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탄소배출권 사업 의미있는 첫걸음저감시설 통한 온실가스 감축·배출권 판매, 이산화탄소 감축사업에도 눈 돌려야

질산 등 정밀화학 소재 생산 전문업체 휴켐스는 지난 4월말 여수 공장에서 아산화질소(N2O, 온실가스의 일종) 저감 시설 준공식을 가졌다. 3개 질산 공장에 설치된 이들 시설은 휴켐스가 탄소배출권 획득을 위해 시작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의 첫걸음이다.

휴켐스는 오스트리아의 배출권 투자 및 판매 전문업체인 카본(Carbon)사로부터 시설 공사비를 전액 투자받고 향후 발생하는 배출권의 22%를 지분으로 갖게 된다. 2013년 이후에는 저감 시설 소유권을 무상으로 이전받을 예정이어서 더 많은 수익이 기대된다.

휴켐스 공장에서 아산화질소 저감 시설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온실가스 감축량은 연간 145만 톤(이산화탄소 환산치)에 달하는데, 이는 자동차 70만 대가 내뿜는 온실가스와 맞먹는 양이다. 아산화질소는 지구온난화에 끼치는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310배나 되는 물질이다.

휴켐스는 2006년 11월 정부로부터 CDM 사업 승인을 받은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유엔 등록도 마쳤다. 휴켐스의 CDM 사업은 전 세계 700여 개 질산 공장 가운데 3번째로 유엔에 등록한 케이스.

이 회사 정윤직 과장은 “기존 사업의 다각화 방안을 모색하던 중 질산 공장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면 친환경 경영과 수익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CDM 사업을 펼치게 됐다”고 밝혔다.

아산화질소 저감 시설을 갖춘 휴켐스의 질산공장

■ 휴켐스·한국지역난방공사 등 CDM사업 활발

한국지역난방공사 역시 지난 4월 강남지사 보일러 시설의 연료전환에 대해 유엔으로부터 CDM 사업으로 공식 승인을 받았다.

이 회사는 강남지사에서 연료로 사용하는 기존 저유황유(LSWR)를 액화천연가스(LNG)로 교체함으로써 연간 3만 5,000톤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약 190억원이 투입된 연료전환 시설 공사는 오는 11월 준공될 예정.

공사 관계자는 “향후 10년간 배출권 판매를 통해 60억원의 부가 수입을 얻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태양광발전과 바이오매스, 매립가스 및 쓰레기 소각열 활용 등 신ㆍ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새로운 CDM 사업 발굴을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에서 CDM 사업을 처음 유엔에 등록한 곳은 후성그룹 계열 울산화학이다. 2004년 7월 정부 승인을 얻고 2005년 3월에 유엔 등록 절차를 마쳤다. 국내 기업 가운데 탄소배출권을 판매한 것도 울산화학 사례가 처음이다.

이 회사는 2004년부터 울산화학 공장에 수소불화탄소(HFC) 저감 설비를 갖춰 연간 140만~200만 톤(이산화탄소 환산치)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있으며 여기에서 얻은 배출권을 일본, 영국 등 선진국에 판매하고 있다.

HFC는 지구온난화 효과가 이산화탄소의 약 1만 2,000배에 달하는 물질이다. 때문에 HFC 1톤을 감축하면 이산화탄소 1만 2,000톤 감축과 동일한 것으로 유엔은 인정해주고 있다.

현재 국내 CDM 사업은 온실가스의 직접 감축보다는 풍력, 수력발전 등 신ㆍ재생에너지 분야 투자가 훨씬 많은 상황이다. 신ㆍ재생에너지 발전을 통해 얻은 전력량은 그만큼 화석연료 사용을 대체한 효과가 있다고 평가해 이산화탄소 감축 실적으로 인정된다.

한국지역난방공사 강남지사

신ㆍ재생에너지 CDM 사업이 두드러지는 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정부가 신ㆍ재생에너지 사업에는 일정한 지원을 하고 있어 여기에 배출권 수익을 보태면 일거양득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풍력, 조력, 소수력발전 등 모두 4개의 CDM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시화호 조력발전소는 연간 발전량이 55만 2,700MW에 달해 연간 31만 톤 가량의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를 달성한다는 계산이다. 이를 배출권으로 판매하면 약 100억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수자원공사는 안동, 장흥, 성남지역의 소(小)수력발전 사업에서 확보한 9,689톤의 탄소배출권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5월 일본의 한 은행과 판매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풍력발전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신ㆍ재생에너지 업체 유니슨도 5월 말 BNP파리바은행 런던지점과 배출권 판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자회사인 영덕풍력발전에서 확보한 약 4만 톤 가량의 배출권이 거래 대상이다.

유니슨은 강원풍력발전사업과 영덕풍력발전사업을 각각 지난해 3월과 6월에 유엔에 CDM 사업으로 등록시킨 바 있다. 연간 온실가스 예상 감축량은 강원풍력이 14만9,000여 톤, 영덕풍력이 6만여 톤 가량 된다.

■ 신·재생에너지 분야 투자로 일거양득 효과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들의 CDM 사업 진출이 점차 눈에 띄고 있다. LG화학은 공장에서 사용하는 연료 전환을 지난해 10월 정부로부터 CDM 사업으로 승인받았고, 한화도 질산 공장의 아산화질소 감축사업에 대해 지난 1월 정부 승인을 얻었다.

한화는 내친 김에 지난 5월 초 유엔 등록 절차까지 끝마쳤으며 사업 파트너인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향후 7년간 발생하는 수익을 나눠 갖는다고 밝혔다. 한화의 아산화질소 예상 감축량은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연간 약 28만 톤이며 배출권으로 판매하면 150억~200억원 정도의 수익을 낼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처럼 탄소배출권 시장과 CDM 사업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대응이 점차 활발해지고는 있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정작 온실가스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의 실질적 감축을 위한 사업이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산화탄소 감축 사업의 투자 대비 수익성이 다른 CDM 사업 분야에 비해 처지는 게 주된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의미 있는 수준으로 줄이려면 기존 에너지 사용 체계를 대폭 바꿔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너지관리공단 기후대책실 우재학 팀장은 “국내 온실가스 감축 사업은 아직 비(非)CO2에 치중돼 있는데 아무래도 기업들은 당장 수익이 나는 쪽으로 사업을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며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에너지 사용에서 CO2 발생을 저감하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다수 국내 기업들은 교토의정서 체제가 가져올 경영환경 변화에 둔감하거나 애써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 10위 국가로서 국제사회의 감축 압력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2013년부터는 2차 의무감축 대상 국가로 포함될 가능성도 높아 이제부터라도 이산화탄소 감축 경영에 적극 나서야 한다. 준비할 시간은 그리 넉넉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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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현 기자 uny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