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보, 산업화세력-민주화세력 총력전 펼칠 듯40, 50대가 열쇠 쥐고 보수신당 출현 여부가 변수

박근혜 전 대표가 김대중도서관을 방문,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2007년 대통령선거는 아마도 1987년 대선 이래로 가장 격렬한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투표율도 무관심을 반영했던 2002년 대선의 70.8%를 훨씬 넘어설 전망이다.

대선의 성격도 변할 것이다. 이전의 선거가 권투와 같은 개인 간의 대결이었다면 내년 대선은 축구와 같은 진영 간의 총력전이 될 것이다. 정치권만이 아니라 언론계, 학계, 재계, 종교계,시민단체 등 모두가 수비수, 공격수가 되어 경기에 참여할 것이다.

보수 진영과 진보 진영의 전쟁, 산업화세력과 민주화세력의 전쟁, 동(영남벨트)과 서(호남+충청)의 전쟁 등 뭐라고 부르든 2007년 대선이 ‘진영 대 진영’의 전쟁으로 치러진다면 승리를 위한 제1 전략은 자기 진영의 분열을 막는 것이다. 연합은 제2 전략이다.

1987년 이후 치러진 네 번의 대선 결과는 세 번(92년 3당합당 민자당, 97년 DJP연대, 2002년 노무현ㆍ정몽준 단일화)에 걸친 연합세력의 승리와 세 번(87년 YSㆍDJ 분열, 97년 이인제 이탈, 2002년 정몽준 이탈)에 걸친 분열세력의 패배를 보여준다.

보수진영 전투력, 결집력 공고

연합세력의 승리는 꼭 ‘연합’ 때문에 승리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분열세력의 패배는 바로 ‘분열’ 때문에 패배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분열이 훨씬 치명적이다. 그런 측면에서 한국 사회에서 물적 토대가 강고하다고 평가되는 보수 진영이 지난 세 번의 대선에서 자기 진영의 분열(정주영, 이인제, 정몽준)을 막지 못한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 주목할 것은 달라진 보수의 결연한 의지가 곳곳에서 확인된다는 점이다. 거침없이 사상전을 전개하고 몸싸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취약한 인터넷도 서서히 장악해가고 있다. 폭로와 같은 게릴라전도 감행한다. 전반적으로 보수의 전투력과 결집력이 공고해지고 있다.

그래서 보수 진영(혹은 산업화 진영, 동부 벨트)은 어느 정도 분열하더라도 전쟁을 치를 밑천이 있지만 진보 진영(혹은 민주화 진영, 서부 벨트)은 분열하면 힘없이 패배로 이어진다.

2007년 대선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진보가 보수에 책임을 묻는 선거였다면 이번 대선은 최초로 보수가 진보ㆍ개혁 세력의 10년 책임을 묻는 선거라는 점이다. 그리고 보수 진영에 유리한 정황들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진보ㆍ개혁 세력의 분열 가능성이 높고 구심점은 약화되고 있는 데 반해 보수세력은 뉴라이트 등장 등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연대를 형성 중이다. 그리고 한나라당이 단독 출마해도 집권이 가능한 강력한 후보군을 확보하고 있다. 게다가 진보세력의 집권 10년에 대한 책임을 묻는 사회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보수 진영(또는 한나라당)의 집권은 왠지 불안해 보인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도 한나라당 지지율이 45%를 넘었음에도 패한 전력이 있고 한나라당 후보의 분열을 막을 장치가 없다. 현재 여권의 호남, 충청, PK가 분열돼 있지만 95년 대선 때처럼 다시 손잡을 수 있다.

새로운 '시대정신' 읽어야

2007년 대선은 여러 요인들의 산물이겠지만 크게 세 가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첫째 대한민국이 새롭게 전진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 즉 ‘시대정신’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찬란했던 과거의 신화(전설)를 깨는 것이다.

신화와 전설은 영웅을 낳는다. 영웅은 사람을 지배하고 시대를 지배한다. 산업화 시대는 박정희라는 영웅을 낳았고 민주화 시대는 김대중이라는 영웅을 낳았으며 북한에는 김일성이라는 영웅이 있었다.

정치인은 선대 정치인의 ‘공(功)’보다는 ‘과(過)’를 더 많이 보아야 극복할 동력이 생긴다. 그 힘으로 나라가 발전하고 역사가 전진하는 것이다. 선대를 신화화해 과를 비판할 힘을 상실하면 나라든 정치인이든 더 이상 발전은 없다.

오늘날 북한이 저 지경이 된 것은 그 사회에 김일성을 비판할 동력이 없기 때문이다. TK(대구ㆍ경북)에서 박정희를 비판하지 못하기 때문에 큰 정치인이 나오지 못하고 호남에서도 DJ를 뛰어넘는 정치인이 못나오는 것은 DJ를 비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07년 대선에서 산업화세력과 TK가 박정희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따라 보수 진영의 내부 투쟁이 격화될 것이고 ‘호남 이니셔티브’를 둘러싼 노 대통령과 김대중 패러다임의 대충돌이 정계개편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이다.

둘째 대선의 관전포인트는 한국의 53년생부터 68년생까지 40~50대의 선택이다. 이들은 피로 ‘민주화’를 이루고, 땀으로 ‘정보화’를 이뤘으며, 눈물로 ‘한류’를 만들어 낸 ‘한국의 위대한 세대’이다. 2007년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이 20년을 맞는 해로 당시 20세이던 68년생들이 40세가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들 40~50대는 지난 대선의 향배를 결정했으며 2007년 대선에서도 승부를 가를 것이다. 20년 전에 이룩한 위대한 성취를 재현하게 되는 셈이다.

한국의 ‘위대한 세대’는 진보적 열정을 지니고 있지만 일상생활에 짓눌려 보수화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2007년 대선은 1992년 미국 대선과 비슷한 양상이 될 가능설이 높다. 그 선거에서 46년생 베이비붐 세대인 클린턴은 46세의 나이로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는데 베이비붐 세대의 지지에 힘입은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사회주의 붕괴, 독일 통일, 걸프전 승리 등 정치ㆍ군사적 업적을 들고 나온 아버지 조지 부시 대통령 대신 교육ㆍ세금ㆍ일자리ㆍ부동산 등 경제와 사회 이슈를 제기한 클린턴을 선택했다. 한국 40~50대가 2007년 대선에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시사하는 대목이다.

셋째 주목할 사항은 한나라당을 대체할 ‘보수신당’의 출현 여부다. 한나라당이 보수성을 지나치게 강화해 이에 동조하지 않는 세력, 예컨대 뉴라이트의 ‘자유주의연대’등이 (보수)신당 창당에 나설 수 있다. 또한 박정희에 대한 평가를 놓고 보수 진영에서 논란이 격화될 경우 보수신당이 만들어질 수 있다.

영남이 분열하지 않는 한 여권이 연대하더라도 대선에서 승리가 어려운 지형도 보수신당의 창당을 추동한다. 한나라당 후보 중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민심에서, 박근혜 전 대표가 당심에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양자의 간극이 메워지지 않을 경우 이 전 시장의 보수신당 참여를 배제할 수 없다.

여권에서 유력한 ‘외부 선장’으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도 여권 후보보다는 보수신당의 주자로 나설 가능성이 더 높고, 고건 전 총리 역시 같은 행보를 취할 가능성이 있다.

보수신당이 출현하면 기존 대선 지형을 일거에 바뀌고 종래 여권에서 논의되는 정계개편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

대한민국 국민은 ‘선진국’과 ‘평화의 시대‘를 꿈꾼다. 언제부터인가 한국의 정치에서 ‘꿈’이라는 단어가 사라졌다. 2007년에 집권을 목표로 하는 정당과 정치인은 대한민국의 다음 세대를 위해 ‘선진화와 평화를 위한 연대’, 나아가 ‘선진화와 평화를 위한 행동’에 즉각 나서야 하지 않을까.

박성민

박성민(정치 컨설팅 회사 ‘MIN’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