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 인터뷰

홍종학 교수
“(부동산)거품이 당장 꺼질 수 있다고도 생각하는데 결코 그렇지는 않습니다. 거품이 자꾸 커진다는 우려와 또 역으로 거품이 곧 꺼진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글쎄요···. 결국 결론은 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입니다.”

경실련에서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고 라디오에서 시사경제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는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 거품의 위험성에 대해 줄기차게 경고해 오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잔뜩 끼었다고 생각하는 홍 교수가 가장 염려하는 부분은 ‘거품이 오히려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 이제는 부동산 거품이 가라앉을 때도 됐다는 ‘낙관론’을 오히려 그는 경계한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유지되려면 3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우선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거라는 기대 심리가 퍼져 있어야 되고 다음은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론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홍 교수는 그리고 나머지 3번째 조건으로 ‘불안 심리’를 지적한다.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앞으로 영원히 못 살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또 다른 투기 수요를 불러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집값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어느 정도의 기대 심리는 충족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내년은 대선이 치러지는 선거의 해이기 때문에 정부가 ‘설마 거품을 붕괴시키겠느냐’는 인식이 깔려 있어서이죠.”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고 관리들이 앞장서서 지금 집값이 거품이 아니라는 의미의 발언을 쏟아내고 있는 것도 집값 붕괴에 대한 걱정을 불식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다.

홍 교수는 “지금 상황이 거품의 ‘마지막 3단계’, 즉 불안 심리가 증폭된 상황에 와 있을지 모른다’고 염려한다. 이 때문에 오히려 뒤늦게 서둘러서라도 집을 장만하려는 이들이 또 다른 투기 수요를 불러 일으키고 이는 다시 집값 상승, 즉 거품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그가 보는 현재 상황이다.

“이 경우 더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지금까지 집을 사지 않고 버티던 일반 서민들이 뒤늦게 집을 사겠다고 달려들면서 이들이 소위 ‘막차’를 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지요. 이후 거품이 터지기라도 하면 이들이 감내해야만 하는 부담은 엄청나게 커지게 됩니다.”

홍 교수는 거품이 계속되면 사회가 두 세력으로 양분된다고 보고 있다. 거품이 꺼지길 기다리는 이들과 거품이 꺼질까봐 불안해지는 이들로 나뉜다는 것. “특히 거품이 커지고 계속될수록 거품이 꺼질까봐 불안해 하는 이들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그는 경고한다. 지친 나머지 무리해서라도 뒤늦게 집 장만에 나서는 이들이 많아질 확률이 커진다는 것.

그는 이런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는 시점을 내년 2007년 봄으로 보고 있다. 이사철 시즌이 시작되면서 만연한 부동산 가격 인상 기대 심리가 겹쳐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여건이 안 되는 일반 서민들까지 너도나도 무리해서 집을 사는 데 뛰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거품은 부동산만의 문제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거품이 꺼지게 되면 그것이 국가 경제와 국민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자꾸만 경고를 하는 것이죠.” 만약 부동산 가격이 급락하기라도 하면 대출을 받고 집을 구매한 이들은 대출 이자 부담과 자산가치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곧 가계경제 위축, 나아가 금융시장 불안, 국가 경쟁력 위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많은 경제학자들의 지적이다.

“이제는 거품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기 만을 바랄 뿐입니다. 홍 교수는 “국민들이 이제는 시류에 휩쓸리지만 말고 부동산 시장을 차분하고 냉정히 바라봐 달라”고 당부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