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3세 딸들의 뜨거운 경영 대결신라 이부진·웨스틴조선 정유경 상무 등 우먼 파워정몽구 회장 두 딸도 제주 해비치 호텔서 맹활약롯데 장선윤 상무도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컴백

재벌가(家) 딸들은 호텔을 좋아한다! 고객으로서? 글쎄, 적어도 오너 겸 경영자로서는 그렇다.

최근 재벌가 창업 3세 딸(창업주의 손녀)들의 호텔 경영 참여가 두드러지고 있다. 삼성과 현대자동차, 신세계, 롯데 등 재벌그룹 가문의 3세, 그 중에서도 딸들이 속속 호텔사업에 투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호텔 운영에 관심을 갖고 일찌감치 경영일선에 나선 이는 의 이부진 상무와 신세계 계열인 의 정유경 상무.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상무는 현재 호텔신라 경영전략담당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외동딸인 정유경 상무 또한 1996년 에 입사, 전공을 살려 호텔의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를 비롯한 전반적인 디자인 분야 업무에 집중하고 있다.

최근 호텔 경영진 명부에 추가로 이름을 올린 이는 신격호 롯데그룹 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씨와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의 딸들인 정명이, 정윤이 자매 등이다.

장선윤 전 롯데쇼핑 상무는 지난 7월 호텔롯데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고, 정명이 정윤이 두 자매도 올 봄 제주에 문을 연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인 해비치호텔의 경영 전반에 참여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이뤄진 이들 재벌가 딸들의 호텔 경영 참여를 두고 호텔가에서는 '여걸 4국지'가 펼쳐지게 됐다고 벌써부터 화제가 분분하다. 오너로서, 또 경영자로서 앞으로 어떤 스타일을 보이고 또 경영 성적표는 어떠할지 등등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것.

특히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딸들인 정명이, 정윤이 두 자매가 함께 호텔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은 더더욱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이들 자매가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은 삼성가의 딸 이부진 상무의 제주 , 장선윤 상무의 제주과도 한 판 대결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호텔사업에 뜻을 품고 야심차게 뛰어들었다는 점에서 이미 자리를 굳히고 있는 재계 양대 라이벌인 삼성과 새로운 분야에서 승부를 펼치게 된 셈이다. 한편 현대그룹 호텔로 알려진 경주현대호텔은 정몽준 회장의 현대중공업 그룹이 운영을 맡고 있다.

정명이 정윤이 두 자매의 호텔경영 일선 참여는 언니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위상과도 대비돼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맏 언니인 정성이 고문이 그룹 계열사이자 광고홍보대행사인 이노션의 절대 주주로 공동 대표이사도 맡는 등 활발한 활동을 벌여 온 반면 두 동생들은 그간 계열사를 통틀어 어디든 전면에 나서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마케팅 담당 임원으로 발령난 장선윤 상무 경우는 호텔 경영에서 '초임'이라기 보다는 '컴백'에 가깝다. 신격호 회장의 장녀 신영자 롯데백화점 총괄부사장의 둘째 딸로 하버드대를 졸업한 장 상무는 1997년 롯데면세점(정확히는 ㈜의 면세점사업부)에 입사해 해외명품 등 관련 업무를 맡아 본 적이 있다.

사실상 10년 만의 호텔 복귀인 셈. 얼마 전까지 롯데쇼핑에서 해외명품 담당 및 명품관 '에비뉴엘' 관리 임원으로도 일해 온 장 상무는 지난 3월부터 넉 달 가량 휴직했다가 호텔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재벌 창업주의 손녀와 외손녀들이 호텔로 모여 들까? 호텔이라는 시설과 장소가 럭셔리의 상징이란 점도 있긴 하지만 호텔이 가진 업종 특성이 여성이 지닌 섬세함과 부드러운 이미지와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실제 이들 호텔 경영에 나서고 있는 재벌가 3세 딸 중에는 학교에서 관련 과목을 전공한 경우가 적지 않다.

신라호텔

의 정유경 상무는 예원학교와 서울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화여대에서 비쥬얼(시각) 디자인을 전공했고 미국 로드아일랜드 디자인 학교(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에서 역시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했다.

실제 웨스틴조선 호텔 내에서도 주요 레스토랑이나 웨딩 사업 등 디자인적 요소가 필요한 분야는 거의 대부분 정 상무의 손길을 거쳐 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재벌가 딸들의 호텔 경영 참여는 호텔 운영과 호텔끼리의 경쟁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그룹 내 지분이나 상속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단순히 임원으로 경영에만 나서는 것이라기보다는 향후 각 그룹의 재산 분할 구도의 향방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관측에서다.

웨스틴조선호텔

실제 장선윤 상무의 복귀는, 롯데그룹이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 체제가 최근 더 확고해지는 시점에 이뤄진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불과 얼마 전까지 롯데쇼핑 이사로 근무하며 명동 에비뉴엘을 총 감독, 성공리에 오픈한 업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정평이 난 장선윤 상무가 비교적 급작스레 로 둥지를 옮기고 4개월여의 그리 짧지 않은 공백 기간을 거친 것은 이런 저간의 신격호 회장 후계 구도와도 무관하지 않느냐는 얘기가 입방아꾼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것.

의 정유경 상무는 이와는 정 반대 케이스로 꼽힌다. 호텔에 적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호텔에 '올 인(All in)'까지 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 실제 정유경 상무는 호텔의 주요 업무를 관장하면서도 사무실을 호텔이 아닌 신세계 신사옥에 별도로 두고 있다. 호텔 직원들이 '얼굴을 잘 볼 수 없다'고 드러내 놓고 불평 아닌 불평(?)을 할 정도로 호텔 출근 자체가 뜸한 편이라고 한다.

롯데호텔

이는 정유경 상무와 오빠인 정용진 부회장의 신세계 지분 보유 현황에서도 미뤄 짐작이 된다. 정용진 부회장이 회사(신세계) 주식 4.8%를 보유하고 있는데, 정유경 상무도 그리 뒤지지 않는 2.52%의 지분을 갖고 있다.

향후 재산 분할과 관련해 아직 남매 간에 명확하고도 뚜렷한 구분이 이뤄진 시점은 아니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인 듯. 최근 두 남매가 주식을 상속 받을 때도 6:4 비율(정용진 부회장 6, 정유경 상무 4)로 나란히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텔가에서는 이와 관련, "재벌 3세 딸들 중 유독 호텔경영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일반인들로서도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며 "창업주 3세들이 호텔 경영을 놓고 다각 승부를 펼치게 됐다는 점에서 향후 성적표 또한 궁금해질 수 있는 사안이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제주 해비치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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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