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들이 말하는 중국유학 "인내심·뚜렷한 목표 가져야 성공" 어설픈 환상은 금물… "죽을 각오로 공부해야 살아남는다"

“막연한 생각만으로 중국에 유학온다면 십중팔구 낭패를 겪을 거예요. 어느 나라에 유학을 하든 마찬가지이겠지만 특히 중국 유학은 현실을 직시하는 게 먼저라고 봐요.”

칭화(淸華)대 2학년 S모(20·여) 씨는 중국으로 유학온 지 6년째를 맞았다. 이제 갓 스물을 넘었지만 유학 경력으로는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에 속하는 셈이다. 그 때문인지 S씨는 중국 유학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중국 유학에 대한 어설픈 환상과 기대를 갖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학교에서 공부를 하는 것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유학생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 및 관리 시스템을 갖춘 곳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이유다.

이에 대해 S씨는 “적지 않은 베이징 소재 학교들이 한국 유학생을 받아들이고 있지만 학교 수업만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며 “이 때문에 방과 후에 과외나 학원을 통해 모자란 학습량을 채우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대학 진학을 하려는 한국 유학생들은 대부분 몇몇 명문대를 목표로 공부하고 있어 그만큼 경쟁률도 치열하다. 때문에 웬만큼 사교육의 도움을 빌리지 않으면 명문대학 입학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에 와서 무엇을 성취할 것인지 뚜렷한 목표 의식이 없으면 유학 실패 가능성은 크게 높아진다. S씨는 “본인은 중국에 별 관심이 없는데도 부모님에게 떠밀려 온 학생들의 경우 이곳 생활과 공부에 쉽게 지치는 모습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부모에 떠밀려온 유학, 거의 다 실패

유학 생활의 고단함을 못 이겨낸 학생들은 자칫 주변의 유혹에 쉽게 넘어갈 수 있다. 중국은 청소년들을 유해환경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나라다. 10대 학생들도 술이나 담배를 어디서나 거리낌없이 살 수 있다.

현재 고교 과정을 공부 중인 유학 3년차 P모(18) 군은 “한국에서는 술, 담배를 몰랐던 아이들이 여기 와서 손대는 경우를 종종 봤다”며 “공부하려고 맘 먹으면 할 일이 산더미 같이 많지만 반대로 놀려고 들면 주변에 얼마든지 즐길 것이 널린 게 중국 유학의 현실”이라고 털어놓았다.

한국 유학생들이 많아지면서 이들을 겨냥한 ‘한국식 유흥업소’들도 자연스레 늘어나고 있어 절제력이 약한 아이들의 학습에 적잖은 방해가 되기도 한다.

중국 유학을 떠난 지 1년이 채 안된 C모(17) 양은 “노래방, DVD방, 만화방 등이 중국에도 널려 있어 처음에 많이 놀랐다”며 “주말에 나가 보면 이런 곳을 배회하는 한국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청소년들의 학습을 방해하는 환경은 중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라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사정은 비슷하다. 때문에 중국의 유학 환경을 부정적으로만 볼 이유는 없다고 유학생들은 말한다.

“유학 와서 이곳의 언어를 배우는 것은 물론 여러 나라에서 온 새 친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문화를 안다는 게 재밌어요. 무엇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를 넓힐 수 있어 좋아요.” 어느덧 중국 유학 생활과 공부에 흥미가 생긴 C양의 자랑이다.

다만 중국 유학에서 어지간한 노력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결코 얻을 수 없다는 게 유학생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고등학교 졸업 후 중국으로 건너가 베이징대 졸업을 앞둔 K모(여ㆍ23) 씨는 “대학 입학도 이 악물고 공부한 끝에 합격했지만 그 후에도 뛰어난 중국 학생들과 겨루기 위해 정말 죽을 각오로 공부했다”며 “우리말이 아닌 중국어로, 중국 수재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경쟁해야 하기 때문에 웬만한 오기와 인내심으로는 졸업장을 따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대가 엄격한 학사 관리로 소문나 있지만 다른 학교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특히 초·중·고교 과정을 가르치는 국제학교는 영어와 중국어를 함께 공부해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유학생들은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중국 학생들에 비해 절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공부 여건이다.

결국 중국 유학에서 성공하려면 스스로의 유학 목표를 확고하게 세워 매진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셈이다. “중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하잖아요.

큰 뜻을 품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면 성공적인 유학 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수 차례 힘든 고비를 잘 넘겨온 K씨가 중국에 유학 온 후배들에게 던지는 격려의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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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