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1만원권 지폐 도안 '오류' 드러나대표적 별자리 상당수 누락, 밝기에 따른 크기 표시도 왜곡… 한은 관계자 "문제없다" 주장

한국은행의 단순한 실수로 보기에는 어처구니 없는 ‘유물 왜곡’이었다. 새 1만원권 지폐 뒷면에 실린 국보 제 228호 ‘천상열차분야지도’ 도안의 내용이 원본을 변조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주간한국은 1만원권 지폐에 실린 별자리 그림이 원본의 내용과 크게 다른 점을 발견하고 전문가인 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에게 정밀 판독을 의뢰한 결과 여러 군데에서 상당수의 오류가 있음을 밝혀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조선 시대에 제작된 별자리 그림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전의 하늘의 별자리를 담은, 우리나라 국보 제228호 천문도이다. 그러나 새 1만원권 지폐 뒷면에 실린 도안에서는 원본의 내용이 자의적으로 첨삭 및 변조되는 등 왜곡되어 있다. 홀로그램과 혼천의 논란에 이어, 새 1만원권 지폐 도안과 관련돼 세 번째 드러난 문제점이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1만원권 지폐 뒷면, 혼천의의 바탕면에 깔린 별자리 그림이다. 작은 원들과 선분들의 구성 형태와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육안으로도 원본과의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다.

지폐에는 북두칠성을 위쪽 중앙으로 하여 천체의 별자리 구성도 일부가 그려져 있는데(아래 사진 그래픽에서는 식별의 편의를 위해 지폐를 180도 회전), 석각본의 해당 부분과 비교해 보면 ▲각 별자리의 배치와 모양 ▲별자리를 구성하는 각 별의 개수 ▲별 간의 거리 ▲각 별의 크기(=밝기) 등에 내용이 잘못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지폐의 해당 범위 안에 들어있는 별자리 ‘묘수’가 누락된 것을 비롯해, 가장 대표적인 별자리인 28수 상당수가 빠져 있다. 상대적으로 연구가치가 떨어지는 별자리들이 다수 오른 것이다.

둘째, 맨오른쪽 귀퉁이에 그려져 있는 사각형 모양의 별자리는 원본에서 그 옆의 ㅅ형 별자리의 남서쪽 위치에 있어야 할 것이 완전히 오른쪽으로 빠져나와 엉뚱한 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또한 혼천의의 다리 부근에 있는, 오른쪽 1시 방향 맨끝의 오각형 모양의 별자리는 원본에 있는 동그라미 모양의 별자리를 깎아 변조한 것이다.

이를 구성하는 별의 개수도 원본에서는 10개, 지폐 도안에서는 5개로 절반이나 줄였다. 더우기 이것은 북두칠성을 중심으로 그려진 지폐 지면의 묘사 범위를 한참이나 벗어난,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최외곽 가장자리에서 자의적으로 끌어다 붙인 것이다.

셋째, 혼천의를 중심으로 맨왼쪽 9시 방향에 위치한 손톱달 모양의 별자리는 원본에서 찾아보면 뚜렷한 ㄱ자형 별자리로 나와있다. 별자리 모양만 다른 것이 아니라 그 별과 별 사이를 이어주는 각도도 임의로 바꾸어 반원형 모양으로 변형시켰다. 이것 역시 원본의 별 개수 7개를 5개로 줄였으며, 연결된 각 별과 별 사이의 거리도 원본의 것보다 더 길거나 더 짧은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넷째, 각 별의 밝기 표시에 대한 왜곡은 특히 큰 실책으로 지적되고 있다. 혼천의를 기준으로 오른쪽 2시 방향에 그려진 마름모꼴 별자리는 원본에 표시된 별의 크기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원본에서는 미미한 정도의 밝기, 즉 아주 작은 점으로 표시된 반면, 지폐 도안에서는 북두칠성의 별 밝기와 거의 동급으로 표현되어 있다. 별 크기의 왜곡은 일일이 다 지적할 수 없을 만큼 도안 속의 별자리 대부분에 해당되는 사항이다.

원본에 표시된 각 별의 크기 구분에 따른 정교한 밝기 표시는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지닌 최고의 과학적 가치이다. 그것은 우리의 천상열차분야지도가 중국의 천문도를 베낀 것이라는 중국 측의 주장에 반박할 수 있는 가장 결정적인 근거이기도 하다.

새 1만원권 지폐에서 드러난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왜곡은 마치 태극기의 모양을 각 괘의 위치나 개수, 배치법을 자의적으로 뜯어고친 뒤 ‘약식 모사’라는 명분 아래 국민에게 배포한 것과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고등과학원 박 교수는 ‘‘천상분야열차지도의 원본을 새로 해석해서 옮겨 그린 그림이 지폐에 실릴 줄은 몰랐다”며 왜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천상분야열차지도 도안 오류는 시기적으로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과 망언 등 한국사에 대한 왜곡 시도하는 현실에서 세계에 자랑할 과학 유물을 우리 스스로 왜곡함으로써 정부의 무신경한 역사 의식을 보여줘 충격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한국은행 측 자료에 의하면, 2005년 4월 18일 위폐방지를 위한 새 은행권 발행계획이 발표된 후, 같은 해 4월 21일 화폐도안자문위원회 제1차 회의가 개최되었다.

이후 지난해 4월 7일까지 거의 매월 한 번씩 총 15차례에 걸쳐 자문회의가 열렸으며 한 달여 뒤인 5월 18일에 새 1만원권 지폐 도안이 공개되었다. 한국은행 발표대로라면, 금융통화위원회의 도안 확정 과정에서 15차례 이상 자문회의가 열렸는데도 도안의 오류가 제대로 걸러지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이점에서 한국은행은 천상열차분야지도의 왜곡에 대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 발권국 관계자는 “새 1만원권의 천상열차분야지도 도안은 원본 중 꼭 반영되어야 할 사실만을 담았으며, 디자인 전문가들이 주로 디자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제작하다보니 원본의 별자리보다 다수 개수를 줄이거나 각도를 조금 바꾸기는 했다”며 원본 수정을 시사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나 원본의 별자리 모양이나 위치, 별의 크기 등을 바꾼 것은 없다”며 “학계 최고의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받아 확정한 도안이므로 내용상 별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 문화유산에 대한 과학적 가치 간과

새 1만원권 지폐 화폐도안자문위원회는 한국은행과 조폐공사 직원 약 10명과 디자인 전문가 약5명으로 구성되었으며, 천상열차분야지도 도안과 관련해서는 전공학자 1명이 자문과 감수했다고 그는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 1명이 도안을 꼼꼼히 감수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국민들이 매일 보고 사용하는 화폐는 우리나라의 자화상이다. 화폐 도안에 오류가 있다면 우리 자신의 얼굴에 생채기를 내는 꼴이다. 한국은행은 천상열차분야지도 도안의 문제점을 조사해 오류가 있다면 시정해야 할 것이다.

● 박창범 교수가 지적한 새 1만원권 천상열차분야지도 도안의 오류

1. 별자리의 정확한 구별 기준없이 무작위로 옮겨져 있다. 지면 해당 부분에 충분한 공간이 있는데도 실리지 않은 묘수(주요 별자리 28수 중 하나)를 비롯해 중요한 별자리들이 다수 빠져 있다. 반면에 과학적으로 별 의미없는 별자리가 크게 실리는 등 별자리 선별의 원칙이 없다.

2. 별자리의 위치가 원본과 다르다.

3. 별자리들의 모양이 크게 왜곡되어 있다. 별자리의 별 개수와 배치, 별 사이의 간격이 원본과 크게 다르다.

4. 천상열차분야지도의 가장 큰 과학적 가치인 별의 크기(=밝기) 구별이 거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영주 pinplus@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