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 현재 미디어 시장은 패러다임 격변의 물결 속에 있다. 아마추어리즘인 UCC에서 전문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PCC(Professional Creative Contents)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동영상이나 블로거가 생산하는 콘텐츠와 광고를 결합하거나 매출 분배 등은 고전적 방식. 최근엔 전문 블로거들끼리 연합해 콘텐츠 신디케이션을 추진하기도 한다.

‘나’의 세상, 블로그가 연다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일까? 아래의 방법을 따르면 된다.

일단 블로그(Blog)를 개설한다. 그리고 나서는 디지털 카메라나 캠코더로 동영상을 만들어 블로그에 열심히 올리면 된다. 가리고 숨길 것은 없다. 솔직하고 과감하게, 때로는 과장되게 몸을 흔들어야 한다. 또는 다른 사람에 비해 두드러진 ‘나’만의 실력을 지루하지 않게 찍어 웹 사이트에 등록한다.

바야흐로 21세기는 그런 왕성한 콘텐츠 제작자들인, ‘나’의 천국이다. ‘나’는 또 올드 미디어의 관점에서는 ‘여러분(You)’의 시대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2006년 올해의 인물로 ‘You’를 꼽았다. 타임지는 오마이뉴스, 유튜브, 마이스페이스, 아마존, 워키피디아 등 세계적인 UCC(User Created Contents, 사용자제작콘텐츠) 기반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You’를 소개했다.

‘You’가 단순히 세상을 바꾸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세상이 변화하는 방식까지 바꿔놓을 것이란 전망까지 하면서. 1인 미디어 시대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평가다. 1인 미디어는 과거 콘텐츠 소비자였던 이용자가 콘텐츠 생산자로서 역전한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단적으로 웅변한다.

1인 미디어는 UCC의 주인공인 ‘나’의 위상을 압축적으로 설명하는 말이다. 20세기 매스미디어는 통속적이고 거대한 담론들을 다루면서 정작 콘텐츠를 소비하는 ‘나’에는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가 미디어가 될 수 있는 쌍방향 플랫폼에서 ‘나’는 세계의 중심이다. 즉, 오늘날 미디어 산업은 ‘나’가 없이는 콘텐츠 수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더구나 이렇게 급성정한 1인 미디어 환경은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에서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1인 미디어들이 단순히 홀로 머물지 않고 네트워크로 연결되면서 거대한 여론매체가 됐기 때문이다.

제3의 물결로서의 동력

1인 미디어의 태동기는 1998년 전후, 인터넷 서비스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도입되던 때다. 포털사이트도 그 무렵 커뮤니티 서비스를 개설했다. 여기에 2000년 2월 시민기자제를 내건 독립형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 창간은 1인 미디어 시대를 여는 촉매제가 됐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다는 오마이뉴스의 슬로건은 전통적인 뉴스 생산자에겐 혁명 같은 사건이었다.

특히 대안의 목소리를 시민기자의 이름을 빌려 쏟아낸 오마이뉴스는 전국의 ‘나’가 겪은 일상의 목소리를 뉴스로 내놓았다. 이 뉴스는 또 다른 ‘나’의 일상과도 접점을 형성했고 소통의 다리를 세웠다. 시민기자는 올드 미디어가 외면한 주제들을 부각시켰고, 솔직하고 역동적인 시각을 선보이며 호평을 얻었다.

이렇게 번성의 기반을 닦기 시작한 시민기자의 시대는 인터넷신문의 황금기를 열었다. 오마이뉴스에 이어 프레시안, 데일리서프라이즈, 데일리안, 마이데일리 등 다양한 인터넷신문들이 쏟아졌다. 또 지역 인터넷신문 대부분은 풀뿌리 저널리즘에 기초해 지역에 거주하는 아마추어 기자가 뉴스 생산의 중심축이 됐다.

이러한 인터넷신문의 급성장은 한국 사회의 지식대중 규모와 맞닿아 있다. 상대적으로 풍부한 고학력층은 IT 인프라와 퍼스널 미디어 디바이스(Personal Media Device)의 활용력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들은 정치, 사회적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2002년 한·일 월드컵과 대통령 선거, 2004년 대통령 탄핵 등에서도 여론을 주도했다.

바로 인터넷을 통해 ‘나’의 의견을 생산하면서 상호 소통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된 것이다. 특히 대통령 선거와 대통령 탄핵 등 굵직한 정치 현안을 거치면서 이들은 ‘노사모’, ‘무적의 투표부대’ 등으로 결집했다. 이들은 기성 매체의 보도를 조롱하고 패러디 등으로 비판하면서 새로운 여론을 형성하고 사이버의 ‘주류’로 등극했다.

거대한 그물망, 소셜 네트워크의 성장

당시 1,000만 가입자를 돌파한 미니홈피 싸이월드는 수년간 고공 행진을 이어갔으며, 네이버는 이용자들이 묻고 답하는 지식인 서비스가 정점을 향하고 있었다. 각 포털사이트는 이용자들의 콘텐츠를 커뮤니티로 묶고 활용하기 위해 블로그나 게시판, 까페 등을 연이어 개설했다.

‘싸이월드’의 경우 ‘나’의 일상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공개되는 한편, 같은 동질감을 갖는 사람들끼리 ‘일촌’으로 그루핑(grouping)하는 ‘네트워크’가 형성됐다. ‘나’의 소식은 다른 ‘나’에게 쉽게 전해질 수 있는 지인 간 통로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들은 독특한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만들면서 한국적 1인 미디어로 자리잡았다.

최근에는 개인 블로그들끼리 연결되는 이글루스, 티스토리 등 보다 개방적인 블로그 커뮤니티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올블로그(www.allblog.net)는 지난 1월 20일 밤 강릉시 일원에서 발생한 지진 소식을 기성매체의 뉴스속보보다 더 빠르게 알렸다. 강원도 등 전국의 블로거들이 지진이 일어나자마자 속속 그 지역 정보를 올린 것이다.

‘pei’space’라는 블로거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기상청에서 밤 9시 3분 발표가 있고, 지진 발생 15분이 지난 후에야 연합뉴스에서 송고한 기사가 인터넷에 떴다”면서, “그러나 지진이 난 지 5분도 안 된 밤 9시께 포털사이트엔 실시간 검색어 1위로 ‘지진’이 올랐다”고 전했다. 이 지진소식 글은 다른 블로거들의 댓글과 트랙백으로 삽시간에 확산됐다.

이렇게 거대한 블로고스피어(blogosphere)는 소셜 네트워크(social network)의 한 흐름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지인들 간의 네트워크, 인기 블로거 중심의 콘텐츠 네트워크 형성 등으로 분화해가고 있다. 1인 미디어들이 모인 소셜 네트워크의 힘이 강력해지면서 원하는 주제와 이슈로 쉽게 연결될 수 있도록 태그(tag), RSS 등 기능적 요소들도 점점 발전하고 있다.

참여와 공유…'웹 2.0'신형엔진

이용자들이 스스로 참여해서 콘텐츠를 원활하게 생산할 수 있도록 하고, 스스로 콘텐츠의 이용과 유통을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웹 2.0(Web2.0)의 환경이 1인 미디어 시대를 가속화하는 신형 엔진이 되고 있다. 웹 2.0은 이용자들이 생산하는 콘텐츠의 유통 및 공유 시스템 확장으로 이어진다. 이는 DMB(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HSDPA(high speed downlink packet access), 와이브로(wibro) 등 이동성이 증대한 단말기의 보급과도 무관하지 않다.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이용하고 제작할 수 있는 인프라는 컨버전스 미디어 환경의 쌍방향(Interactive) 특성에 주목하게 만든다. 1인 미디어와 뉴미디어의 결합은 참여형 서비스를 늘리면서 프로그램에서 시청자·청취자들의 참여는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2003년 MBC 드라마 ‘다모’는 이용자들이 제작한 ‘인터넷신문’, ‘다모 폐인’ 등으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러한 1인 미디어들의 활성화는 매스미디어와 이용자가 협력하는 패러다임을 만들고 있다. 서비스와 콘텐츠를 개방하는 것은 물론이고 분산의 틀도 제공하고 있다. 마음대로 콘텐츠를 퍼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업에게도 이득이 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의 미래 전략은 콘텐츠의 공유와 참여를 내걸었다.

또 국내 지상파 방송사 인터넷 서비스업체 SBSi(www.sbsi.co.kr)는 지난해부터 ‘NeTV’를 통해 방송 콘텐츠를 UCC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단순한 콘텐츠 소비자에서 참여하는 소비자(Prosumer), 창조하는 소비자(Cresumer)로의 변화에 대응하려는 기존 미디어의 대응은 아예 맞춤형 UCC로 양질의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옮아가고 있다.

맞춤 UCC에서 PCC로 확대

이에 따라 UCC에서 PCC(Professional Creative Contents)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PCC는 1인 미디어의 아마추어리즘을 넘어 보다 전문적인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시도이다. 네이버는 지난해 2월부터 ‘민기자닷컴’의 MLB 콘텐츠를 뉴스 채널 스포츠 섹션에 선보였다. ‘민기자닷컴’은 스포츠조선 출신 민훈기 기자가 1인 미디어로 선보인 전문 뉴스다.

이에 앞서 미디어다음은 2005년 11월 ‘블로거 기자단’을 오픈했다. ‘블로거 기자단’은 좋은 콘텐츠를 올린 블로그 이용자에게 보상제도를 시행하는 한편, 뉴스 페이지에 별도로 서비스하는 등 우수한 콘텐츠 확보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또 각 포털사이트는 2006 독일 월드컵 때 현지에 블로거를 파견, 콘텐츠 생산의 변화를 모색하기도 했다. 네이버와 미디어다음은 독일 현지에서 월드컵 소식을 전할 블로거들을 모집하면서 일종의 맞춤 콘텐츠를 생성하도록 주문하기도 했다.

이러한 블로거들의 활동은 결국 마구잡이 펌질 위주의 콘텐츠를 줄이는 한편, 전문성을 갖춘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불러 모았다. 언론사들도 블로거들의 콘텐츠를 지면과 웹 사이트에 비중 있게 다루는 전략을 폈다.

이는 1인 미디어의 비즈니스 가능성을 확인하려는 실험으로 보인다. 현재 포털사이트 내 블로그 등 UCC 관련 섹션의 비중은 급격히 늘고 있는데, 주요 포털사이트의 전체 페이지뷰에서 UCC 페이지뷰 비중도 50%대를 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블로거가 마음먹은 대로 디자인도 꾸밀 수 있는 차세대 블로그 서비스도 오픈됐다.

특히 1인 미디어가 다루는 콘텐츠가 멀티미디어형으로 전환하면서 비즈니스 모델의 관심도 고조되고 있다. 판도라TV(www.pandora.tv)는 개인이 올린 동영상에 광고를 삽입하는 방식으로 수익 분배를 고민하고 있다. 인터넷 북쇼핑몰 알라딘(alladin)은 책, 음반에 대한 블로그 리뷰를 공유, 여기서 구매가 발생할 경우 해당 이용자와 수익쉐어를 하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즈는 ‘애드클릭스’라는 툴에 의해 블로그 등에 관련 광고를 노출, 효과가 기준에 충족할 경우 제작자와 수익쉐어를 추진 중이다. 이렇게 블로거가 생산하는 콘텐츠와 광고를 결합하거나 매출 분배 등은 고전적인 방식이다. 최근에는 전문 블로거들끼리 연합, 콘텐츠 신디케이션을 추진하는 경우도 나왔다.

그러나 이같은 UCC 비즈니스 모델은 저작권이 최대 걸림돌이다. 한국저작권보호협회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UCC 전문 포털사이트의 UCC 83% 이상이 저작권 침해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부정 광고 등 광고효과를 조작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무엇보다 선정적인 콘텐츠 유통의 온상이 되거나 사생활 침해의 위험성도 높다.

경희사이버대 민경배 교수는 “블로그 등 UCC가 정착되고 있는 시점인 만큼 정보 소비자 대상의 교육이나 캠페인에서 정보 생산자 양성으로 초점이 변화해야 한다”면서, “정보 관리자 및 수집자도 비즈니스보다는 양질의 콘텐츠를 위한 열린 토양을 가꾸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방’과 ‘공유’, ‘참여’와 ‘분산’ 등의 가치는 이젠 돌이킬 수 없는 1인 미디어 시대의 ‘나’와 ‘우리’의 얼굴이다. 정갈하고 단아한 얼굴을 마주하려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최진순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기자 soon69@par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