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디스크 환자 80%, 특별한 치료 없이도 2개월 내 호전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이 암과 고혈압이고 그 다음이 디스크라고 한다. 일반인들이 척추질환 전반에 대해 관심이 아주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는 각종 척추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관련 수술을 받는 이들도 덩달아 늘어나는 추세다.

그래서일까, 최근 척추질환 치료의 적절성에 대한 논란이 일면서 이 문제가 사회 이슈가 되고 있다. ‘척추수술 공화국’이라는 제목의 TV프로그램이 방영되는가 하면, 국정감사장에서는 특정 병원의 수술과다 문제와 그곳에서 개발한 수술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이 논쟁의 초점은 결국 '수술 적응증'과 ‘수술방법의 효용성’ 문제,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수술 적응증이란 과연 어떤 환자가 수술적 치료의 대상이 되는가 하는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수술 결정에 앞서 그 질환의 자연경과를 잘 알아야 한다.

허리디스크 경우를 예로 들면, 전체 디스크 환자의 80% 정도가 특별한 치료를 하지않아도 1~2개월 내 증상이 저절로 좋아지는 자연경과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디스크가 생겼다고 서둘러 수술을 하기 보다는 비수술적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지켜보는 것이 좋다. 수술은 비수술적 치료로 좋아지지 않는 경우에만 고려해야 한다.

수술적 치료를 결정하기 전에 또 한가지 중요한 점은 수술 후유증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는 점이다. 척추수술은 맹장이나 쓸개를 떼어내는 수술과는 달리 수술로 얻는 것이 있는 반면 잃는 것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얻을 것과 잃을 것을 잘 따져보아 얻을 것이 더 큰 경우에만 수술을 하는 것이 좋다. 이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항상 잘 지켜지는 것 같지는 않다.

다음은 수술방법의 효용성의 문제다. 지금 국정감사에서 논쟁이 되고 있는 것도 AOLD(째는 수술을 하면서 뉴클레오톰, 레이저 등의 방법을 함께 사용하는 수술법)라는 수술법의 효용성의 문제다.

이 방법을 주장하는 측은 자신들이 개발한 AOLD 수술법으로 많은 환자들이 좋아졌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반대하는 측에서는 증상 호전이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으며 불필요한 치료를 함으로써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만 엄청나게 늘어났다고 이야기한다. 또 남들이 인정하지 않는 방법을 왜 그 병원에서만 시술하느냐는 비판이다.

비용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결국 이 문제는 어느 특정 치료법의 효용성을 판단하는 것으로 귀결된다. 이는 마치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문제가 논란이 되는 것처럼, 한편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같지만 달리 생각하면 아주 단순한 문제다.

AOLD라는 수술법이 과학적인 검증과정을 거쳤느냐를 따지면 간단하게 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검증이란 여러 가지 과학적 통계방법을 사용하여 치료효과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여러 사람들이 두루 인정할 수 있는 잣대를 이용하여 치료결과를 판정하는 것이다. 자신들만의 잣대를 이용하여 치료결과가 좋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것이며 따라서 널리 인정 받을 수 없는 것이다.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그 대상이 고귀한 인체(人體)이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 과정과 마찬가지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신약을 개발하는 데는 기초연구과정, 실험실 연구과정, 동물실험 등 사전단계를 거쳐 환자에게 조심스럽게 적용하게 되는데, 인체 적용 과정 또한 임상 1상, 2상, 3상, 4상의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척추질환에서 새로운 수술법을 개발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신중을 기해야 한다. 환자나 가족들 역시 수술을 받기 전에 자신에게 적용되는 수술법이 객관적, 과학적인 검증과정을 거친 것인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것인지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 독창적인 새로운 수술법, 특정 의사들만 사용하는 방법, 특효법 등으로 선전되는 치료법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춘성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