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사관학교 운영 1년 5개월… 업종·직급·목적별 맞춤 프로그램 운용 "CEO 솔선수범이 중요"

“대부분 기업들은 이익창출과 성과 극대화를 위해 혁신을 추진하지만 우리 학교에서는 ‘궁극적으로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을 혁신의 지향점으로 삼고 있습니다.”

오경준 혁신사관학교 총괄본부장은 기업의 혁신은 이익창출을 넘어 기업과 사회 구성원의 행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상 혁신 대상으로 불리는 3P(Products, Process, People) 중에서도 사람의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혁신은 결국 마인드(의식)의 혁신에 다름 아니다. 그런 까닭에 혁신사관학교의 2박3일 기본교육과정은 마인드 혁신에 70~80%가 할애된다. 이른바 모랄 훈련은 그 수단인 셈이다. 하지만 도요타식 마인드 혁신만이 교육의 전부는 아니다. 혁신사관학교는 기업이든 기관이든 수요자의 니즈(요구)에 맞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제조업종, 서비스업종, 공공기관 및 대학 등의 수요에 따라 제공되는 업종별 프로그램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 혁신사관학교에는 제조업종은 물론이고 웅진그룹, 여성가족부, 중소기업청 등 비(非)제조분야 연수생들이 부쩍 많이 노크하는 추세다. 낭비 제거, 이익 극대화, 효율 등 TPS 철학과 방법론이 상당 부분 적용 가능하다는 평가 때문이다.

CEO, 관리자, 현장직 등 직급별로 실시되는 계층별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직급별로 따로 교육을 받기를 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혁신 교육은 모든 계층이 함께 받았을 때 기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특히 오너나 CEO의 참여 여부가 성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아랫사람들이 변하는 건 원하지만 스스로는 변화를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손환진 상무는 “CEO가 ‘여러분, 열심히 지원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경우는 혁신의 성과가 불투명하며 CEO가 ‘나부터 열심히 할 테니까 다 함께 합시다’라고 할 때 성과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교육 의뢰인의 요구를 적극 반영하는 목적별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철저하게 의식개혁에 맞춰 달라고 하면 주로 마인드 혁신에 집중된 내용을 보강하고, 구체적인 혁신 방법론을 원한다면 의뢰한 회사에 직접 가서 낭비 요인들을 발견하고 개선하는 방안들을 전수한다.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현장 지도를 통해 혁신 수준을 높이는 프로그램도 있다.

탄력적으로 교육 기간을 조절하는 기간별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기본 3일 과정은 주로 혁신 마인드 주입과 TPS 프로세스 소개를 하고, 5일 과정은 현장 전문가들을 상대로 혁신의 툴(도구)을 제공한 뒤 실천 과제를 선정해 개선해 나가도록 지도한다. 시간이 없거나 대규모 인원 교육을 원하는 의뢰인에게는 모랄 훈련과 특강으로 핵심을 전달한다. 일본 도요타 및 TPS 도입 공장 견학을 겸한 6일 과정 연수 프로그램도 기업들이 자주 찾고 있다.

혁신사관학교는 지난해 8월 개교한 이래 올 연말까지 약 300개 업체, 6,000여명의 혁신 인재를 길러냈다. 당초 예상보다 수요가 훨씬 많아 2차 증축을 하고 있으며 대구, 광주 등지에 분교 개설도 추진 중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