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강남좌파는 문화적 진보성도 가져… 사회 소수자에 대한 배려에 관심

고학력, 고소득의 진보주의자가 ‘강남좌파’의 정의라면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분명 ‘강남좌파’에 속한다. 그는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정치학과를 거쳐 하버드대 케네디행정대학원 행정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학력으로는 한국 최고 수준이다.

재산은 2002년 서울시장선거 출마 당시 신고액이 6억8,000만 원이었다. 이중 현금 신고액은 3억5,000만 원. 소비력에 있어 ‘강남’에 못지 않은 경제력을 갖고 있다는 말이다.

당적에서 알 수 있듯 그의 정치 이념은 보수보다 진보에 가깝다. 스스로 “내 (정치)이념을 보수-중도-진보 3가지로 나눈다면 진보나 중도에 걸친 진보”라고 했다. 그러나 인터뷰 내내 그는 ‘강남좌파’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싶어 했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제가 내세운 정책 중 1가구에게 32평형의 주택을 보장하는 정책이 있었습니다. 남북관계에 있어서도 6자 회담 후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고 보았고, 향후 5년 내에 남북관계가 급진전될 수 있다고 보았지요. 이런 데서는 진보적인 면이 있지요. 하지만 정통 진보를 상징하는 정책은 민노당에서 찾는 게 맞을 겁니다.”

김 최고위원은 강남좌파에 대해 “자신의 이해관계를 지키면서 관념적으로만 진보를 유지한다는 면에서 비판의 소지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 최고위원이 강남좌파와 선을 긋고 싶어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는 “과거 중산층 출신이면서 좌파나 혁명가들이 많았다. 그러나 그들을 오늘날의 ‘강남좌파’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신 계층과 이념은 다를 수 있다”고 못박았다.

노동자 층에서도 보수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있듯 고학력, 고소득 층 사람들 중에도 진보적인 가치관을 지닌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걸 진보라고 할 때, 우리사회 전체가 이 가치에 대한 요구가 약해졌느냐? 그런 것 같지는 않아요. 남북관계를 보는 시각도 냉전적이지 않습니다.

우리사회는 더 개방적, 진보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 이명박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사회가 보수화 됐다기보다는 전통적인 민주세력, 혹은 진보세력이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그는 사회적 가치가 있는 이슈들에 진보적 의견을 개진하면서도 고집스럽게 밀어붙이지 않은 것이 강남좌파와 정통 진보와의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여성문제, 사형제도, 양성평등, 동성애자를 비롯한 사회 소수자에 대한 배려와 이해 같은 문제들이겠지요. 중류층 이상 진보주의자 소위 ‘강남좌파’들은 그런 여러 가지 문제에 있어 더 개방적, 진보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강남좌파는 사회경제적 개념 뿐 아니라 문화적인 면에서도 진보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사회환경에 따라 변할 수 있는 ‘유연한 사고’를 강조했다. 그는 “진보도 시대에 따라 변화, 발전해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심지어 민주노동당에서조차도 예전에 정통 마르크시즘에 대해 얘기했다면 이제는 사회민주주의를 얘기하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했기 때문에 그 흐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겠지요. 저 역시 시대 변화에 따라 바뀌었습니다. 대학생 시절에도 정통 마르크시스트는 아니었고요. ‘강남좌파’라기 보다는 중산층 진보쯤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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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