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대 다르고, 차별 판정 심하다"파울 당한 뒤 항변해도 묵살… "무시당하는 느낌에 울분 치밀어"

“한국 심판들은 두 가지 룰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용병끼리 다툴 때의 판정 룰과 용병 대 한국 선수들 간의 판정 룰 말입니다.”

국내 프로 농구 코트에서 뛰고 있는 한 외국인 선수는 심판들에 대한 불만을 이렇게 털어놨다.

“용병들이 키도 크고 덩치도 좋잖아요.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용병과 한국 선수들 간에 몸싸움이 있으면 예외 없이 용병의 반칙으로 몰아붙이는 것 같습니다. 또 용병들에게 한국 선수들이 심한 반칙이나 욕설을 하더라도 한국 심판들은 모른 척 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용병들끼리는 모두 다 그렇게 얘기하고 있거든요.”

신원을 밝히기를 거부하는 이 용병이 토로한 심판 판정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이미 용병들 사이에 공공연히 떠돌고 있는 얘기에 불과하다고 한다. 파스코가 심판의 판정에 불복하며 심판을 밀친 것이나 다른 용병들이 최근 거친 항의와 매너 등으로 말썽을 빚고 있는 것도 모두 이런 연장선상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해석이다.

때문에 인터넷과 팬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농구 코트에서의 인종 차별론’은 이런 용병들의 처지를 동정(?)한 시각으로 풀이된다.

파스코의 소속팀이었던 LG 관계자도 “파스코가 국내-외국인 선수의 차별보다도 외국인 선수들 중에서도 자신이 유독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을 해왔다”면서 “평소 ‘단테 존스나 피트 마이클 등은 욕설을 해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나는 입만 열어도 테크니컬 반칙을 지적당하기 일쑤’라고 불만을 털어놨다”고 밝혔다. 또 “KTF와 4강 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모두 5반칙으로 퇴장당하면서 자신이 심판들의 ‘표적’이 돼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또 심판 판정에 항의하다 테크니컬 파울을 받는 경우도 대부분 용병의 몫이다. 모범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찰스 민렌드는 “파울을 당한 뒤 항변해도 심판은 묵살하곤 한다”며 “코트에서 무시당한다는 느낌이 쌓이면 불신으로 이어지고 언젠가 폭발하게 마련이다. 여러 나라에서 농구를 해봤지만 유독 KBL만 그런 반칙을 내버려 둔다. 코트 안에서 나를 보호해주는 사람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국내의 한 농구인은 “용병이든 국내 선수든 모두 자기가 판정에서 불리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이들의 주장을 반박한다.

심판들 또한 키가 작고 체격도 조그마한 국내 선수들이 외국 용병들과 거친 몸싸움을 벌일 때 부딪혀 넘어지거나 수비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을 보면 ‘팔이 안으로 굽기 마련’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하지만 국내 선수인 현주엽은 “긁거나 무리하게 잡아당기는 등 외국인 선수들에 대한 반칙이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면서 “국내 선수끼리는 다 아는 사이이고, 나중에 같은 팀에서 만날 수도 있어 심하게 못하지만 외국인 선수한테는 반칙을 거칠 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증언한다. 용병들의 불만을 그냥 지나쳐 버릴 수만은 없는 대목이다.

“제 이름이나 팀 이름만은 쓰지 말아 주세요. 선수가 심판이나 판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금기사항이고 걸리면 벌금을 내야 하니까요” 외국인 용병 선수는 말문을 이렇게 닫았다.


박원식 차장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