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세대·이념·계층 관계없이 폭넓은 지지… 범여권 맞대응 난감할 듯당 개혁- 화합 등 상충하는 과제 풀어야… 도덕성·한반도 대운하는 불씨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의 17대 대선 후보가 됐다. 각종 여론조사결과 이 후보는 50~60%대의 압도적인 지지율에 범여권 모든 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도 50% 포인트 안팎의 지지율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 후보는 고공행진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알차고 대선지형도 유리해 이변이 없는 한 12월 19일 대선의 월계관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낙관하기엔 아직 이르다. 경선 경쟁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가까스로 이겨 부담을 안고 있고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아 언제든 재점화되면 그 폭발성에 따라 바닥으로 추락하거나 낙마로 인한 후보교체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범여권 후보가 누가 되고 대선구도가 어떻게 짜여질지 예측불허인 상황도 이 후보의 독주를 불안케 한다. 대선을 바로 앞두고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대선가도에 짙은 안개를 덧씌운다.

내리 2연패를 당한 한나라당의 희망으로 대선의 링에 오른 이명박 후보. 과연 그가 대선 레이스를 어떻게 펼쳐나갈 지, 그리고 끝까지 완주해 대권의 주인공이 될 수 있는지를 4명의 전문가(정치컨설턴트, 여론조사분석가)를 통해 알아봤다.

정치커뮤니케이션그룹 ㈜e윈컴 김능구 대표,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 정치학(미국정치) 박사ㆍ정치컨설턴트 경희사이버대 안병진 교수,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연구실장 등이 도움을 주었다.

■ [이명박 후보의 강점&약점]

김능구 :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 크게 기대하고 있는 경제살리기에 가장 적합한 ‘경제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한나라당의 취약기반인 서울, 호남과 30~40대 중도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게 최대 강점이다.

반면 민심기반에 있어 충성도가 미약하고 유동적인 비영남권이 그 중심을 이뤄 비리 파문에 동요될 가능성이 있다. 경선에서 당심(주로 영남)이 박근혜 전 대표에게 쏠린 현상은 당 쇄신 과정에서 ‘영남반란(보수반란, 박근혜파 반란)’을 부추길 수 있다.

박성민 : 한나라당 후보가 TK(대구ㆍ경북)에서 패하고 수도권에서 승리해 후보가 된 것은 최초이고 혁명적인 일이다. 이 후보는 전국에서 고르게 득표할 수 있고 외연을 확대하기에 적합한 강점을 갖췄다. 지역뿐 아니라 세대, 이념, 계층에서도 마찬가지여서 범여권이 ‘맞대응‘ 선거 구도를 짜기 어려울 것이다.

단, 대중정치인으로서 선거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것이 약점이다.

안병진 : 중도층과 경제를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후보다.

그러나 도덕성 시비와 불안정성(말 실수 등), 정제되지 않은 공약(한반도대운하) 등은 약점이다.

한귀영 : 현재 거론되는 대선주자 중 자신의 인생을 하나의 키워드(경제)로 유권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드문 후보다. 자신의 강점(경제, 능력)이 국민이 요구하는 시대정신과 부합하고 있다. 기존의 한나라당 지지층 외에 중도층 등 지지계층의 외연확장이 가능한 후보여서 어떤 대선후보보다 유권자 지형이 유리하다.

수도권, 중도층, 30대와 40대를 지지층으로 지니고 있는데, 이 계층은 후보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고 깊은 정을 주지 않기 때문에 이후 상황변화에 따라 유동성이 크다.

왼쪽부터 김능구 ㈜e윈컴 대표,박성민 정치컨설팅‘민’대표,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연구실장/수석전문위원.
왼쪽부터 김능구 ㈜e윈컴 대표,박성민 정치컨설팅'민'대표,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연구실장/수석전문위원.

■ [대선행로 및 대선전략]

김능구 : 당 쇄신(체질개선)을 통해 ‘탈영남 중도실용정당’으로 탈바꿈해 이른바‘이명박 당’으로 환골탈태, 영남 수구파를 제압하면서 자신의 지지기반인 서울, 호남과 30~40대 중도층을 대거 유입해나갈 것이다.

또한, 당의 수구 색깔을 빼기 위해 대북 온건정책을 핵심으로 하는 ‘중도실용주의 전략’으로 나아갈 것이다. 또한 지역면에서 ‘탈영남 지역다원화 전략(지역통합)’하에 호남 민주당 및 충청 국민중심당과 통합 전략을 쓸 것이다.

전략적으로‘경제살리기’의 기대치를 끊임없이 제공해 나가되, 실효성 논란이 있는 ‘한반도대운하’보다는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 낫다.

박성민 : 당 개혁과 화합이라는 서로 충돌하는 과제를 푸는 게 시급한 과제다. 이명박 후보가 당 쇄신을 천명한 만큼 화합이냐 혁신이냐의 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 화합론이 지배하면 당이 엉망이 되고 ‘이명박 대세론’이 꺾일 수 있으므로 혁신 쪽에 비중을 둬야 할 것이다.

안병진 : 대선에서 앞서나가는 후보는 ‘한반도대운하’같은 야심찬 프로젝트를 내놓는 게 아니다. 청계천 복원 같은 실적이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는 정도면 된다. 또한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삶의 질을 얘기하는 공약이어야지, 고(故)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92년 대선 때 했던 것과 같은 부동산 관련 ‘경제 포퓰리즘’식은 경계해야 한다.

범여권을 무조건 배척하기보다는 96년 클린턴 대통령의 선거참모인 딕 모리스가 쓴 ‘me too(나도 역시)’전략처럼 상대 진영(계층, 정책 등)을 인정해 그들의 공격을 무디게 하고 희석시키는 전술도 필요하다.

한귀영 : 검증에 따른 도덕성 문제, 부자를 대변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큰 과제다.

23일 여의도 용산빌딩에서 열린 당 경선 선대위 해단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오대근 기자

■ [대선정국의 변수들]
지지층 층성도 약해 상황 급반전 가능성도… '탈영남 중도 실용정당'으로 주도권 쥐어야

김능구 : 검찰의 비리의혹수사 결과, 보수세력의 반(反)이명박 전선(보수정당 창당론) 구축, 당 쇄신 과정에서의 내부반발(박근혜파 반발) 등이 대선지형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박성민 : 이명박 후보의 경선 승리는 검찰의 비리혐의 수사에 사실상 무죄판결을 한 것과 마찬가지여서 뒤집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범여권의 네거티브 공격도 한나라당 경선결과가 말해주듯 그다지 효과를 내지 못한다고 본다. 10월의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이 긴장상태가 아닌 평화 상태에서 추진되는 것이어서 대선 이슈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오히려 범여권 후보의 단일화, 한나라당 내부사정(화합 또는 갈등) 등이 대선 변수가 될 수 있다.

안병진 : 이명박 후보의 의혹에 따른 비도덕성이 유권자가 감내할 수 있는 한계점을 넘어서느냐에 따라 대선에 미치는 강도가 달라질 것이다.

한국은 특권층에 대한 문제의식이 강한 평등주의 지향 사회여서 이 후보가 한반도대운하 같은 코리언드림을 제시하더라도 부동산 문제로 특권층 이미지가 덧씌워지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남북정상회담이 정치문제에 비중이 실리면 대선에 별다른 영향이 없겠지만 남북관계, 특히 경제에 획기적인 돌파구를 마련하면 대형 변수가 될 수 있다.

한귀영 : 범여권 국민경선 과정에서 대선 후보들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지금보다 강력한 후보가 선출될 수 있다. 박근혜파가 이명박 후보에 협력하느냐 방관하느냐도 관건이다. 남북정상회담 의제 및 성과에 따라 대선 국면이 요동칠 수 있다.

9월 김경준의 귀국 등 이 후보의 도덕성이 계속 시비거리가 돼 유권자에 각인되면 대선 민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 후보가 21일 국회 한나라당 대표실을 방문, 강재섭 대표로부터 당선 축하 꽃다발을 받고 있다. 오대근 기자

■ [이명박 후보 상대는]

김능구 :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그와 유사한 칼러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한나라당 후보로 결정됐기 때문에 지지층이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 그밖에 여권 주자들은 더 지리멸렬해질 것이다. 오히려 제3 개혁후보가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박성민 : 이명박 후보의 강점을 고려할 때 현재 거론되는 범여권 후보로는 벅찬 싸움이 될 것이다.

안병진 : 이명박 후보가 한나라당 경선에서 승리하고 지지율 1위를 고수하는 데는 ‘경제’라는 화두가 큰 역할을 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여의도 정치 이미지가 배인 후보는 불리하고 이 후보에 맞서‘경제’를 말할 수 있는 후보여야 한다.

그 점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이 이 후보에 필적할만하다. 손 전 지사는 경기지사를 지내면서 최첨단 공단을 유치해 일자리를 창출한 업적이 있다.

문 사장은 경제 패러다임이 이 후보와 선명하게 대립된다. 이 후보가 특권층 중심의 성장 이미지를 주는 반면 문 사장은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는 동반성장 이미지를 준다.

한귀영 : 일단 민주신당 경선이 관건이다. 손학규, 정동영, 친노후보 1인의 3파전이 예상되는데 손 전 지사는 지지도에서, 정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조직, 친노 후보는 1인에게 몰아줄 경우 파괴력이 있다.

이후 국민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와 민주당 후보, 제3 지대 문국현 후보 등이 제2 단일화 과정을 거쳐 최종 후보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때의 범여권 후보는 지금보다 훨씬 경쟁력 있는 후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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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