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미디어' 공동체 꿈꾸는 블로터닷넷모든 블로거에 문호 개방 '열린 편집국' 지향… 수익 모델 개발도 모색

1인 미디어 뉴스공동체 블로터닷넷의 김상범 대표. 김지곤 기자
1인 미디어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블로그(Blog). 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블로거(Blogger)들이 지난 수년 새 급증하면서 국내 포털 사이트 등에 개설된 블로그 숫자는 줄잡아 1,000만 개를 넘어섰다. 국민 5명 가운데 1명 꼴로 블로그를 갖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대중화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대부분의 블로거들은 단순히 개인의 신변잡기를 올리거나 다른 전문 사이트에서 콘텐츠를 퍼나르는 데 그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인 미디어라는 이름에 걸맞게 직접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블로거는 3만 명 이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파워블로거 국내 3만 명 활동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들 소수정예 블로거다. 이른바 ‘파워 블로거’로 불리는 이들은 자신만의 개성적인 콘텐츠를 바탕으로 인터넷 세상에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나아가 충성도 높은 방문 독자가 많게는 수만에 이르는 일부 파워 블로거들은 대형 포털, 출판사, 기업체 등으로부터 뜨거운 구애를 받기도 한다.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파워 블로거들이 더없이 좋은 마케팅 수단이기 때문이다.

블로그가 성공적인 1인 미디어의 모델로 정착하면서 최근에는 뜻이 맞는 블로그끼리 손을 잡는 블로그 연합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블로그가 개인의 목소리를 벗어나 광장에서 집단적 목소리로 진화하는 것이다. 이는 또한 검증된 블로그들이 서로 힘을 합쳐 더 큰 영향력을 얻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 있다.

‘1인 미디어 뉴스공동체’를 기치로 내건 블로터닷넷(www.bloter.net)은 이런 추세를 반영한 대표적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이들은 블로거들이 직접 뉴스를 생산한다는 의미에서 스스로를 ‘블로터’(블로거와 리포터를 합친 말)라고 부른다. 단순한 블로거 차원을 벗어나 적극적인 뉴스 생산자와 전달자 역할을 자임하겠다는 뜻이다.

이곳의 블로터들은 거창한 목표만 앞세운 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전문성도 갖고 있다. 지난해 9월 출범할 때부터 함께 한 4명의 내부 블로터는 이전에 정보기술(IT) 관련 매체에서 기자로 활약했던 전문가들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과 의기투합해 온라인으로 맺어진 12명의 외부 블로터들도 현재 IT산업에 종사하는 현장 전문가들로 진용이 짜여 있다.

블로터닷넷은 뜻을 함께 하는 블로거라면 누구에게나 문호를 개방한다는 ‘열린 편집국’을 표방한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블로거에게는 블로터로 활동할 수 있는 장터를 얼마든지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전문성을 가진 평범한 시민들을 기자로 활용해 온라인 매체의 새 지평을 연 ‘오마이뉴스’와 철학적으로 맞닿아 있는 대목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블로터닷넷은 어떻게 세상에 나올 수 있었을까. 그 산파 역할을 한 사람은 전자신문, 아이뉴스24 등의 IT전문매체에서 10여 년 동안 취재 현장에서 활동한 기자 출신의 김상범(40) 대표블로터다.

그는 현직 기자로 있을 때 ‘차별적인 온라인 미디어’를 화두로 삼고 고민해왔다고 한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온라인 매체는 쏟아지지만 정작 알맹이는 기존 오프라인 매체와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블로그를 만나면서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직감을 운명적으로 얻었다.

“1인 미디어의 영향력 확대가 시대적 추세로 떠오르는 걸 보면서 특정 영역에서 힘을 발휘하는 블로거들이 합치면 더 큰 영향력을 얻을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착상이 떠오르더군요. 게다가 직접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블로그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도 이미 느낀 상태였고. 그래서 새로운 컨셉트의 미디어를 내가 직접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결단을 내렸죠.”

김 대표블로터는 ‘선택과 집중’을 블로터닷넷의 방향타로 삼고 있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역량을 집중해 기존 미디어를 뛰어넘는 콘텐츠를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그 대상은 구성원들의 면면에서 보듯이 역시 IT 분야다.

"1人 미디어 방송도 진출할 것"

이와 관련, 그는 “콘텐츠 생산은 IT 분야에 집중하면서 장기적으로는 IT가 사회, 문화적으로 접목되고 결합되는 방식에 대해 우리만의 진지한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바람”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또 “역량이 쌓이면 1인 미디어가 만드는 방송도 해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블로터닷넷은 본격적인 미디어를 지향하는 만큼 뉴스 생산을 통한 자기만족에 그치지 않고 수익모델도 추구하고 있다. 콘텐츠 판매, 광고, 교육 및 세미나 주최, 온-오프라인 출판 등 사업 아이디어도 기존 미디어 못지않게 다양하게 구상 중이다. 가장 큰 목적은 결국 블로거들이 생산한 양질의 콘텐츠가 세상에서 ‘제값’을 인정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실제 인기 블로그의 영향력이 주목을 받으면서 시장을 노크하는 블로거들이 점차 늘고 있지만 독자적인 개척이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점에서 블로터닷넷은 역량 있는 블로거들의 ‘공동 브랜드’로서 시너지를 창출하는 무대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1인 미디어 시대를 열고 새롭게 진화하는 블로그. 기존 미디어 시장을 흔드는 진앙지가 될지 모두가 지켜보고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