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홍성종 하오티처 중국유학센터 원장영어·중국어 동시 습득 환상 버리고 '나홀로 유학'은 가능한 피해야

세계 무대의 주역으로 떠오른 중국과 한국 학부모들의 높은 교육열. 이 두 가지가 만나 형성된 중국 조기유학 열풍은 지금도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문제는 마음만 앞선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중국에 덜컥 보냈다가 유학 실패라는 씁쓸한 결과를 맛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이는 자녀의 적성과 진로를 충분히 감안하지 않고 학교를 선택하거나 자녀의 의지와 무관하게 부모의 뜻만으로 유학을 떠나보내는 게 주된 원인이다.

또한 한국 유학생들을 교육 대상이 아닌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일부 현지 학교와 유학기관의 행태도 아이들을 힘들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국 학생들이 중국유학 생활에 연착륙할 수 있을까. 하오티처 중국유학센터(www.haot.co.kr) 홍성종 원장은 “중국 조기유학에서 모든 선택의 대전제는 아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중국유학과 관련된 책도 쓰며 유학설명회 강사로도 활동 중인 홍 원장에게서 중국유학의 실상을 들어봤다.

-중국 조기유학이 갈수록 늘고 있다. 학부모들이 중국을 선택하는 주된 동기는 무엇인가.

“물론 국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을 보내는 도피성 유학도 아직 많다. 하지만 요즘에는 지식인 계층의 학부모들이 자녀를 중국에 많이 보낸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동기는 한마디로 중국이 가진 미래 비전이다.

게다가 1년에 2,000만원 정도면 베이징이나 상하이의 괜찮은 학교 입학과 함께 과외, 학원 수강, 홈스테이 등도 할 수 있어 비용에 비해 충실한 유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다.”

-유학 대상지로서 중국의 단점도 있을 텐데.

“사회주의 체제라서 그런지 외국인 유학생들을 관리하는 노하우가 많이 부족한 편이다.

발렌타인데이에 한국 여학생이 한국 남학생에게 단지 초콜릿 선물을 했다는 이유로 퇴학 조치를 내리겠다며 발끈하는 학교도 있다. 그만큼 문화 차이가 커서 아이들이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또 중·고교 교사들은 권위주의적이고 깐깐한 편이다. 아이들이 궁금한 점이 있어 ‘왜요’라고 하면 그걸 이해하지 못하기도 한다.”

-중국유학의 장점으로 중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배울 수 있다는 점을 많이 든다.

“그렇다. 중국유학 설명회를 열어보면 국제학교에 대한 문의가 상당히 많다.

영어로 수업을 받으면서 중국어 공부도 병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물론 국제학교는 우수한 원어민 교사가 양질의 교육을 하지만 문제는 한국 학생들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한 반에 80% 이상이 한국 학생인 경우도 허다하다. 그런 까닭에 학생들의 영어 실력이 생각만큼 많이 늘지 않는다. 중국어도 정규 교과과정으로는 1주일에 2시간 정도만 수업을 받기 때문에 따로 과외를 받지 않으면 실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학부모들은 중국유학을 통한 영어 및 중국어 동시 습득의 환상을 버려야 한다. 한 언어도 잘 안 되면서 두 마리 토끼를 쫓다 보면 결국 다 놓칠 수도 있다.”

홍 원장은 중국유학에서는 중국어 학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영어를 공부하더라도 중국어 실력이 어느 정도 완성된 단계에 이르러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 아울러 자녀를 영미권 국가로 유학시키는 게 최종 목표라면 처음부터 그 쪽으로 보내는 게 옳다고 덧붙였다.

-중국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고 있나.

“보통 처음 가게 되면 외국인 교육을 위한 ‘국제부’가 설치돼 있는 일반 학교 초·중·고 과정에 입학하게 된다.

여기서 중국어를 배워 일정 실력이 되면 중국 학생들과 합반을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러다보니 고등학교 때 뒤늦게 유학 온 아이들은 한국 학생들끼리 공부하다가 졸업하는 경우도 많다.

중국까지 유학을 갔는데 정작 중국 학생들과 어울려서 공부를 못하는 것이다.”

중국 학생들과의 합반은 특히 중·고교 과정에서 더 어렵다.

여기에는 한국 학부모들 뺨치는 교육열을 가진 중국 학부모들의 드센 ‘치맛바람’도 한몫한단다. “우리 애 베이징대 보내야 하는데 왜 실력 없는 한국 학생들이 섞여 학습 분위기를 흐리냐”며 학교까지 찾아와 따지는 학부모들이 종종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학교 측도 한국 학생들을 위해 합반 기준을 쉽사리 낮추지 못한다고 한다.

-남들이 보내니까 나도 보낸다는 식으로 막연한 기대를 하며 자녀를 중국에 보내는 학부모들도 있는 것 같다.

“분명히 그런 학부모들이 많다. 우리 공교육이 무너져 사교육비 지출이 너무 많다는 점도 이유다.

한 달에 100만원 이상씩 사교육비를 지출하는 학부모들은 차라리 그 돈이라면 남들처럼 중국유학을 보내는 게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중국 조기유학을 결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가.

“첫째도 아이고 둘째도 아이다. 즉 자녀에게 딱 맞는 학교를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부분 부모들이 어떤 학교를 선택해야 할지 몰라 고민을 많이 한다.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유학원의 과장광고나 주변 사람들의 입소문만 믿고 자녀를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또한 유학에 대해 자녀와 충분한 공감대 없이 보내기도 한다.

이는 매우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중국 현지에서 ‘내가 오고 싶어 왔나요’라며 부모를 원망하고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중국 조기유학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법이나 왕도는 없는가.

“결론적으로 왕도도 없고 정답도 없다. 다만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정도(正道)는 있다고 본다. 그건 학생, 학부모, 유학 전문가가 같은 공감대 아래 목표를 세운 뒤 학생의 유학생활에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보조를 맞춰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른바 자녀 혼자 보내는 ‘나홀로 유학’은 위험하다.

어린 학생들은 자기절제를 잘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활이 문란해지기 십상이다. 부득이하게 자녀 혼자 유학을 보내야 한다면 주말시간까지 책임지고 보살펴줄 기숙학교로 보내든가 홈스테이를 시키는 게 바람직하다.”

-중국유학을 고려 중인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러 현실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중국유학은 분명히 가치 있는 선택이 될 수 있고 또한 다른 나라 유학에 비해 차별화된 이점도 있다.

다만 중국유학의 현실을 사전에 충분히 알고 적절한 준비를 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 요즘 중국에 가는 유학생들은 과거와 달리 스스로 큰 비전을 가슴에 품고 있는 경우가 많다.

거대한 기회의 땅에서 찬란한 미래를 준비하겠다는 포부, 그게 하나의 답이 될 것 같다.”


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