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변호인단 구성… 90년대 이후 5차례 구속→ 석방檢 "사상최대 사기사건, 이번만은 못빠져 나가"자신

“음해세력들이 다시 일어서는 제이유(JU)그룹을 좌초시키기 위해 광기를 발휘하겠지만 정신을 더욱 굳건히 한다면 세상을 밝히게 될 것이다."

서울 성동구치소에 수감된 다단계업체 제이유그룹 주수도(50) 회장이 수만 명의 남은 회원에게 보낸 옥중 메시지다. 주 회장은 제이유그룹 주요 계열사인 제이유피닉스 홈페이지에 경영 전반에 대한 옥중 편지를 게재하는 등 ‘옥중 경영’을 하고 있다. 과연 주 회장과 제이유그룹은 부활할 수 있을 것인가.

주 회장은 1970년대 후반 학원사업을 시작으로 90년대 중반부터 ‘다단계 인생’ 행로에 들어선 이래 2002년까지 다섯 차례(88ㆍ90ㆍ94ㆍ98ㆍ2002년)나 구속됐다가 풀려나는 등 굴곡을 겪었다.

다단계 업체인 숭민그룹(SMK) 사업자로 발을 내디딘 주 회장은 90년대 후반 일영인터내셔날을 설립해 컴퓨터 관련 다단계사업에 나섰고 2000년대 들어서는 제이유 그룹의 전신인 주코 네트워크를 운영하였다. 2003년부터는 제이유네트워크를 경영, 13년 동안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온 한국암웨이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대략 4년마다 구속을 되풀이해온 주 회장은 2000년 방문판매업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상태에서 2002년 4월 또다시 구속기소됐다. 주코 네트워크를 운영하며 5만2,000명의 회원을 모집해 4,5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취득, 업무상 횡령과 방문판매업법 위반,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증권거래법 위반, 약사법 위반 등 5가지 혐의가 인정된 것이다

주 회장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집행이 유예된 3년간의 징역형까지 합쳐 최소한 3년 이상 교도소 생활을 해야 했다. 제이유 사업 역시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

업무상 사기화 배임 및 횡령 혐의로 구속수감된 제이유 그룹 주수도 회장이 지난 7월 28일 서울 동부지검에 도착해 호송차에 내리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기에 몰린 주 회장은 대규모 변호인단을 구성하는 한편 전직 고위관료를 영입해 회사의 실체를 위장하고 전문 로비스트 등을 통해 전방위 로비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지검 K차장검사는 당시 주 회장을 구속시킨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을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K차장검사는 주 회장의 측근인 한의상 전 제이유그룹 고문이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한 씨의 2000년 선물 리스트에 K차장검사의 이름이 올라와 있는 걸 보면 둘은 그 이전부터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해 8월 법원과 검찰 출신의 호화 변호인단은 강하게 무죄를 주장했고 1심 법원은 다단계 판매와 관련이 있는 방문판매업법 및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고 나머지 3가지의 경미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2억 원을 선고했다.

주 회장은 벌금형이 선고되면서 풀려났다. 이 판결은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그대로 확정, 제이유는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날개를 단 주 회장은 무죄 판결에 힘입어 회원 모집을 가속화했고 법원의 송방망이 처분은 피해자 30여 만 명, 피해액이 4조5,0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초대형 사고의 단초를 제공했다.

주 회장은 이번에 또다시 검찰과 법원을 향해 ‘진검승부’를 벌이고 있다. 지난 7월 특경가법상 사기와 배임, 방문판매법 위반 등의 혐의로 성동구치소에 구속 수감될 때만 해도 단식투쟁을 벌이는 등 검찰의 수사에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다소 안정된 심리상태를 보이며 재판 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 회장은 옥중에서 “로비는 없었다”며 결백을 주장하면서 30여 명에 이르는 호화 변호인단에게 철저한 대비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선두의 송광수 전 검찰총장이 최근 수임과 관련한 불미스런 일로 뒤로 물러섰지만 제갈융우 전 대검 형사부장, 김영진 전 대구지검장, 박태석 전 동부지검 차장 등 막강 변호사 진영이 주 회장 지킴이로 나섰다.

주 회장은 최근 제이유그룹 주요 계열사인 제이유피닉스 홈페이지에 제이유그룹 경영 전반에 대한 옥중 편지를 게재하는 등 ‘옥중 경영’에 나서 재판 이후 ‘부활’을 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주 회장에 맞서는 검찰은 그 어느 때보다 단호함을 보이고 있다. 기필코 주 회장에 족쇄를 채우겠다는 비장함이 역력하다. 정상명 검찰총장은 “이번 사건은 약 34만 명이 연루되고 피해액이 4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사기’ 사건으로 비화할 소지가 있는 만큼 한 점 의혹 없이 수사하겠다”고 전의를 다졌다..

검찰은 형사6부 김진모 부장검사를 포함해 검사 4명이었던 수사팀에 공안담당 검사 2명과 부부장 검사 한 명을 더 투입해 수사팀 검사를 7명으로 늘렸다. 또한 수사팀을 지원하기 위해 계좌 추적과 회계분석팀을 파견하기로 하였다.

검찰은 최근까지 네 차례의 공판이 열리는 동안 주 회장의 사기ㆍ배임혐의를 밝혀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주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 부분은 제일 예민한 부분이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 "지금까지를 제이유그룹의 불법 영업과 사기, 횡령 등 범죄를 수사하고 공소유지를 하느라 로비 수사에 전력을 다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라며 "제이유의 로비에 대해 국민적 의혹이 증폭되고 있는 만큼 관련 자료를 모두 수집해 사실확인 작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금융감독원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제이유그룹을 고발하기로 함에 따라 시세조종 의혹에 대해서도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제이유그룹에서 주 회장의 위치는 절대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옥중 경영이 한계가 있는 만큼 재판 결과에 따라 주 회장은 물론 제이유그룹의 운명도 엇갈릴 전망이다.

과연 주 회장의 제이유호는 재기할까, 아니면 침몰할까.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