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을 때 뼈를 혹사하면 나이 들어 크게 후회, 첨단 수술법 등 난무… 선택에 신중 기해야

‘만일 우리 몸에 척추와 관절이 없다면?’

이런 엉뚱한 상상을 해본 적이 있는가. 몸에 척추와 관절이 없다면 인간들은 아마도 바다 속 해파리처럼 흐느적거리거나 아니면 영화 속 로봇처럼 뻣뻣하고 각 잡힌 굼뜬 동작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손발과 허리를 잘 쓰지 못할 것이기에, 도구를 사용하거나 춤을 추거나, 운동을 즐기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우리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며 손발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첫째, 척추가 기둥처럼 우리 몸을 굳건하게 떠받치고 있고, 둘째로 뼈와 뼈 사이마다 관절이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중요한 역할을 하는 척추와 관절이 조금이라도 고장나는 경우 그 불편함과 고통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몸은 200개가 넘는 뼈로 되어 있다. 엉덩이, 무릎, 발, 어깨, 팔꿈치, 손, 목, 척추 등등. 뼈와 뼈가 서로 만나는 곳엔 어김없이 정교하고 복잡한 구조의 관절이 만들어져 있어 신체의 가동 능력을 극대화시킨다. 또 뼈의 끄트머리에는 부드러운 연골, 즉 물렁뼈가 있어 몸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는 한편 뼈와 뼈가 맞닿을 때 마찰에 의해 뼈가 손상되지 않게 완충 역할을 한다.

수십kg의 인체를 묵묵하게 떠받치는 기둥인 척추도 총 25개의 척추뼈로 이루어진 복잡한 구조이다. 목을 지탱하는 경추(목뼈) 7개, 갈비뼈가 붙어있는 흉추(등뼈) 12개, 허리를 지탱하는 요추(허리뼈) 5개 등 24개다. 하나로 합쳐져 있는 천추(골반뼈)와 미추(꼬리뼈)의 1개를 합쳐 모두 25개다.

천추와 미추를 제외한 24개의 뼈 사이에는 아래ㆍ위 뼈끼리 맞부딪치지 않도록 디스크(추간판)가 하나씩 끼워져 있어 척추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하면서 몸의 움직임을 한결 좋게 만들어준다.

척추와 관절 조직 중에서 고장이 잦은 ‘요주의 부위’로 척추에서는 요추와 경추, 관절에서는 어깨와 발목ㆍ팔목 등을 손꼽을 수 있다. 모두 운동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부위들이다. 척추뼈 중 흉추가 가장 길지만 갈비뼈가 붙어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외부의 충격을 잘 버텨낸다.

척추 질환 중 가장 흔한 것은 뭐니뭐니 해도 디스크로 널리 알려진 추간판탈출증이다. 뼈 사이에서 완충 역할을 하는 디스크가 망가지고 척추를 지나가는 신경을 누르는 증상으로 지속적인 통증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통스럽다.

척추관의 구멍이 좁아지고 신경을 압박하여 다리에 통증을 유발하는 척추관 협착증, 척추뼈 뒷편의 척추관 전방 인대에 석회화가 진행된 탓으로 발병하는 후종인대 골화증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 척추질환이다. 이중 척추관 협착증은 조금만 걸어도 꽉 조이는 듯한 통증이 발생하는데, 걷기가 힘들어 허리를 구부리고 앉게 되면 통증이 확 없어지는 특징이 있다. 척추염이나 척추 종양은 세균 감염 등이 발병 원인이다.

평균 수명이 70세을 넘어서고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요즘 가장 문제가 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관절염과 골다공증이다.

관절염이란 관절을 너무 많이 또는 잘못 사용한 탓으로 연골 조직이 닳거나 관절 조직에 문제가 생겨난 경우인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퇴행성과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인 류머티스성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류머티스 관절염은 관절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활막이라는 조직에 발생한 염증이 원인이 되어 생겨나는데, 증상이 수 개월에서 수 년에 걸쳐 진행되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일반적으로 30대 전후 여성에게서 발병이 흔하지만 남성과 어린이에게도 나타날 수 있다.

중년 이후 여성에게서 흔한 골다공증은 뼈가 가늘어지거나 약해져서 가벼운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지는 병이다.

관절염 환자 5명 중 1명은 골다공증을 동반한다. 관절염 자체가 큰 고통인데 여기에 골다공증이 겹치면 이중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척추와 관절은 우리들이 노후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활기찬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적절한 운동과 영양 섭취를 통해 오래도록 잘 관리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10명 중 8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요통으로 고생하고, 7~10%가 만성 척추질환을 갖고 있으며, 1%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불구자가 된다고 한다.

현실이 이런데도 척추와 관절질환만큼 환자들의 치료방법 선택을 어렵게 하는 병도 드물다. 양방ㆍ한방 요법에 건강보조식품까지 각종 치료법이 난무하기 때문이다.

또한 첨단, 국내 최초라는 말로 포장된 새로운 수술법이 쏟아져 나와 의사와 환자들을 어지럽게 한다. 더구나 “수술만이 최선이다” “아니다, 약물요법으로 가능하다” 등 의사 사이에도 치료법에 대해 갈린다. 그 사이에 끼인 환자들만 죽을 맛이다.

전문의들은 “척추와 관절 질환은 정확한 의료 지식이 중요하다. 섣부르게 남이 좋다는 말만 믿고 치료를 받았다가는 평생 후회한다”며 “의사와 병원을 잘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한결같이 충고한다.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