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덕일·김병기 씨"고조선에 대한 포괄적이고 심도있는 논의 계기 됐으면…"

“2,000년, 아니 5,000년 만의 기적이라고 합니다.”

역사학자 이덕일(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소장), 김병기(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전문위원) 씨는 요즘 베스트셀러로 각광받고 있는 공저 <고조선은 대륙의 지배자였다>(위즈덤하우스)에 관한 얘기부터 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의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사무실에서 만난 두 사람은 국민들이 자신들의 책에 보인 성원에 놀라움과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만큼 고조선(기원전 2333년), 나아가 우리 고대 역사가 홀대를 받아왔다는 것이다.

이 소장은 “동북공정에 따른 영향도 있겠지만 독자들이 제대로 된 우리 역사에 목말라 하는 것 같다”면서 “고조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은 우리 역사의 굴절된 현주소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학계에서 고조선에 대한 포괄적이고 심도있는 논의가 있기를 바란다”면서 기대했던 강단 주류 사학자들의 반응이 없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두 사람은 모두 한국 근대사, 그 중에서도 독립운동사를 전공했기에 고조선사는 의외인 셈이다. 이 소장은 ‘동북항일연군’연구로, 김 위원은 ‘독립군 참의부’에 관한 연구로 각각 석ㆍ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 소장은 “독립군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그분들의 사상에 영향을 주었던 대종교를 접하게 돼 단군, 고조선에 대한 관심은 오래전부터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사의 천재들>, <조선 왕 독살사건>, <송시열과 그들의 나라> 등 대중 역사서를 내면서 한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려던 차에 고조선사를 펴내게 됐다고 했다.

김 위원은 증조부(김승학)가 독립신문 사장과 육군주만참의부 참의장을 지낸 독립운동가이고 부친(김계업)은 대한독립운동총사 편찬위원장을 지낸 역사가여서 자연스럽게 고조선을 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들이 밝혀내는 고조선사는 우리의 고대역사 무대 현장을 발로 뛰고 가슴으로 전한 노력의 산물이다. 이 소장은“중국의 박물관이 고조선식 동검인 비파형 동검을 숨기는 바람에 몰래 유물 사진을 찍어야 했다”면서 “중국은 동이족의 조상 '치우'를 중국의 조상으로 모시는 등 정부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데 우리는 버젓이 기록된 우리 역사도 스스로 깎아내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병기(왼쪽)·이덕일 씨
“중국의 동북공정이 한강 이북을 겨냥하고 있다”고 처음 언론에 밝힌 이 소장은 “현재와 같은 정부와 학계의 대응으로는 동북공정을 막을 수 없다”며 “내부의 싸움과 단일민족론에서 벗어나 동이족 대연합 차원에서 미래를 구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은 향후 계획에 대해 “고조선사에 이어 고구려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중국 답사 등을 통해 자료를 확보한 뒤 올해 중반쯤에 책을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조선사 책에 옮기지 못한 내용은 기고 등의 형태를 통해 살을 보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책의 의미를 묻자 “고조선 역사가 살아 숨쉬어야 한국사가 깨어난다”는 현답으로 돌아왔다.


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