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건강식 인식 확산… 업계 신제품 출시 잇따라, 전문 레스토랑도 늘어

주부 이지선(35ㆍ가명) 씨는 음식을 굽거나 튀길 때 콩으로 만든 일반 식용유 대신 올리브유를 쓴다. 또한 야채 샐러드를 만들 때는 종종 유럽에서 건너온 발사믹 식초로 맛을 낸다. 올리브유나 발사믹 식초는 모두 지중해 지역 사람들의 요리에 거의 빠지지 않고 사용되는 ‘약방의 감초’ 같은 식재료들이다.

이 씨가 지중해식 식재료를 쓰는 이유는 뭘까. 그는 “대학 시절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그리스,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 국가의 음식 맛에 반했었다”며 “그때 추억을 간직하고 있던 차에 몇 년 전 지중해식 식단이 건강에 좋다는 말을 들은 뒤부터 지중해식 식재료를 자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씨는 또 “간혹 그리스식 레스토랑을 찾아 지중해 고유의 풍미를 즐기기도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도 잘 맞는 것 같다”며 지중해식 식단을 호평했다.

그림 같은 풍광과 온화한 기후, 다채롭고 풍성한 농수산물 등 천혜의 자연조건을 자랑하는 지중해 지역은 예로부터 음식문화가 크게 번창해 왔다. 특히 지중해식 식단은 육류보다는 해산물, 채소, 과일 등의 활용 비중이 높아 맛은 물론 건강 식단으로도 유명하다.

소비자 눈높이·미각 동시에 잡기

지중해식 식단은 국내에서도 웰빙 바람을 타고 수 년 전부터 인기가 치솟고 있다. 그리스나 이탈리아 음식 전문 레스토랑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는가 하면 지중해식 식재료를 직접 구입해 나름의 식생활을 즐기는 사람들도 증가 추세다.

이런 가운데 국내 식료품 업계에서도 지중해산 재료를 바탕으로 한 신제품을 속속 출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중해 지역 고유의 웰빙과 건강 이미지를 통해 소비자들의 눈높이와 미각을 동시에 사로잡으려는 이른바 ‘지중해 마케팅’인 셈이다.

지중해 마케팅의 선구자 격은 올리브유다. 올리브유는 불포화지방산을 많이 함유해 콜레스테롤 생성을 억제하며 심장 질환 예방에 큰 효과가 있는 장수 식품이다. 그래서 ‘신의 선물’로도 불리는데 지중해식 요리를 건강 식단으로 만들어주는 핵심 중의 핵심 재료다.

이런 장점이 널리 알려지면서 국내에서도 올리브유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2002년 시장 규모가 100억원 선에 그쳤으나 불과 4년 만인 지난해에는 그 10배인 1,000억원을 돌파한 것. 게다가 매출액 면에서는 콩 식용유의 시장 점유율을 이미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지중해의 뜨거운 태양 아래 생산된 양질의 포도를 원료로 하는 포도씨유의 인기몰이도 무섭다. 2004년 무렵 처음 국내 시판됐지만 불과 2년 만인 지난해 400억원 어치가 팔려나간 데 이어 올해는 시장 규모가 700억원대로 급팽창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포도씨유 역시 올리브유 못지않은 건강 식품이다. 포도씨유에 풍부하게 함유된 리놀레산은 체내 콜레스테롤을 제거해 심장병과 비만, 고혈압, 동맥경화 등 각종 성인병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포도씨유는 기름 특유의 느끼함이 덜하고 향이 은은해 조리용으로도 그만이라는 평가다.

식품업계에서는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를 맞아 웰빙 및 프리미엄 식품에 대한 욕구가 더욱 커지면서 올리브유, 포도씨유 등 고급 식용유 시장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리브유의 원재료인 올리브 열매도 점차 미식가들의 입맛을 끌어당기고 있다. 올리브 열매는 지중해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식용으로 다양하게 활용돼 왔다. 국내에는 보르게스, 마리오 등 외국 브랜드 제품이 수입, 시판되고 있는데 패밀리 레스토랑 등 음식점에 대부분 공급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동원F&B가 일반 소비자들을 겨냥, 이탈리아산 올리브 열매를 유리병에 담은 ‘노블레 올리브’란 브랜드의 제품을 출시했다. 동원F&B측은 이 제품이 올리브유의 효능을 그대로 담은 데다 와인 안주나 식후 디저트, 피클 대용식 등으로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관계자는 “올리브 열매 시장은 아직 초창기라서 수요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지만 잠재력은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바탕 ‘트랜스지방 홍역’을 치른 제과업계에서는 요즘 웰빙 과자 출시로 신뢰를 되찾으려는 노력이 한창이다. 이처럼 제과업계에 부는 웰빙 바람 속에 올리브 과육을 함유한 과자가 출시돼 눈길을 끌고 있다.

크라운제과는 스페인 세빌리아산 천연 올리브를 통째로 갈아 넣어 올리브 과육 특유의 맛과 건강함을 느끼도록 했다는 ‘올리바와플’을 지난해 말 선보였다. 이 제품은 크라운의 대표 브랜드 중 하나인 ‘버터와플’의 자매 제품.

홍보실 관계자는 “보다 건강 지향적인 제품으로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인식에서 제품을 기획했다”며 “자녀 간식 마련에 세심한 주부들로부터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탈리아 모데나 지방의 특산품인 포도식초 ‘발사믹 식초’도 지중해 바람을 타고 최근 국내에 들어오기 시작한 식재료 중 하나다. 발사믹 식초는 지중해 연안 국가 사람들이 샐러드 등의 요리에 풍미를 돋워주기 위해 많이 쓰는 최고급 식초다. 향이 깊고 풍부하며 와인과 마찬가지로 숙성 기간이 길면 길수록 품질이 좋아진다.

국내에서는 유럽 음식 동호인들을 중심으로 사용자층이 수 년 전부터 점차 넓어지고 있는데 주로 백화점 수입식품 매장이나 남대문 수입식품 상가 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상 청정원은 지난해 10월 국내 업계 최초로 발사믹 식초를 직접 생산, 시판하기 시작해 미식가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대상 측에 따르면 발사믹 식초는 원래 신맛과 향이 강한 편인데 주부들을 상대로 사전조사를 실시해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생산했다는 것. 홍보실 관계자는 “발사믹 식초는 일반 식초와 달리 원료부터 차별화돼 있으며 특히 유럽 음식에 잘 맞다”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유럽의 새로운 식문화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유럽 음식 애호가들을 중심으로 틈새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올리브유에서 식초·요구르트까지 폭 넓어져

음료 시장에서도 지중해산 재료를 마케팅 소구점으로 삼은 신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웅진식품은 지중해 연안 지역에서 주로 재배되는 ‘레드 오렌지’(블러드 오렌지)를 주원료로 사용한 새로운 타입의 오렌지 주스 ‘자연은 365일 레드오렌지’를 지난해 4월 출시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레드 오렌지는 껍질은 노랗지만 과육이 붉은 오렌지. 일반 오렌지에 비해 신맛이 덜하고 과즙은 풍부하며 독특한 향과 맛이 나는 특징을 지녔다.

특히 항산화물질 안토시아닌이 풍부해 피부미용과 노화방지에 일정한 효능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비타민C도 일반 오렌지보다 많아 피로회복에도 좋다고 한다. 일부 백화점 수입식품 코너에서는 레드 오렌지 생과일이 시판되고 있다.

웅진식품 조규철 홍보팀장은 “기존 오렌지주스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기 위한 차원에서 레드오렌지 주스를 기획했다”며 “새로움과 건강을 추구하는 요즘 소비자들의 웰빙 트렌드에도 부합해 출시 1년 만에 약 1,700만 병(180ml 기준)이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서울우유는 아예 지중해를 브랜드 이름으로 채택한 프리미엄 요구르트 ‘지중해의 아침’을 지난 3월 하순 출시했다. 이 제품의 주요 성분은 지중해가 원산지인 무화과와 올리브잎의 추출물. 무화과는 비타민 B와 C, 미네랄이 풍부해 소화 촉진과 변비 해소에 효과가 있으며 올리브잎은 혈액 순환과 혈당 조절을 돕는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 회사 발효유마케팅팀 이병홍 과장은 “지중해 식품, 특히 장수식품으로 유명한 그리스 요구르트에서 제품을 착안했다”며 “최근 프리미엄 요구르트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어 시장 전망은 밝다고 본다”고 밝혔다.

식료품 업계에서는 웰빙 바람을 타고 몇 년 전부터 지중해식 식단이 관심을 끌어왔기 때문에 지중해산 원료를 활용한 식음료 제품도 충분히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해외 여행이 활발해지면서 유럽 문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와 친숙도가 높아진 것도 지중해 마케팅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요즘 웰빙 하면 지중해 연안 유럽 국가의 식문화를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며 “미국, 일본, 중국, 동남아 등지의 음식에 다소 식상한 소비자들에게 지중해는 이국적이면서도 건강 지향적인 이미지로 강하게 다가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이 은총을 내렸다는 지상의 낙원 지중해 연안. 그곳의 풍성한 먹을거리가 한국인들의 입맛을 유혹하고 있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