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개·오징어·새우·마늘 등 곁들인 해산물요리와갓 구워낸 빵으로 식탁 꾸미면 '제대로 지중해 식단'

다이어트나 건강식으로 상징되는 지중해식 음식은 일반 육류보다는 해물, 그리고 버터 보다는 올리브유, 신선하고 다양한 과일과 야채 등으로 요약된다.

이 같은 지중해식 음식은 또 말 그대로 지중해 날씨, 기후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바다와 면한 해안지방을 중심으로 여러 해물 요리들이 발달한 데다 4계절 비교적 온화한 날씨에 뜨거운 태양에서 내리쬐는 햇빛 등은 풍부한 농산물들을 선물해 준다.

이탈리아 출신인 밀레니엄 서울힐튼호텔의 아니타 비디니 조리장은 지중해 음식 메뉴로 <올리브와 바질을 곁들인 조개요리>, <가스파쵸 스프>, <지중해식 야채 샐러드>, <신선한 버섯과 안티쵸크 샐러드>, <지중해식 해산물 스프>, <마늘과 올리브 오일을 곁들인 새우요리>, <매운 마늘소스의 해산물 요리>, <지중해식 해산물 계란밥> 등을 추천한다.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이탈리아 여성 셰프(조리장)라는 독특한 이력을 자랑하는 그녀는 이들 지중해식 메뉴는 조리 과정도 간단하거니와 건강식이라고 소개한다. 특히 야채는 신선한 상태 그대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올리브 오일을 뿌려 드레싱을 하고 그 위에 치즈를 얹어 먹는 것이 지중해식 야채샐러드의 기본이다.

조개나 오징어 등 해산물들을 뜨거운 물에 삶거나 그릴에 가볍게 굽고 데치는 방법도 지중해 인근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조리법에 속한다. 피자를 굽든지 생선이나 고기를 구울 때나 오븐이 사용되는 정도. 또 피망이나 애호박, 가지 등도 지중해식 식단에 자주 오르는 식재료들로 꼽힌다. 신선한 상태의 샐러드로 먹을 수도 있지만 가볍게 구워 먹기도 한다.

특히 지중해 연안의 이탈리아 사람들은 ‘앤초비’로 불리는 멸치 요리도 즐겨 먹기로 유명하다. 원래 서양인들은 멸치를 잘 먹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여기서는 예외인 셈. 멸치를 젓갈처럼 염장시켜 먹는데 짠 맛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이탈리아는 아니지만 역시 지중해에 접해 있는 스페인식 대표적 요리인 <가스파쵸 수프>도 지중해식 메뉴로 빼놓을 수 없다. 토마토나 마늘, 빵, 통후추, 파프리카, 오이 등의 재료를 갈아넣고 올리브오일, 셰리(sherry)로 만든 식초, 소금을 섞어 만드는데 우리 음식으로 치자면 냉국과 흡사하다.

조금 걸쭉하게 만들었다가 먹기 직전에 얼음물, 소금 등으로 취향에 따라 희석하거나 간을 맞추기도 하는데 지중해의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는 데는 그만이다. 재료나 내용물에 약간의 변화를 주기도 한다.

비디니 조리장은 호텔 내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일폰테’에서 올 한 해 건강식 지중해 음식 특선을 선보이고 있다. 한 달에 한 개의 주제를 정해놓고 이탈리아 출신 조리장으로서 지중해 음식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행사다.

1월에는 오징어, 2월은 이탈리아 귀족의 만찬, 3월은 이탈리아 카니발을 주제로 식단을 꾸몄고 앞으로도 라자냐, 카넬로니 파스타, 남부 이탈리아 요리, 안티파스티, 이태리식 아이스크림, 투스가니 지방식, 피자 특선, 파스타 특선, 크리스마스 등을 주제로 다양한 지중해식 메뉴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서울 청담동의 이탈리아 레스토랑인 ‘보나세라’의 파올로 데 마리아 조리장은 웰빙 음식으로서 지중해식 메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국내 일반 이탈리아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보기 드문 이탈리아 출신 조리장인 그는 지중해식 음식을 특징짓는 3대 요소로 올리브 오일과 토마토, 바질을 꼽는다.

샐러드 등 직접 뿌려 먹을 때 사용하는 올리브 오일은 엑스트라 버진급 올리브 오일을 쓰라는 것이 그의 충고. 보통 올리브 열매를 처음 한 번만 짜내는 엑스트라 버진급 오일은 비싼 대신 티 스푼으로 한 숟갈만 넣어도 될 만큼 향이나 맛이 진하고 강하다. 반면 신 맛이 더 강한 버진급 올리브 오일은 굽거나 데치는 데 사용하기에 무난하다고 한다.

토마토 또한 지중해식 대표 메뉴. 샐러드용으로나 구워 먹는 것으로도 모자라 스파게티의 소스로도 애용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중해식 메뉴로 빠지지 않는 허브인 바질도 그는 적극 추천한다. 바질은 졸림을 방지하고 신경 강장과 위와 신장의 활동 촉진, 벌레 물린 데의 살균 작용을 하며 비타민, 칼슘, 철분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리에서 바질은 이용 범위가 넓으며 특히 토마토나 마늘과는 잘 어울린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지중해식 요리에서 없어서는 안될 정도로 널리 이용된다. 후레쉬한 바질은 파스타나 일반 요리의 맨 위에 올려져 음식을 장식해 줄 뿐더러 향긋한 향을 내뿜는다.

하지만 따서 오래 두면 향기가 사라지기 때문에 대부분 페스토 소스나 오일 절임으로 만들어 많이 보관한다. 페스토 소스를 사용해 그린 빛깔이 나도록 만드는 페스토소스 파스타는 보는 것만으로 신선한 자연의 내음을 물씬 풍긴다. 붉은 빛깔의 토마토 소스 스파게티에만 익숙한 한국인들도 그린 컬러의 페스토소스 파스타를 통해 지중해 음식의 별미를 다양하게 접해 보라고 그는 조언한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