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LG휴대폰 싸이언 마케팅 한승헌 상무

“휴대폰을 감성과 패션 소품으로 접근한 것입니다. 통신을 위한 기기로서만은 아니라는 것이죠. 그래서 이름이 초콜릿폰이었고 지금은 ‘샤인’입니다.”

한승헌 LG전자 상무. ‘한국마케팅 부문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팀장’이란 타이틀을 갖고 있는 그는 이름처럼 LG전자 휴대폰 싸이언의 국내 광고 마케팅 부문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다.

그가 LG전자에 합류한 것은 지난해 4월. 인터넷 포털 사이트 NHN에서 마케팅을 맡고 있던 그는 LG전자에서 광고를 주된 임무로 하는 임원을 뽑는다는 얘기를 듣고는 고민 끝에 바로 스카우트됐다.

“초콜릿폰의 출시를 앞두고 여러 이름들이 후보작으로 올라왔습니다. 그 중에서 초콜릿폰이란 이름을 제가 고른 셈이지요. 까만 색상에 감성적인 제품의 특징을 그대로 얘기해 버리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은유가 더 재미있지 않나요.”

당시 ‘블랙 라벨’이란 이름도 거론됐다. 하지만 한 상무는 ‘한 개 제품의 이름보다는 디자인을 중시한 휴대폰들의 시리즈 이름으로 더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그는 “소비자가 제품을 살 때 성능이나 사양을 따지기보다는 우선 ‘예쁘다’, ‘갖고 싶다’는 느낌을 갖게끔 하자는 생각에서 초콜릿폰이란 이름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제조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브랜드명을 정하고 광고를 해야 한다는 그의 예상과 기대는 시장에서 그대로 적중했다.

원래 그는 마케팅 전문가로 꼽힌다. 대우그룹 기획조정실과 P&G, 한국 코카콜라 등의 직장에서 대부분 마케팅 업무를 맡아왔다. 연세대 정외과 81학번인 그는 하지만 미국 MBA 명문인 펜실베니아대 와튼스쿨에서 마케팅이 아닌 파이낸스를 전공했다.

“마케팅을 주로 해왔지만 광고도 재미있게 잘 해볼 수 있다는 욕심에서 과감한 변신을 선택했습니다. 광고 역시 마케팅의 일환이고 서로 통하는 것이니깐요.”

NHN의 히트작인 지식검색 마케팅을 이끌며 실력을 발휘한 그는 LG전자의 휴대폰 분야에서도 능력을 드러냈다. 그가 LG전자에 온 후 싸이언의 휴대폰 광고가 달라졌다는 얘기가 나왔다. “예전부터 LG그룹에 대한 이미지가 워낙 좋았다”는 그는 “특히 LG전자의 광고는 나름대로 훌륭하긴 했지만 좀 더 다른 방식으로도 향상시킬 수 있는 틈새가 있어 보였다”고 말한다.

지난해 어린 소년이 양떼를 몰고 다니는 ‘조금은 이상한’ 광고 시리즈가 그가 만든 첫 단계 작품들. 당시 ‘생뚱맞다’는 얘기를 들었던 이들 광고는 싸이언의 변신을 예고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초콜릿폰 대박이 터졌고 지금은 차세대 히트폰 1순위로 꼽히는 ‘샤인’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불어 LG전자 싸이언 휴대폰의 이미지도 많이 좋아졌다.

“질 좋은 제품을 우선 잘 만들어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요. 그리고 다양한 것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성능 좋고 디자인이 뛰어나다고 그게 다일까요. 제품들의 우수성과 매력을 잘 표현해 많은 이들에게 알리고 또 그것을 유행과 패션, 트렌드로 이끌 수 있는 또 하나의 능력들이 더 필요합니다.”

그의 이런 시각과 도전은 휴대폰 시장에서의 경쟁 구도를 바꿔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휴대폰을 종전 성능 전쟁에서 디자인과 광고마케팅 경쟁으로 전환시켰고 현재 LG전자는 업계에서 이런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광고와 브랜드 마케팅 부문의 부속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 저의 역할일 뿐입니다. 전체적이고도 최종적인 결정은 박문화 LG전자 MC사업본부 사장이 하시는 것이겠죠.” 공을 대표이사에게 돌리는 그는 “앞으로 LG전자 싸이언 휴대폰의 성장과 성공을 지켜봐 달라”고 자신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