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마다 문제 유형 제각각… 논술 비중 커져 당락 좌우

서율택 TOPIA논술아카데미 입시전략실장
2008학년도 통합교과형 논술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대가 2008학년도 입학전형에서 수능 성적을 자격기준으로만 활용하고, 인문계는 물론 자연계까지 대학별고사 성적을 50%까지 반영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그중 논술 비중은 30%이다. 2007학년도까지 수시모집에서 구술 면접을 실시하던 연세대도 정시와 수시에서 모두 다면사고형 통합교과 논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인문계뿐만 아니라 자연계에도 논술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이 자연계도 2008학년도부터는 논술고사를 실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논술은 이제 변수가 아니라 상수

논술고사 강화 혹은 신규 도입 발표가 큰 파장을 몰고 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06학년도 정시모집에서 연세대는 반영 비율이 4.2%였지만 14.9%의 수험생들이 논술 성적 때문에 당락이 뒤바뀌었다. 학교측 발표에 따르면 성균관대는 논술 비중이 3%에 불과했지만 44.2%가 성적이 바뀌었다고 한다.

2008학년도부터 학생부 성적은 등급 또는 ‘평균 + 표준편차’로 10% 정도가, 수능은 등급만으로 10 ~ 20%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그렇다면 정시에서 10%가 반영되는 논술은 단순히 수치로만 따져도 실질 비중이 20 ~ 30%에 이른다. 지금까지는 단순히 합격과 불합격의 변수로 작용했던 논술이 2008학년도부터는 학생부나 수능과 동등하거나 중요한 전형요소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생과 학부모들은 대학이 무슨 발표만 하면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 발표된 대학의 모집요강 기본안과 대학교육협의회의 ‘2008학년도 전형계획 주요사항’을 살펴보면, 논술고사와 관련된 변화 내용은 세 가지로 요약

할 수 있다. 첫째, 정시모집에서 논술고사 비중의 확대(표1).

둘째, 통합교과형 논술의 도입. 셋째, 자연계에도 논술이 도입된다는 것(표2)이다. 정시모집에서 논술 비중이 증가했다는 것은 2008학년도 입시제도 변화와 관련해서 가장 중요한 사항이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논술고사는 정시만이 아니라 수시에서도 실시된다는 사실이다. 대부분의 대학이 수시 1학기 모집을 폐지했지만, 수시모집 정원은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서울대와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오히려 수시모집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수시는 특히 일괄합산전형을 선택하고 있는 대학에서는 정시와 달리 논술의 비중이 절대적이다. 말하자면 입시에 있어서 전형요소별 비중은 ‘내신 = 수능 < 논술’이 되는 것이다.

어느 대학 지원할지 빨리 결정을

2008학년도 논술고사의 변화 방향과 관련하여 또 다른 큰 특징은 ‘통합교과형 논술’이 도입된다는 점이다. 통합논술이란 의미상으로만 보면 이런 것이다. 고등학교 교과 과정을 토대로 과목의 영역에 얽매이지 않고 사고력과 분석 능력, 창의력을 측정하는 논술을 말한다. 교과 심화를 통한 영역전이형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다.

현재 2008학년도 논술 예시문제를 발표한 학교는 서울대와 연세대이다. 하지만 이들 두 학교의 예시문제를 분석해 보면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한 이해가 다소 다르다. 서울대의 경우에는 우선 인문계와 자연계 문제를 분리하고 있고, 계열 내에서의 간학문적인 심화지식을 묻고 있다.

반면 지난 7월에 발표된 연세대 예시문제를 보면, 우선 인문계와 자연계 영역을 구분하지 않았고, 수학적 풀이 능력이나 배경 지식보다는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이 중시되고 있다. 수험생 입장에서 보면 이것은 인문계 학생은 수리논술을, 자연계 학생은 언어논술을 공부할 필요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인데, 지원 목표를 어느 대학으로 정하느냐에 따라 논술고사에 대한 준비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수시모집을 고려하면 고민이 한층 복잡해진다. 특히 2007학년도 수시모집에 응시했던 자연계열 학생들은 지원대학에 따라 ‘언어/수리 통합형 논술’(고려대), 전공 심층면접(한양대, 건국대), 과학논술(성균관대, 동국대) 등 여러 유형의 대학별 고사를 준비했다. 그러다 보니 수험생들은 7월 한 달 내내 논술을 준비하느라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논술고사는 수능시험과 달리 표준화된 유형이 없다. 수능이 고교졸업자 표준지식을 일률적으로 계량하는 시험이라면, 논술이란 계량화될 수 없는 대학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시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름도 대학별고사가 아니겠는가.

고3 수험생들이 논술을 효과적으로 준비하는 첫걸음은 지원대학을 되도록 빨리 결정하는 일이다. 그리고 고3이 아닌 학생들이라면 배경 지식이나 수학적 풀이 능력에 집착하기보다는, 논술고사의 취지에 따라 분석적 시각과 창의적 사고력을, 궁극적으로 문제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는 논술 학습을 선택해야 한다.

통합교과형 논술과 관련하여 오해를 한 가지만 더 짚고 넘어가자. 흔히 2008학년도부터는 모든 대학의 논술고사가 통합교과 논술로 일순간에 변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논술고사의 취지를 고려할 때, 통합교과형 논술이 커다란 맥락을 형성하게 되리라는 점은 옳다. 하지만 논술고사는 대학별로 실시하는 시험이다.

따라서 그 유형도 대학별로 결정할 일이다. 예컨대 고려대나 성균관대는 일찍부터 수리나 수리해석적인 문제를 논술고사에 포함시켜 왔다. 이화여대는 이미 2006학년도부터 자연계와 인문계 학생 모두에게 수리논술 문제를 출제해 왔다. 결론은 통합교과형 논술이 전에 없었던 특별한 유형의 논술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나아가 이미 예시문제를 발표한 서울대나 연세대를 제외하고는 논술고사의 변화 방향을 예단하고 앞서서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자연계도 정시 논술 실시

2008학년도 논술고사 변화에서 마지막으로 지적할 사항은 자연계 모집에도 논술고사가 도입된다는 점이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수시모집에서는 자연계 학생들도 논술 혹은 심층면접 형태의 대학별고사를 치렀다. 하지만 2007학년도까지 정시모집에서는 한두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학별고사를 실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식의 양으로 측정할 수 없는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것이 논술고사의 실시 목적이라면 자연계라고 해서 논술을 치르지 않을 이유는 없다.

문제는 어떤 유형이냐 하는 것이다. 이미 예시문제를 발표한 서울대와 연세대 외에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지금까지의 논술고사로 미루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유형을 예측할 수 있다. 첫째 6차 교육과정 때처럼 언어논술이 출제될 가능성. 둘째, 서울대나 한양대, 단국대처럼 교과지식을 물을 가능성. 셋째, 2008학년도 연세대 예시문제나 고려대 수시처럼 계열 간 통합문제가 출제될 가능성이다. 하지만 내년 3월 무렵에 각 대학의 입시요강이 확정되거나 모의고사, 예시문제가 발표되어야 비로소 그 윤곽이 확실해질 것이므로, 이 역시도 미리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2008학년도 입시제도의 변화는 대학별고사가 강화되어 입시의 대학별 특수성이 강화되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입시를 앞둔 수험생은 반드시 지원대학의 특성에 맞춰 논술고사를 대비해야 한다. 논제의 범위나 문제의 유형, 글쓰기 분량, 채점의 포인트 등이 각기 학교마다 다르고, 논술의 큰 줄기야 비슷하다 해도 실전에서의 작은 차이는 합격과 불합격을 가르는 ‘망각의 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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