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화로 무장한 파워블로거, 언론사 기자급 역할 수행도

이젠 블로거(Blogger)에서 블로터(Bloter)로···.

블로그의 ‘1인 미디어’적 성격이 두드러지면서 ‘블로거 기자’의 개념도 더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블로그가 하나의 뉴스처럼 보도적인 성격과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명의 블로거가 역시 기자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래서 생겨난 용어가 블로터다. 이는 블로그(Blog)와 리포터(Reporter)의 합성어. 이 용어를 창안, 처음 공식 사용하기 시작한 블로터닷넷의 김상범 대표는 “파워 블로거들이 늘어나고 힘이 커지는 데다 전문화까지 무장이 되면 일반 언론사 기자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되는 셈이다”고 평가한다.

블로터들의 인터넷 마당이 펼쳐진 곳은 블로터닷넷(www.bloter.net)이다. 한마디로 블로그 기반의 1인미디어 뉴스공동체. 이름 그대로 전문성을 갖춘 ‘기자급’ 블로거들을 중심으로 다수의 ‘블로터’들이 모여 활동을 벌이고 있다.

한글과컴퓨터의 조광제 상무(http://danielcho.bloter.net)는 블로터닷넷을 통해 꾸준히 글을 연재, 독자층을 넓혀가고 있는 블로터로 꼽힌다. 삼성에서 16년, 한글과컴퓨터에서 4년 등 20년의 조직 경험에 비춰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차이, 성격 등을 정확하게 짚어내는 것이 그의 블로그 인기 비결. 물론 IT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도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다.

“처음에는 사내 직원들과 200여 파트너 회사 임직원들에게 매주 목요일 글을 보냈어요. 한마디로 찾아가는 블로깅 서비스죠.” 몇몇 사람들만 읽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더불어 사내 게시판과 이메일도 적극 활용했다. 조 상무가 올린 글은 항상 주간 톱5에 들 정도. “그냥 제 글을 읽어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제가 직접 찾아간 셈이죠.”

그는 블로그에 올린 글을 다시 정리, 책 출간까지 했다. 제목은 ‘행복한 목요일’. 온라인 블로그가 발전해 오프라인 출판으로까지 이어진 경우다. 블로그의 제목 ‘벤처와 매너경영’에서 알 수 있듯 벤처기업 CEO나 임원들이 실제 현장에서 알아두면 좋을 매너기법 등 실경험을 위주로 글을 썼다.

진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IT관련 세미나와 포럼 등에 나가 보고 듣고 느꼈던 것들을 블로그를 통해 관계사 및 일반인들에게 전달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말 그대로 진짜 블로터 역할이다.

“일반인들이 쉽게 참여하지 못하지만 관심도가 높은 행사들이 많아요. 저는 관계 종사자니까 참여할 수 있잖아요. 저만 알지 않고 나누면 더 좋은 것 아닐까요.” 단순히 보도 자료만 정리하는 수준이 아닌 느낌과 뒷얘기까지 담아낼 생각이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는 그는 블로터로서 전공 분야에서만큼은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한컴씽크프리의 최고기술임원(CTO)인 박재현 이사(http://thinkfree.bloter.net)는 새로운 인터넷 트렌드 및 웹오피스 소프트웨어(SW)에 대한 정보를 소개해 오고 있다. ‘날아가는 새들처럼 SW에 날개를 달자’가 그의 블로그 제목.

1994년부터 개인 홈페이지를 꾸려 오다 그는 최근 수년째 블로그를 운영해 오고 있다. 직접 홈페이지를 꾸미고 관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불편했지만 블로그는 글 쓰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과감하게 업종(?)을 전환했다고 한다.

“블로그를 전문성을 갖춘 개인 미디어로 발전시키고 싶었습니다. 프로페셔널리즘을 지향하는 것이죠.” 그래서 그는 다른 개인 블로그들을 모두 폐쇄시켰다. 전문 블로터들의 모임을 추구하는 블로터닷넷의 취지에 공감해서다.

때문에 그가 올리는 글들은 전문적이기도 하거니와 길다. 짧게 단편적으로 쓴다거나 가십거리가 결코 아니다. 대신 횟수는 주 1회꼴. 주로 주말에 심혈을 기울여 쓴다. 주로 퍼 오는 글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 블로그에는 별로 공감하지 않는다.

NHN 등과 제휴해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무에 열중하는 그는 관련 과정이나 진행 상황 등을 블로그에도 털어 놓는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그의 블로그 출입이 잦은 편이다. 이들과 서로 블로그를 통해 의견을 교환해 나가기도 하고 내용이 퍼져 나가는 것을 보며 그는 블로그의 위력을 새삼 실감한다.

“그냥 사실을 있는 그대로만 전하는 데 머무르지 않잖아요. 거기에 견해가 첨가되고 반론이 오가면서 고리처럼 연결되는 것 같아요.” “찬성과 반대 의견이 서로 묶이다 보면 지식 꾸러미가 된다”고 생각하는 그는 그래서 블로터의 역할에 큰 자긍심을 갖고 있다.

태터앤컴퍼니(http://www.tnccompany.com)의 이미나 홍보팀장(http://kkonal.bloter.net)도 블로터로서 ‘꼬날의 인터넷과 PR이야기’를 연재하며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필명 ‘꼬날’로 유명한 그녀는 인터넷 기반의 새로운 PR기법에 대해 소개하는 것으로 이름을 날렸다.

‘권상우의 훌륭한 위기 대처’, ‘검색엔진의 역사’, ‘홍보, 조사가 시작이다’, ‘블로그 PR 성공법칙’, ‘네이버 인기검색어 1위에 오른 강은비’ 등이 그녀가 올려 큰 인기를 모았던 블로그 글들이다. 엠파스의 홍보 담당 출신으로 1998년부터 검색 서비스, 온라인 음악 서비스, 온라인 게임, 무선인터넷, 블로그 등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의 홍보를 진행해 왔다는 점도 좋은 글을 쓰는데 기반이 됐다.

그녀의 회사가 서비스하는 설치형 블로그툴인 태터툴즈( http://www.tattertools.com)와 가입형 블로그서비스 티스토리(http://www.tistory.com) 이외의 다른 블로그툴도 그녀는 이용한다. 활용하고 있는 것만 3개의 블로그.

꼬날의 좌충우돌 PR현장 이야기(http://www.kkonal.com)는 인터넷 서비스 홍보 10년차 꼬날의 PR과 인터넷에 대한 이야기로 태터툴즈 기반의 설치형 블로그로 '꼬날'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운 블로그다. 꼬날의 뮤직 싸롱(http://blog.naver.com/kkoanl)에서는 음악과 영화, 게임 등 평소 좋아하는 취미 생활과 관련된 글을 올린다.

또 큐브리드의 최고기술임원(CTO)인 김평철 씨(http://mogabi.bloter.net)도 ‘모가비가 만드는 SW 세상’ 블로그에서 DB 개발 전문가로서 관련 기술 정보를 제공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농’이란 블로그 제목을 가진 김지현 씨도 미국의 통신정책과 인터넷관련 최신 동향 등을 소개하고 있고 다음커뮤니케이션에 근무하는 김지현 씨(http://oojoo.bloter.net)도 한국의 e-비즈니스 현주소를 주제로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분석과 새로운 정보를 열심히 제공하고 있다.

블로터닷넷의 김상범 대표는 “개인의 힘은 약하지만 1인 미디어들이 모여서 공동의 브랜드로 활동을 하게 되면 파워도 강해지고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다”며 “블로터는 블로그 기반의 새로운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터전이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