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들의 학력위조, 학력세탁에 대한 비판과 논란이 뜨겁다.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의 학력 위조 사태가 불거진 뒤 문화예술계와 학계, 종교계 등에서 ‘일가’를 이룬 인사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거짓 학력을 고백한데 따른 후폭풍이다.

학력을 위조ㆍ세탁한 당사자들의 ‘도덕성’이 먼저 도마 위에 올랐다. 신씨를 비롯한 일부 거짓 학력 인사들은 집중 포화를 받았고 ‘능력’이 있으면 된다는 동정론은 포연에 묻혔다.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학벌주의’‘학력지상주의’풍토도 비판 대상이 됐다. ‘실력’보다 대학 ‘간판’을 중시하는 학벌사회가 양심범을 배출했다는 질책이다.

이처럼 학벌주의를 성토하는 비난이 거셌지만 당장 학력 중시 풍조가 개선될 여지는 적어 보인다. 현실에서‘학력’이 개인은 물론 국가ㆍ사회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개연성이 엄존하는 까닭이다.

대표적 파워 집단인 정ㆍ재계와 고위 공직자, 법조계 등에서 ‘학력’은 극복하기 힘든 신분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국회의원, 재계 상장사협의회 소속 CEO, 중앙인사위원회 고위공무원 중에서 대졸 이상이 95~98%대에 이르고, 법조인 인명록에 등록된 1만 5,000여명 가운데 고졸 이하는 1%도 되지 않는다.

사회 상부ㆍ리더층의 학력 편향은 권력과 부(富), 명예를 향한 욕망의 터널을 따라 일반 국민에게 스며들기 마련이어서 ‘학벌=신분’이라는 등식이 고착화할 여지가 크다.

최근 막무가네식 ‘학력세탁 신드롬’은 자칫 학력순혈주의로 흘러 또다른 학벌주의를 조장할 우려가 있다. 지나친 검증과 비판이‘학력’자격증이나 보증서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간판이 아닌 실력, 또는 능력이 대접받는 풍토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 그러한데는 학력의 벽을 넘어 성공신화를 이룬 주인공들이 제격이다. 학력을 극복한 신화는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실력으로 견고한 학벌주의를 깨고 성공한 이들이 적지 않다. 정ㆍ재계는 물론, 문화예술계, 학계 등 전방위에 실력자들이 포진해 있다. 그들은 간판을 뛰어넘는 실력으로 사회의 편차를 줄이는 나침반이자 우리시대의 장인(匠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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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진 차장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