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문화·온라인 콘텐츠 수출 가능성 무한대… 원스톱 통합관리가 과제

‘IT코리아, 이제는 디지털 한류의 진원지다!’

해외에서는 한국 하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손가락을 치켜든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인프라와 기술력을 토대로 내놓는 새로운 서비스와 제품들은 한결같이 외국인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같은 IT강국의 이미지는 새로운 한류(韓流)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른바 ‘디지털 한류’가 바로 그것이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KADO) 조용준 홍보영상팀장에 따르면 디지털 한류는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 받는 우리의 디지털 제품과 기술, 서비스를 외국인들이 보고 느끼고 좋아하고 이용하고 구입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연구원은 디지털 한류의 정의를 보다 구체적으로 내리고 있다. 그에 따르면 디지털 한류는 ▲온라인 게임, 모바일 콘텐츠, 디지털

애니메이션, 인터넷 콘텐츠 등 디지털 콘텐츠의 해외 수출을 통해 외국에서 한국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현상 ▲한국의 높은 인터넷 이용을 통해 발전된 한국의 인터넷 문화가 전 세계에 확산되는 것 ▲해외에서 한국의 휴대폰, 디지털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좋아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말하자면 디지털 한류는 우리의 IT 역량으로 세계인의 가슴을 사로잡고 나아가 소비로 연결시키는 일련의 과정인 셈이다. 기존의 한류가 대중문화를 토대로 긍정적인 국가 이미지를 형성했다면 디지털 한류는 앞선 IT산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국가 가치를 창출하고 강화해 나가는 것이다.

디지털 한류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 이미 지구촌 곳곳에 넘실대고 있다. 점차 그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을 필두로 인터넷 기업이나 온라인게임 업체 등의 활약도 눈부시다.

시장조사기관인 GFK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LCD TV는 지난 5월 기준으로 독일 17.3%, 영국 17.3%, 스페인 21.9%, 프랑스 25.1%, 이탈리아 28.1% 등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하며 유럽 주요 국가에서 판매액 1위를 차지했다. 유럽 전체 시장점유율도 20%대를 넘어서며 선두권을 달리는 상황이다.

LG전자는 동유럽 디지털 TV 시장에서 디지털 한류를 전파하고 있다. 지난 6월 기준으로 LG전자는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LCD TV 시장에서 각각 20% 안팎의 점유율을 달성해 1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국내 양대 가전업체인 두 회사가 아시아 시장을 넘어 눈높이가 까다로운 유럽 소비자들에게까지 강력한 흡인력을 보이는 것은 의미가 남다르다.

인터넷 기업들의 비즈니스 모델도 해외 시장에서 한류 확산의 첨병이 되고 있다. 국내 최대 인터넷 업체인 NHN은 수년 전부터 일본 시장 공략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게임재팬과 네이버재팬을 앞세워 일본 시장의 최대 강자 야후재팬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진 상태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인터넷의 발상지인 미국 시장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몇 해 전 인수한 라이코스를 선봉대로 삼아 1인 미디어 서비스 ‘플래닛’을 빠르게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국내에서 ‘싸이월드’ 서비스로 대대적인 선풍을 일으킨 SK커뮤니케이션즈는 ‘전 세계인의 싸이질’을 목표로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섰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중국, 일본, 미국, 대만 순으로 서비스를 개시한 데 이어 다른 국가에도 싸이월드 수출을 준비 중이다.

디지털 한류는 조용준 KADO 팀장의 구분에 따르면 몇 가지 점에서 기존 한류와 뚜렷한 차별성을 갖고 있다. 우선 무대가 아시아 지역을 넘어 지구촌 전체라는 점이다. 또한 한류의 중심 테마인 대중문화와 달리 디지털 제품과 기술, 서비스 등이 생활필수품이라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 이런 까닭에 산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수익구조가 안정적이고 합리적이라는 특징도 지닌다.

삼성경제연구소 고정민 연구원도 디지털 한류의 특징으로 ▲문화적 장벽이 낮아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전 세계로 확산이 가능하고 ▲시장규모가 크고 성장률도 높아 산업의 매력도 면에서 강력하며 ▲IT기기로의 파급효과 등 간접적인 경제 파급효과도 매우 크다는 점 등을 꼽는다.

전문가들은 기존 한류가 자연발생적이고 우연적인 요소에 의해 진행돼 왔다면 디지털 한류는 전략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통해 국익 형성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런 관점에서 KADO는 각종 한류 콘텐츠를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로 제작함으로써 디지털 한류의 외연을 확산하는 것은 물론 한류 콘텐츠를 원스톱으로 살펴볼 수 있는 단일 포털 사이트를 구축해 디지털 한류를 통합 관리할 것을 실행 전략으로 제안하고 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하는 지점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다. 즉 한류의 디지털화 -> 디지털 한류 확산 -> 국부 창출이라는 디지털 한류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키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얻어지는 ‘디지털 강국’의 이미지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가브랜드’로 세계인에 각인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많은 전문가들은 디지털 한류의 발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무궁무진하다는 데 선뜻 동의한다. 디지털 콘텐츠와 제품의 기술 수준이 높은 데다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수용 태세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와이브로, DMB 등 세계 시장의 표준을 만들어가는 신기술도 적잖이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디지털 한류가 본궤도에 이르려면 ‘디지털 코리아’라는 명확한 국가 목표 아래 민관의 지혜와 역량을 보다 집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디지털 한류는 이제 몇 걸음을 뗐을 뿐이기 때문이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