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대선캠프 여성 참모들

범여권 대통합 신당이 비틀대면서 대선 주자들의 각개 약진이 두드러진다.

개문발차(開門發車)식 급조 신당이라도 꾸미자던 열기는 온데 간데 없고 저마다 ‘마이웨이(My Way)’ 다. 간판만 바꾼 위장 정당이라는 따가운 국민 시선을 피하고 대선 로드맵을 재구성 해보려는 셈법이다

최근까지 대선 출마를 선언한 범여권 인사는 줄잡아 20명에 이른다.

유력 주자로는 친노(親盧) 그룹인 열린우리당의 이해찬ㆍ한명숙 전 국무총리와 김혁규ㆍ신기남 의원,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우리당을 탈당한 비노(非盧) 그룹에선 정동영ㆍ천정배 의원, 통합민주당의 조순형ㆍ이인제 의원과 김영환ㆍ추미애 전 의원, 그리고 손학규 전 경기지사 등이다.

8월을 고비로 대통합 신당이 재추진될 가능성이 높아 범여권 대선 주자들의 사활을 건 세력확대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각 캠프 여성 파워그룹의 역할이 주목 받는 시점이기도 하다.

● 최혜실·이정옥 교수 등 적극 참여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

범여권 대선 주자 중 손학규 전 경기도 지사는 지지율 1위를 질주하면서 세확산이 뚜렷하다. 초기 단기필마에서 요즘은 범여권 제반 세력의 합류가 두드러진다.

최근에는 설훈 전 의원 등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동교동계 인사들의 발길이 잦고 범여권 386세대 의원들의 ‘손학규 쏠림’현상마저 일고 있다.

이에 반해 여성 파워그룹의 형성은 더디다. 아직 캠프에서 중책을 맡은 여성은 눈에 띄지 않는다. 한나라당 사무처 출신인 배인효 보좌역 정도다. 캠프에서 여성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배씨는 “당에서 손 전 지사를 가까이 지켜보면서 비전이 있고 합리적이며 열린 정치인이란 인상을 갖게 됐다”면서 합류 이유를 밝혔다.

손 전 지사 캠프의 여성 파워는 그의 최대 정치 동력인‘선진평화연대(선평연)’에 보인다. 선평연 공동대표인 최혜실 경희대 교수와 이정옥 가톨릭대 교수, 권영례 선진평화포럼 공동대표 등이다.

최 교수는 “손 전 지사와 몇 차례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내 전문 분야인 문화에 안목이 있고 정치적ㆍ인생의 시련에도 굴하지 않고 이겨나갈 용기와 에너지를 발견해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권영례 방송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손 전 지사는 유아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는 거의 유일한 정치인이었고 (경기)도지사가 된 뒤 그것을 실천하는 것을 보고 믿음을 갖게 됐다”며 “손 전 지사가 대통령이 되면 행복하고 질 높은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확신을 주변에 알리겠다“고 말했다.

최 교수와 권 교수는 각각 문화와 교육 분야에 대한 자문과 함께 인적 네트워크를 확대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손 전 지사 재직시 경기도청 가족여성정책국장을 지낸 여순호 선진경기연대 공동대표와 강원도 도의원을 지낸 유호순 선진강원연대 공동대표는 지역 여성조직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다.

● 박영선 의원 캠프의 '리베로'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캠프는 정기남 공보실장과 이재경 기획실장이 양축을 형성한 가운데 박영선 의원이 정무ㆍ기획을, 김현미 의원이 대변인역을 맡고 있다.

박 의원은 2002년 정 전 의장이 우리당 첫 당 의장일 때 대변인을 맡아 호흡을 맞춘 적이 있다. “이번 대선은 ‘시대정신’을 구현할 후보를 선택하는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와 경제라는 시대적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후보는 정 전 의장입니다.”

박 의원은 캠프에서 리베로 역을 자임하면서 정무ㆍ기획 외에 정책(주로 경제)도 아우르고 있다.

김현미 의원은 1996년 국민회의에서 언론관계 일을 하면서 당시 대변인을 하던 정 전 의장과 가깝게 지냈다. 줄곧 당 부대변인을 맡아 캠프에서도 대변인역을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정 전 의장은 평화민주개혁세력의 정통성을 가진 인물로 당 의장과 통일부 장관을 거치며 풍부한 국정 경험도 쌓았고 특히 통일부장관 재직시 남북관계의 큰 진전을 이뤄낸 이 시대가 요구하는 지도자”라고 평했다.

장복심 의원은 2002년 총선 때 정 전 의장의 지원을 받아 약사회 직능단체장으로 국회에 입성한 케이스로 캠프에서는 영남지역과 직능ㆍ여성 조직을 담당하고 있다.

● 유시민 전 장관 친누나 유시춘 씨 활약
이해찬 전 국무총리

이해찬 전 총리 캠프에서 단연 눈에 띄는 여성은 유시춘 전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친누나인 유씨의 이해찬 캠프 합류는 유 전 장관의 대선 출마가 점쳐지는 가운데 결행된 것이어서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씨는 “이 전 총리를 돕겠다고 하자 동생이 적극적으로 권유했다”면서 “두 사람(이해찬ㆍ유시민)은 서로 존중하는 사이이고 지지자들의 구성을 보면 보완적인 관계이어서 선의의 경쟁을 하는 국면이 있을 수 있지만 결국 윈-윈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지난 1988년 재야파가 결성한 ‘평화민주통일연구회’(평민연)에서 이 전 총리와 같이 활동하는 등 재야 민주화운동을 하며 인연을 맺었다.

“이 전 총리와는 오랜 (민주화운동)동지이고 신뢰하는 사이죠. 여야 대선 후보 중 5선 의원에 교육부장관, 국무총리를 역임하는 등 국가경영 능력에서 월등히 앞서고 무엇보다 근면하고 성실하죠.” 유씨는 소설가의 장기를 살려 홍보본부장을 맡고 있다.

열린우리당에서는 홍미영ㆍ유승희 의원이 이 전 총리를 돕고 있다. 홍 의원은 1970년대 중반 교회학생운동을 할 때 이 전 총리를 처음 만난 뒤 2002년 대선 때 선대본부장인 이 전 총리 밑에서 기획본부장을 맡아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주로 인천 지역의 조직과 정책을 담당하고 있다.

유승희 의원은 1998년부터 당내 지근거리에서 이 전 총리를 보좌했다. 유 의원은“한국사회가 업그레이드할 중요한 시점에는 이 전 총리 같은 일관성ㆍ안전성 있는 리더십과 검증된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현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공보를 담당하며 대언론 관계를 총괄하고 있다. 이 전 총리가 방폐장 문제와 천성산 터널, 공공기관 이전 등 수많은 갈등 과제를 해결한 리더십을 중점적으로 알린다는 방침이다.

캠프 살림을 총괄하는 임현주 총무실장은 1989년 평민당 직원으로 이 전 총리와 인연을 맺은 후 그의 지역구인 서울시 관악구에서 11년 간 구의원을 하였다. 이 전 총리의 장점이 최대한 부각될 수 있도록 측면 지원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 이미경 의원 여성관게 총괄 지휘
한명숙 전 국무총리

한명숙 전 총리 캠프는 한 전 총리가 30여 년 간 진보적 재야 여성운동을 하면서 가깝게 지낸 인사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미경ㆍ이경숙 의원은 한 전 총리와 함께 한국 여성운동의 대모인 ‘이효재 사단’으로 통하며 각각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이미경 의원은 캠프의 좌장격으로 여성관계를 총괄하고 있으며 이경숙 의원은 서울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이미경 의원은 “한 전 총리는 민주개혁평화 세력을 대표할 수 있는 인물이다.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고, 포용하는 원만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해 계층간 화합문제를 해결할 적임자다”라고 강조한다.

열린우리당 비례대표 1번인 장향숙 의원은 장애인 운동을 전문적으로 하면서 한 전 총리와 가까워졌다. 캠프에서 장애인과 부산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노동 전문가인 신명 의원은 노동부에 근무하면서 한 전 총리와 인연을 쌓았다. 노동부 국장일 때는 16대 의원이던 한 전 총리와 ‘남녀고용평등법’을 개정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한 전 총리가 여성부장관일 때는 노동부 고용평등국장으로 함께 일하기도 했다.

신 의원은 열린우리당 우리여성리더십센터 소장, 5ㆍ31지방선거 여성위원회 선거대책본부장 등을 역임하는 등 여성계 쪽에 발이 넓어 캠프에서도 주로 지역 여성조직을 담당하고 있다.

● 윤원호·이은영 의원 등 지원 나서
김혁규 열린우리당 의원

김혁규 캠프 윤원호 의원

지난 6월 28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김혁규 의원은 다소 늦은 출범 때문에 이제 조직을 갖춰가고 있다.

캠프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는 인사는 열린우리당 윤원호 의원이다. 부산 토박이인 윤 의원은 오랜 동안 지역에서 여성운동, 시민운동을 하면서 경남지사인 김혁규 의원을 자연스럽게 알게 됐다고 한다.

윤 의원은 “김 의원은 공정하고 사심이 없으며 경남지사 때의 업적은 경제대통령 후보로 손색이 없다”고 강조한다.

윤 의원은 한국여성유권자연맹, 부산시여성단체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여성계에 인맥이 넓어 여성 조직과 부산지역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당 정책통인 이은영 의원도 정책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는 게 캠프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밖에 원외 지역여성위원장들이 김 의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윤정(광주시), 최경순(강원도), 이정애(부산), 이성희(대구) 위원장이 그들이다.

● 천정배ㆍ신기남ㆍ김두관

천정배 캠프 김희선 의원

천정배 의원 캠프에서는 2선의 중진 김희선 의원이 적극적인 활동을 펴고 있다.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주도한 재야 민주운동단체인 ‘통일시대민주주의국민회의’에서 천 의원과 인연을 맺은 이후 김 의원이 1987년 ‘구로구청 부정투표함’사수 사건에 연루됐을 때 천 의원이 변호를 한 것이 결정적으로 가깝게 됐다.

김 의원은 “천 의원은 일관된 소신과 개혁의지, 시대의 대의를 지켜가는 드문 지도자”라며 “정통성의 혼란과 수구 보수가 기승을 부리는 시대에 천 의원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밖에 광주시 시의원을 지낸 박금자 전 의원, 대구의 박선아 변호사가 천 의원을 돕고 있다.

신기남 캠프에서는 박선영 전 우리당 종로지구당 창당준비위원장, 정애향 전 대구시당 여성국장, 조경희 강남구 당원협의회 여성위원장 등이 지원에 나서고 있다.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 캠프는 <내가 만난 김두관>이란 책을 펴낸 이순희 우리당 강북구 당원협의회운영위원장이 교육특별위원장을 맡고 있고, 최정희 선거대책위 직능단장, 배영옥 전 중앙위원이 여성특보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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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