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의 정글에서 자신만의 전공을 살려 ‘성공신화’를 쓴 주인공들이 있다. 특수한 분야나 이색학과를 전공, 남과 다른 차별화된 직종에서 주역이 된 이들이다.

주류는 전문대학 이색학과 출신들. 80년대 본격적인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전문대학이 각광을 받은 이래 높은 취업률에 우수한 인재가 몰리고 사회 트렌드 변화에 발빠르게 적응한 결과다.

80년대 ‘사무자동학과’는 타자 전문 인력을 배출해 전문대 최고의 학과로 부상했는가 하면 90년대에는 애니메이션과, 피부미용과 등 이색학과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2000년대 들어 전문대학은 더 다양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대경대학은 올해 초 ‘동물조련 이벤트과’를 선보였으며 전주기전대학은 말 관련 기술인을 배출하는 ‘마사과’를, 선린대학은 2005년 화훼지식 전문가를 양성하는 ‘플라워디자인과’를 신설했다.

올해 초 한국홍보연구소에서 펴낸 ‘이색학과 특수대학 총정보’에 따르면 2007년 현재 각 전문대학에는 15개 분야 180 여 개 이색학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수대학과 학군제휴 특수학과까지 포함하면 이색학과는 400여 개로 늘어난다.

일반 4년 제 대학이나 특수대학원에서도 이색학과를 발견할 수 있다.

성공회대학교는 NGO대학원을 개설해 시민운동 인력을 배출하고 있고, 경희대학교 언론대학원 전략커뮤니케이션학과에서는 화술과 토론기술을 가르친다. 이밖에 각 대학의 문화콘텐츠 학과도 문화산업 부흥과 함께 각광 받고 있다.

이색학과를 전공,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이들은 한결같이 ‘간판’이 아닌 ‘실력’이 성공의 근간이며 자신만의 전문성과 끊임없는 자기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김종식 씨
안경 가업 물려받아 해외 시장 공략

대구 안경지원센터의 김종식 단장(49)은 경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다시 전문대학에 진학한 사례다.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안경제조업체를 운영하면서 전문적인 기술을 익히고자 다시 전문대학에 입학한 것이다

“15년 정도 안경업계 일을 하다가 92년 대구보건대 안경광학과 야간과정에 입학했습니다. 이전에는 주로 안경제조보다는 안경무역업을 했지요. 안경광학과 수업을 받은 후 사업운영은 확실히 달랐습니다.”

김씨는 우선 안경에 대한 과학적 이해를 바탕으로 기술을 개발, 품질력을 높였다. 해외바이어에게 전문용어로 제품을 설명해 신뢰도도 높일 수 있었다. 20여 년 간 안경사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얼마 전 자리를 옮겨 안경지원센터 단장을 역임하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대구시, 안경업계가 공동출자 한 비영리법인인 안경지원센터는 안경 기술개발, 디자인, 마케팅 등 안경사업 운영에 대한 모든 부분을 지원한다.

“사실 안경산업은 시장성이 큰 분야입니다. 앞으로 디자인이나 브랜드 쪽을 개발하면 세계시장에서 어필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지요. 외환위기 이후 중국 저가공세에 밀려 고전해왔는데 내년이 터닝포인트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김씨는 ‘기초지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업무 프로세스를 이해하고 난 후 기술개발과 마케팅능력이 자연스럽게 뒤따라 온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김씨는 성공을 위해서는 학력보다는 자신이 속한 분야의 기술을 익히고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어학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다고 강조했다.

● 제주관광대 카지노경영과 신강준 씨
실무 중심 수업이 카지노 업무에 큰 도움

“고등학생 때부터 ‘짤짤이’는 잘했는데 호기심 많고 도전적인 제 적성에 맞을 것 같아서 선택했지요.”

그랜드코리아레저㈜ 신강준 대리(33)가 대학에서 전공을 선택한 이유다. 신씨의 직업은 카지노 딜러를 관리하는 카지노 매니저. 96년 제주관광대 카지노경영과를 졸업하고 카지노 업계에 발을 디딘 그는 얼마 전까지 카지노 딜러였다.

“수업에서 게임이론과 유래 등을 배워요. 전공 실습 때 모의 게임을 하는데 그때 배웠던 내용이 실제 딜러 생활에서 많이 쓰입니다. 졸업 후 바로 교수 추천을 받아 취직도 할 수 있었어요.”

신씨의 첫 직장은 제주에 있는 작은 카지노 영업소. 규모가 큰 카지노업소의 경우 바카라, 룰렛, 블랙젝 등 자신의 전문 분야를 만들어 딜러로 활동하지만, 첫 직장은 규모가 작아 거의 모든 게임을 섭렵해 손님을 상대해야 했다.

“덕분에 많은 고객을 상대하고, 다양한 게임을 주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카지노 딜러에게 중요한 것은 게임에서 이기는 것보다 고객의 성향을 맞추는 것이거든요. ‘이 고객은 자기가 딴 칩을 밀어 주는 걸 좋아한다’와 같은 세세한 부분은 메모하고 신경을 써 서비스를 하면 고객이 돈을 잃어도 유쾌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카지노 딜러는 해외 고객을 상대하는 만큼 어학 등 카지노 게임 이외 지식을 업그레이드 해야 오래 살아 남을 수 있다. 신씨도 외국인 고객을 상대하다가 어학 능력의 필요성을 느껴 중국어, 일본어 등을 혼자 익혔다. 학벌보다는 실력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예전 카지노는 ‘도박’이란 개념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사실 카지노는 확률에 의한 숫자 게임이거든요. 최근 긍정적인 인식도 많아졌고, 세계적으로 큰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 형태입니다. 마카오 등 아시아 시장도 커지고 있어서 진출 기회도 많아졌고요. 전망이 있는 산업이라 생각합니다.”

●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 문지영 씨
음악은 감상 넘어 치료 효과… 연 평균 300~400명환 자 상대

시립은평병원 문지영 음악치료사(나이)는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문 씨는 음악이 단순한 감상을 넘어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음악치료는 민족 정서와 문화 등 특수성이 반영되는 영역입니다. 전, 수료 후 한국에서 활동할 계획이었기 때문에 국내 대학원을 선택했습니다.”

문 씨는 2000년 음악치료사 자격을 획득하고 서울대병원과 서울시립은평병원에서 7년간 근무해왔다. 그가 담당하는 환자는 연 평균 300~400명. 문 씨는 음악치료과정에서 대학원 교육내용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인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노인은 민요, 청소년은 대중가요를 좋아하는 경우가 많아요. 우리나라 환자에게 적합한 음악을 선정하고 처방 할 때 외국에서 음악치료 공부를 했다면 훨씬 어려웠을 겁니다.”

음악치료는 약물치료와 달리 긴 시간을 통해서 사람을 치유한다. 치료기간을 장담할 수 없고 개인마다 반응이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주관적인 평가에 기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음악치료사가 갖고 있는 한계점이다.

때문에 문 씨는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노력했다. 비행청소년이 음악치료를 통해 주변관계를 회복하거나 발육이 늦어 말을 배우지 못한 어린이의 말문이 트일 때 보람을 느꼈다고. 이런 경우 3, 4년 간 꾸준한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

“한국에서 음악치료교육과정이 생긴지 올해로 꼭 10년 됐습니다. 괄목할 말한 성장을 이뤘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복지관, 병원 이외에 일반인들도 음악치료사를 찾아요. 요즘 음악치료사에 관심을 가진 친구들이 많은데,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음악을 열심히 공부하면 좋을 결과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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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