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트릭 베론 전미 시나리오작가협회 회장선택 폭 넓어진 시청자 욕구 충족이 관건… 코미디 퇴조 시리즈물 각광

할리우드의 경쟁력은 ‘탄탄한 대본’, 패트릭 베론 전미 시나리오 작가협회회장이

“앞으로의 미디어 콘텐츠 전략은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선택의 대안을 갖게 될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꿈의 공장’으로 불리우는 할리우드의 경쟁력은 ‘탄탄한 대본’에서 나온다고 한다. 그 대본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의 대표격인 패트릭 베론 전미 시나리오 작가협회 회장이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 디지털 시대에서 ‘스토리와 콘텐츠’ 의 경쟁력 비결을 공개했다.

작가협회는 미국 내 영화 TV, 연극 등의 스토리를 생산해내는 작가들의 노조 격. 에미상을 두 번이나 수상하고 4개 부문에 8번 노미네이트, 2002년에는 작가 협회의 애니메이션 코쿠스 평생 공로상을 수상한 베론 회장은 <쟈니 카슨의 투나잇 쇼>, <퓨쳐라마>, <심슨 가족> 등 주로 코미디 프로그램의 작가로 20년간 활동해 오고 있다.

“제가 어릴 때는 많은 사람들이 일정 시간대에 한자리에 모여 TV프로그램을 시청했습니다. 정보 미디어의 ‘push 환경’이라 할 수 있죠. 그러나 이제는 ‘pull media’ 환경입니다.

수동적 관객 입장이 아니고, 특정 시간에 제한을 받는 시청자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베론 회장은 “따라서 사람들은 프로그램 등에서 더 많은 선택권을 갖게 되었으며 이는 티보와 같은 DVR(디지털 비디오 리코더)이나 아이팟 같은 기술 덕분에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에서 미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에 대해 그는 “미국 드라마 시장은 창의력이 넘치는 작가들이 바로 원동력”이라고 잘라 말했다. 사람들이 꿈꾸던, 혹은 꿈꾸고 싶어하는 것을 만들어 내고 현실을 투영해내며 등장 인물들을 통해 사랑과 일을 표현하고, 또 다른 사람들의 반응까지 알 수 있도록 하는 데 탁월하다는 것.

또 그런 요소들이 어떤 나라, 문화에도 통용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미국 작가들이 딱히 드라마를 제작할 때 해외에 수출할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하고 글을 쓴다는 것도 아니다.

“20~30년 전 미국에는 각 방송국마다 2~3개의 낮 방송 드라마를 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국을 통틀어 불과 4~5개뿐이죠.” 베론 회장은 “미국에서도 낮에 방송하는 드라마 시장은 죽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러시아나 독일 등에서 낮 방송 드라마 제작 주문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고 전했다.

또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코미디 시장도 미국에서는 고전 중이라고 그는 털어놨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로스트>, <위기의 주부들>, <24> 등 시리즈물 드라마의 부상은 최신 기술의 발전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그는 해석한다. 주로 심야에 방송되는 이들 드라마는 ‘다음 진행 상황은?’, ‘누구는 어떻게 되나?’ 등 갖은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데 DVR같은 녹화 장치가 생활화된 미국에서 이들 첨단 기기가 사용된다는 것. 미처 못 봐도 녹화해서 다음에 챙겨 볼 수 있도록 도와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지하철 등에서 PMP등을 이용해 드라마를 시청하는 것이 미국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이어서 무척 인상적이었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 작가들이 끊임없이 신속하게 시청자의 반응을 살피는 것도 최근의 추세라고 그는 전했다. “<로스트>가 가진 매력은 끊임없이 추측해야 하는 게임과 같은 드라마이기 때문입니다.

이제 시청자들은 드라마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에 대한 예상을 블로그 등에 포스팅하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작가들은 보다 참신하게 보이기 위해 그렇게 떠도는 예상 줄거리를 일부러 피하기도 한다고 들었습니다.”

“수많은 콘텐츠들이 자유롭게 유통된다는 것은 작가들에게 더 많은 보상 기회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야만 창의성이 유지되고 동기 유발이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는 “창의적인 작품들이 생산돼야 시장의 경쟁력이 키워지고 시장도 커질 수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저작권 등 창작자에게 인센티브가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고 못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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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