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방 끈은 짧지만 실력으로 우뚝서다국회의원 6명^지자체장 37명 고졸 이하$ 공공기관 사장급도 1명 탄생

국회의원 299명 중 대졸 이상은 293명(98%), 고졸 이하는 6명(2%)에 불과하다. 대통합민주신당의 김희선ㆍ장향숙 의원, 한나라당 허천 의원, 민주노동당 강기갑ㆍ단병호ㆍ최순영 의원 등이다.

김희선(64) 의원과 단병호(58) 의원은 상고를 중퇴한 학력이 전부다. 각각 재야와 노동계에서 두각을 나타냈으며 “학력보다 의지와 소신이 삶의 중추”라는 입장이다.

장향숙 의원은 1급 장애인에다 초등학교조차 다니지 못했지만 독학으로 성공을 이뤘다. 한국여성장애인연합 공동대표를 맡는 등 장애인ㆍ여성운동을 펴온 장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장 의원은 학벌주의 풍토와 관련, “학벌위주 사회에서 학력이 중요하지만 그보다는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삶의 진실을 주목해야 한다”며 “가장 빛나는 학력은 마음에 있는 학력”이라고 내면의 힘을 강조했다.

허천ㆍ강기갑 의원은 각각 고교졸업이 학력의 전부로 허 의원은 3선의 도의원을 하는 동안 두 차례 도의장을 하는 등 학력이 아닌 실력으로 12년 간 지방의정 활동을 한 경험이 있다.

전국농민을 대변한다는 강 의원은 “학력이 아니라 농민으로 살고 농민운동을 한 경험이 의정활동에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1979년 박정희 정권 몰락의 단초가 됐던 YH사건의 주역인 최순영 의원은 중학교 중퇴 학력이 전부. 최 의원은 “살아오면서 학력에 떳떳했다”면서 “의원 활동하면서 영어가 부족한 게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학벌주의 풍토를 타개하는 방안으로 사회교육, 평생교육을 제도화하는 것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방자치단체장의 상황도 국회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자체장 244명 중 대졸 이상 학력자는 207명(84.8%)이고 고졸 이하 학력자는 37명(15.2%)이다.

고졸 지자체장은 부산 사상구청장, 인천 중ㆍ동구, 연구 구청장, 울산 동구청장, 경기도 광주ㆍ김포ㆍ부천ㆍ양주 시장, 강원도 태백시장, 영월ㆍ정선ㆍ철원 군수, 충남 계룡시장, 충북 단양ㆍ청원ㆍ음성 군수, 경북 의성ㆍ청도ㆍ강서 군수, 경남 김해ㆍ양산 시장, 전북 진안 군수, 전남 남양ㆍ구례 군수 등이고 강원도 제천 군수, 충북 진천 군수, 충남 연기 군수 등은 중졸, 충남 홍성 군수, 경남 양산시장 등은 초등학교 졸업 학력이 전부다.

오근섭 양산시장은 초등학교(양산초교) 학력임에도 민선 4ㆍ5기 시장을 연임, 양산시 의회 초대 의장, 양산대학 설립 및 초대 이사장 등 화려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오 시장은 “초등학교 학력이 부끄러울 게 없다. 학력이 아닌 능력이 중요하며 스스로도 그렇게 평가 받아왔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사장급 인사 101명 중에는 김완기(63) 공무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이 유일한 고졸 출신이다. 김 이사장은 66년 9급(지방행정 서기보)직에 수석으로 합격, 전남 광산군 면서기로 출발해 전남 구례ㆍ나주 군수를 거쳐 94년 내무부 행정과장에 올랐고 2003년 소청심사위원장(차관급), 2005년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에 발탁됐다.

그는 최근 우리 사회의 학력 논란과 관련 “나는 (야간대학이나 특수대학원 진학 등)학력으로 나를 꾸미고 싶지 않았고, 오직 일로써 나를 보여 주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해 ‘간판’이 아닌 ‘실력’으로 9급 고졸 신화를 이뤘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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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