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 통합교과 논술대비 방법교과서와 친밀도 높이고 통합적 사고력으로 지식 활용능력 키워야

장학수 TOPIA논술아카데미 언어논술연구소장
통합교과 논술에서 가장 크게 요구되는 것은 통합적 사고력이다. EBS 논술연구소장인 서울대 김영정 교수는 주전자의 끓는 물을 보고 증기기관의 원리를 추론해내는 사고가 통합적 사고의 전형적인 예라고 말하고 있다. 이처럼 통합적 사고는 한 영역의 원리를 전혀 다른 영역에 응용하여 새로운 결과를 추론해낼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기존의 논술에서도 이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이를 전면에 부각시키는 것이 통합교과 논술의 특징이다.

또한 통합교과 논술은 그 명칭이 말해주듯 교과서와의 친밀도를 강조하고 있다. 단 특정 교과목에 한정되지 않고 복수의 교과목이 연계된 교과 간 또는 학제 간 문제를 다루고 있다. 따라서 통합교과 논술에 대한 올바른 대비는 기본적인 통합적 사고력 훈련에 교과 간 영역 전이 사고훈련이 부가된 훈련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단 교과 간 통합의 양상에 따라 그 대비 방법이 달라진다.

인문계의 경우 통합의 범위가 인문, 철학, 사회, 경제, 문학, 시사 등 기존의 언어 논술 범위 내에 머무는가 아니면 수학이 부가된 계열 간 통합인가에 따라 세부적인 준비 방법이 달라진다. 외형만 보면 수학이 부가된 연·고대형이 더 부담스러워 보이지만, 계열 내 통합문제인 서울대의 경우 문학과 예술작품 감상, 역사적 상상력 등 기존에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통합사고력 측정 문제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결코 만만치 않다.

2008학년도에 새롭게 등장하는 통합교과형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들에 주의해야 한다.

지식보다 지식의 활용 능력이 중요

기존의 논술 학습 방법은 주로 다양한 배경지식의 암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따라서 기존의 교재들도 인문, 사회, 철학, 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주제 또는 소재들을 추출하고 그 주제를 중심으로 지식들을 모아놓은 형태였다. 그러나 통합교과 논술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식의 활용능력'이다. 실제로 논술에 필요한 지식은 제시문들 속에 거의 대부분 주어지며, 중요한 것은 얼마나 정확한 독해를 통해 필요한 지식들을 추출해내고 이를 논제의 요구에 따라 창의적으로 잘 응용할 수 있는가이다.

예를 들어, 고1 공통사회의 ‘사회적 쟁점에 대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묻는 2008 서울대 2차 예시문항 1번 문제의 경우 수능이나 내신에 이 문제가 나왔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정답을 맞힐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실제 사회 문제에 적용시키라는 논제의 요구에 쉽게 답할 학생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교과간 지식을 연결시키는 사고 훈련을

통합교과형은 교과 간의 통합적인 사고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므로 제시문들도 당연히 여러 교과목 간에 걸쳐서 출제된다. 2

008 서울대 2차 예시문항 3번은 일본에 의한 철도 부설이 주변 지역과 남한강 지역의 사람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를 묻고 있다. 그리고 ‘제시문과 지도를 바탕으로 역사적 상상력을 발휘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는 지리와 국사의 교과통합 문제이다. 평소에 교과 공부를 하다가 이 부분이 다른 교과의 어느 부분과 연결될 수 있는지 자주 질문을 던져보는 것도 통합교과 논술 대비에 도움이 될 것이다.

도표, 그래프 등 자료 분석 능력 중요

서울대 2006 수시 2학기, 최근 몇 년간의 성균관대 수시, 연세대 2008 예시문제 등에서는 통계자료와 도표가 제시되었다. 앞으로 이런 흐름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것이다. 인문계에서는 언어·수리 통합형이 아닌 이상 통계자료를 가공하여 새로운 정보를 찾기를 요구하지는 않으며, 통계자료로부터 사회적 함의를 추론해내기를 요구한다. 예를 들어 서울대 2006 수시 2학기에서는 그래프로부터 저출산율과 노령화라는 사회적 문제를 추론해낼 수 있어야 한다. 성균관대 2006 수시 2학기 문제처럼 동일한 통계자료가 상반된 논지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쓰이는 경우도 있다.

사회탐구 교과의 기본 개념 숙지 필수

“통합교과 논술은 별도의 준비가 필요하지 않다”라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새로운 통합 논술이 출제의 범위를 교과 내용으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7차 교육과정에서는 학생들이 선택하지 않는 과목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교에서 이런 부분에 대해서 세심한 배려를 해준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인문계 논술은 주로 사회 현실과 결부된 논제들이 많으므로 사회탐구 과목들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과목이라도 그 교과의 핵심 내용 정도는 숙지해야 한다. 특히 고1 과정에서 배우는 공통사회는 논술 시험을 보기 전에 다시 한번 세밀히 검토를 해야 한다.

예술 작품에 대한 분석적 감상을

2008 서울대 2차 예시문항은 제시문으로 미술에 관한 상반된 두 가지 입장을 주고 ‘몽유도원도'와 ‘인왕제색도' 등 두 개의 그림을 비교 감상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 문제는 평소에 미술작품에 대한 분석적 감상 경험이 없는 학생이라면 단순한 창의적 사고력만으로는 충실한 답안을 써내기 힘든 문제였다. 한편 문항 4번은 문학작품에 대한 감상 능력을 평가하고 있는 문제였다. 서울대형 통합교과 논술에 제대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제 학생들은 문학과 예술작품에 대한 세밀한 분석적 감상도 자주 해봐야 할 것이다.

연·고대형 대비를 위해 수학적 사고능력도 필요

2008 연세대 예시 문제에서는 삼각형의 무게중심 원리를 사회의 분배 상태와 연결시키라는 문제가, 2007 고려대 수시1에서는 공리주의와 롤스의 정의론의 차이를 숫자로 주어진 가상상황에서 적용하는 문제가 나왔다. 이처럼 인문계의 언어·수리 통합 문제에서 물어보는 수학적 내용은 그 지식 자체는 평이하지만, 수학적 원리를 사회문화 현상에 연결시키기를 요구하며 그 난이도가 매우 높다. 평소에 이와 비슷한 훈련을 해보지 않으면 실전에서 문제에 대처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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