFA) 등의 경제관련 전문자격증이 있으면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대부분 애널리스트가 경제학, 경영학 등 상경계열을 전공했지만 비전공자도 도전할 수는 있다. 하지만 상경계열 전공자가 아닌 경우에는 대학 시절에 거시경제학, 미시경제학, 회계, 재무 등 상경계열 과목을 이수하거나 관련 지식을 쌓아야 한다.

무엇보다 연봉을 많이 받고 ‘폼 나는’ 직업이라는 막연한 환상을 갖고 노크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업무 자체가 주식시장을 읽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평소 주식투자나 증시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는지 스스로 적성을 먼저 따져봐야 한다.

영어 능력도 이제는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한국 경제의 글로벌화로 국내 기업 분석을 위해서는 해외 정보 수집도 해야 할 뿐 아니라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계 기관에 대한 설명회도 가져야 하는 등 영어의 쓰임새가 많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애널리스트가 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일단 증권사에 입사한 뒤 기업분석 업무를 맡아보는 데서 첫걸음이 시작된다. 이후 업무를 조금씩 배워나가다가 ‘싹수’가 보인다 싶으면 그때 애널리스트로 발탁될 수 있다.

애널리스트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소형 증권사에 입사했을 경우 운이 좋으면 신참 시절부터 한 업종을 담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시장에서 이름을 얻기까지는 최소 5년 정도의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설명이다.

지적 능력이나 학벌이 성공을 반드시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일급 애널리스트 중에는 비명문대나 지방대 출신자들이 의외로 많다. 이들은 남들보다 한발 더 뛰는 ‘성실성’을 바탕으로 정상에 올랐다. 이밖에 유연한 대인관계, 화술, 자기홍보 능력과 같은 자질 등도 성공가도에 중요한 요소다.

펀드매니저

우선 자산운용협회가 주관하는 ‘일반운용 전문인력’ 시험에 합격해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시험 내용은 주로 주식, 채권 등 증권 관련 지식을 평가하는 것으로 구성돼 있다.

애널리스트와 마찬가지로 대학 전공에 제한은 없지만 상경계열 전공자들이 학부에서 공부하는 과목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안 된다. CPA나 CFA 같은 자격증이 있으면 유리하다.

처음부터 펀드매니저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 증권사, 투자신탁회사, 자산운용회사 등 금융권에 들어가 일정 기간 주식투자나 자금운용 업무 등을 익히는 등 실무능력을 쌓아야 한다. 업계에서는 신규 인력을 뽑는 경우가 드물고 대부분 자리가 비면 관련 경력자를 채용하는 관행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애널리스트 경력은 펀드매니저가 되는 지름길이다. 기업 분석 업무를 하면서 갈고 닦은 안목은 투자 능력과 떼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업계에서는 애널리스트에서 펀드매니저로 전직한 경우가 적지 않다. 이는 두 직종이 업무 성격상 ‘악어와 악어새’ 혹은 ‘동반자’ 관계로 일컬어질 만큼 긴밀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특이한 것은 펀드매니저에서 애널리스트로 전직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는 애널리스트의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데다 펀드매니저와 애널리스트의 관계가 아직 ‘갑’과 ‘을’로 설정되는 경향이 짙은 점이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펀드매니저가 애널리스트 업무를 병행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펀드매니저에게는 경제와 기업활동을 읽는 눈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시장의 다양한 변수들을 종합해서 투자를 결정하는 직업이기 때문이다. 학창시절부터 세상 돌아가는 일에 다양한 관심을 기울이고 경제, 금융 관련 보도와 정보를 지속적으로 습득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다른 덕목으로 요구되는 것이 높은 도덕성, 과감한 결단력, 꾸준한 성실성, 강한 책임감 등이다. 고객의 재산을 대신 관리 운영하는 특수 직업이기에 그렇다.

올 상반기 현재 국내 애널리스트는 800여 명, 펀드매니저는 그보다 많은 1,200여 명에 달한다(증권업협회, 자산운용협회 등록 기준). 숫자가 적고 업무량이 더 많은 애널리스트의 몸값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 둘 다 보수를 많이 받는 직종이지만 ‘억’ 소리 나는 고액 연봉자는 일부 정상급 인력에만 해당한다는 게 관계자의 귀띔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