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 등 휴대폰 교체기에 진입… 국내 업체들 "시련 끝날 것"

“이제 국내 휴대폰들이 다시 세계 시장에서 빛을 발할 기회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지난 1, 2년간 저가폰 시장에 대응 못해 고전을 면치 못했던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다가올 2007년을 새로운 성장의 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란 견해가 고개를 들고 있다. 저가폰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던 행보에 유리한 환경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저가폰 시장이 이미 포화 단계를 넘어 쇠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시장의 진단과 맥을 같이 한다. 이 같은 낙관론의 판단 근거는 저가폰이 유행한 신흥 시장에서 휴대폰의 교체 시기가 도래하고 있다는 것. 즉 싼 휴대폰들을 구입한 고객들이 이제는 구형 휴대폰을 바꿔야 할 시점에 접어들고 있고 이들은 저가폰 대신 보다 고기능의 휴대폰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분석은 몇몇 시장조사기관에서도 벌써 제기되고 있다. 중국, 인도, 남미 등 저가폰을 이끈 신흥시장에서 신규 수요보다는 교체 수요가 더 커지고 있다는 조사보고서가 발표되고 있는 것. 심지어 저가폰 시장을 이끌었던 노키아의 대표이사는 최근 중국 시장에서 저가폰 시장을 이미 포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저가폰은 사실 그동안 국내 업체들이 ‘벙어리 냉가슴을 앓게 만든’ 시장. 노키아 모토로라 등 해외의 경쟁 업체들이 신흥시장에서 저가폰으로 물량 공세를 퍼부으며 성장을 거듭한 반면 국내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침체를 면치 못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이 취한 입장은 사실상 유구무언(有口無言). 다시 말해 입은 있지만 할 말은 없었던 것. 증권사 애널리스트나 시장조사기관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국내 업체들의 저가폰 시장 대응 실패를 성장 부진의 이유로 꼬집었기 때문이다. 덩달아 언론들도 보고서를 인용, 이들 업체의 매출 부진을 질책하는데 한몫 거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당시 저가폰 시장에 뛰어드는 것이 반드시 옳은 것이 아니었다는 분석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국내 업체의 한 임원은 “당시 업체 입장에서도 저가폰 시장이 커지리란 것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지만 굳이 뛰어들 필요까지 느끼지는 않았다”며 “상대적으로 저가폰 시장이 너무 크게 성장하는 바람에 매출 부진이 예상보다 커져 아무도 나서서 그런 주장을 펴지는 못했다”고 털어 놓았다.

국내 업체들의 경우 저가폰 시장 공략 전략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은 이미 일부 전문가와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퍼져왔다. 한마디로 매출액은 크지만 수익률은 낮은 저부가가치 분야라는 이유에서다.

“저가폰은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분야입니다. 많은 휴대폰을 싸게 만들어 싸게 팔 수 있는 시장에서나 통할 수 있는 것인데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국내 휴대폰 업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아이템이죠.” 업체의 한 관계자는 “섣불리, 뒤늦게 저가폰 시장에 뛰어 드는 것은 불나방 격”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게임룰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 제품에 비해 기술과 성능이 우수하고 디자인도 세련된 평가를 받는 국내 휴대폰의 경쟁력은 해외 소비자층의 틈새를 파고드는 것은 물론 새로운 프리미엄 트렌드를 이끄는 데 있어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