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인터넷 쇼핑몰 '씽씽'… 백화점·슈퍼마켓 '덜컹덜컹'특정 품목만 집중 판매하는 카테고리 킬러·초저가 매장 인기몰이 조짐

현재 국내 유통 시장은 크게 할인점, 백화점, 온라인쇼핑(인터넷 쇼핑몰 및 TV홈쇼핑) 등 3강(强)과 슈퍼마켓, 편의점 등 2약(弱) 세력의 혼전 구도다. 유통 업체들의 경쟁 못지않게 유통 업종 간의 경쟁도 뜨거운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1993년 국내에 첫선을 보인 할인점은 불과 10년 만인 2003년 백화점의 수십 년 아성을 허물고 마침내 유통 업종의 왕좌에 올랐다. 해마다 계속된 고속 성장 덕분에 가능했다. 게다가 이 같은 성장세는 좀처럼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할인점 새해에도 40여 개 새로 문열어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가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할인점 업계는 2006년 총매출 25조4,000여 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성장한 데 이어 새해에도 9.1%의 고성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됐다. 2007년 총매출 예상치는 27조7,000여 억원이다.

할인점 업계의 덩치 불리기는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빅3’를 중심으로 신규 출점이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게 가장 큰 동력이다. 새해에도 할인점 업계는 40개 가량의 신규 점포를 개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비해 백화점 업계는 수년째 연 평균 4%대의 저성장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총매출은 2006년 약 17조9,000여 억원에서 새해에는 18조7,000여 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할인점 업계와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게다가 할인점들이 매장 및 제품의 고급화를 추구하면서 두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도 백화점 업계의 고민이다. 비슷한 물건을 판다면 가격 경쟁력이 높은 할인점을 고객들이 선호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백화점 업계는 매출의 1/4을 차지한다는 소수의 VIP고객에게 마케팅을 보다 집중할 전망이다. 상품 기획과 구성을 고급화하고 수입 명품의 구색을 더욱 다양화해 상류층 고객의 입맛에 맞추는 이른바 명품 마케팅 전략이다.

이처럼 할인점과 백화점이 티격태격하는 사이에 어느덧 유통 채널의 무게 중심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속하게 옮겨가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트렌드로 말하자면 유통업의 ‘파워 쉬프트’가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인터넷 쇼핑몰 업계는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연 평균 신장률이 26%에 달할 만큼 엄청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01년 1조7,000여 억원에 불과했던 시장 규모는 새해에 15조9,000억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2009년쯤에는 20조원을 돌파하면서 백화점을 제치고 2대 유통 업종으로 등극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의 급성장은 이른바 오픈마켓으로 불리는 G마켓, 옥션 등의 대활약에 크게 힘입었다. 오픈마켓의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알아챈 대기업들도 앞서거니 뒤서거니 뛰어들고 있다. GS가 GSe스토어라는 이름으로 오픈마켓을 운영 중이고 롯데도 새해 상반기 중에 이 시장에 진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마켓 업계는 할인점과의 상권 중복으로 매출 성장세가 저조하다. 2006년에는 신규 출점도 GS슈퍼, 롯데슈퍼, 탑마트, 킴스마트, HP익스프레스 등 빅5를 기준으로 12개에 그쳤다. 새해에는 시장 규모가 약 2% 정도 신장한 8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슈퍼마켓 업계도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할인점과의 차별화를 위해 부심하고 있다. 일례로 신선 식품을 강화하는 등 상품 구성을 고수익 구조로 전환하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새해 13% 정도 성장해 시장 규모가 5조9,000억원 대에 이를 전망이다. 특히 전체 점포 수는 1분기 중에 1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편의점 업계 역시 다른 업종과의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GS25는 2006년 야채, 과일 등 신선 식품 비중을 크게 높인 슈퍼형 편의점을 처음 선보이고 대형 할인점의 틈새 공략에 나섰다. 또한 바이더웨이는 아늑한 휴식 공간의 컨셉트를 내세운 카페형 편의점을 등장시켜 인근 상권의 카페들을 잔뜩 긴장시키고 있다.

신발 매장 일본 ABC마트 등 국내 상륙

할인점, 온라인 쇼핑 등 새로운 유통 채널이 등장해 기존 판도를 뒤흔들어 놓았듯이 최근 또 다른 유력 업종의 부상 가능성이 예견되는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른바 ‘카테고리 킬러’ 업체의 등장이다. 카테고리 킬러는 수많은 종류의 상품 구색을 갖춘 백화점이나 할인점과 달리 특정 장르의 상품만을 대량으로 갖춰 판매하는 전문 매장을 말한다.

수십 개의 신발 브랜드를 파는 일본의 ABC마트, 홈패션 등 가정용품을 판매하는 영국의 B&Q 등이 이미 국내에 상륙해 영업 중이다. 전문 복사업체 킹코스, 화장품 편집매장 토다코사 등도 전형적인 카테고리 킬러로 볼 수 있다. 새해에는 기획부터 판매까지 함께 하는 의류전문매장 GAP, ZARA 등이 국내 도입될 예정이다. 아울러 대기업인 롯데가 2008년께 선보일 완구전문점 토이자라스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밖에 국내 유통 시장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업태의 등장 가능성도 무르익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이에 대해 신세계 노은정 부장은 “국내 시장은 할인점 등 대부분 업태가 성장 단계에 포진해 있는 반면 저가격, 최소한의 서비스를 특징으로 하는 혁신 업태가 거의 없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국내 경제의 소비 양극화 현상을 반영한다면 초(超)저가 유통업체, 이른바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HDS)가 들어설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유럽에서도 HDS 업체가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한 바 있다. 독일의 ADLI가 대표적인 사례다.

유통업은 소비자 라이프스타일을 얼마나 잘 읽어내느냐 하는 데서 결국 성패가 갈린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장의 변화는 계속되고 있고 여러 업종 간의 흥망성쇠도 엇갈리고 있다. 그렇다면 최후의 승자는 누구일까. 답은 아마도 소비자 손에 달렸지 않을까.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