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전·하륜 서얼 드러날까 '연안 차씨 멸문'

족보에 정도전, 하륜 서얼 가록한 '연안 차씨'멸문

고려가 망하고 조선이 개국하면서 신흥 명문가가 생기는가 하면 멸문의 화를 입은 집안도 있다. 개성 왕씨를 비롯해 이 집안과 한 뿌리에서 갈라져 나온 연안 차씨(延安 車氏)가 대표적이다.

연안 차씨 차원부는 고려 말 정몽주, 이색 등과 함께 명성을 떨친 성리학의 대가로 요동정벌을 떠나는 이성계가 찾아와 조언을 구하자 중국 정벌의 부당함을 언급해 위화도 회군의 명분을 주었고 조선이 창건된 뒤에는 태조의 공신 책봉을 거절하고 은둔한 인물이다.

차원부는 '왕자의 난'(1398년) 때 피살되고 가족은 물론 친척까지 주살되고 차원부가 은둔하면서 만든 연안 차씨 족보 판본까지 불살라지는 등 멸문의 화를 입는데 사가(史家)들은 이방원의 오판과 하륜(河崙)의 음모가 부른 참화라고 해석한다. 그런 배경에는 연안 차씨 족보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있다.

연안 차씨 족보는 안동 권씨의 '성화보'와 문화 류씨의 '가정보'보다 앞선 우리나라 족보의 효시로 평가받는데 족보에는 차씨 문중과 혼맥을 형성한 다른 집안의 서얼까지 상세하게 기록돼 있었다. 족보에 따르면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鄭道傳), 조영규(趙英珪), 함부림(咸傅霖), 그리고 태종 이방원의 집권을 도운 하륜이 모두 서얼 출신이다.

정도전은 차 씨 집안의 사위인 우연(禹淵)의 첩이 낳은 딸의 아들이고, 조영규는 차운혁(車云革, 차원부의 조카)의 이복누이의 남편이고, 함부림은 차원부의 이복남동생의 사위이고, 하륜은 차씨 집안 사위인 강승유(姜承裕)의 첩이 낳은 딸의 아들이었다

연안 차씨 종친회 차기탁 부회장은 "우리 족보에 악감정을 품은 하륜 등이 왕자의 난을 빌미로 차원부 할아버지의 일족을 살해하고, 해주 신광사에 보관된 족보 판본까지 불살라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연안 차씨 족보에는 정도전, 하륜, 조영규, 함부림 등 4인이 원흉으로 기술돼 있다.

차원부의 죽음에 가장 분노한 사람은 태조 이성계였고 이방원 세력은 급히 차원부의 명예를 회복시켜주려 했다. 세종과 문종을 거쳐 단종에 이르러서야 그 한 맺힌 사연을 기록한 '설원기(雪寃記)'를 펴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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